36년간 재소자에 편지 “갇힌곳선 세상이야기가 큰힘” |
입력: 2006년 02월 02일 18:0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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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의 가방 안에는 엄지손톱만한 종이학들이 수십마리씩 무리 지어 있다. 마치 자유를 찾아 날기 위해 지금은 잠시 날개를 웅크리고 있다는 양.
36년간 재소자에게 편지로 세상 이야기를 전해 온 우경숙씨(51)에게 그 종이학들은 희망의 싹이다. 빨간색 종이학은 ‘대구 권총강도 아이’의 새 삶을 위해, 노란색 종이학은 한 무기수의 가출한 딸을 위해, 파란색 종이학은 목회자가 되고 싶다는 탈북자를 위해.
-300여명과 1만여통 교환-
지난해 사이버상에 ‘편지로 여는 세상(http://cafe.daum.net/open arms20050528)’을 연 우씨는 편지를 주고 받는 재소자들의 바람을 담아 그렇게 매일같이 손톱만한 종이학을 접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의 아득한 상징인 편지가 사라진 요즘 손맛으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재소자들의 대모. 그는 15살 때 처음 스님, 신부님, 목사님 등을 따라 교도소를 찾았다. 40대 무기수의 깊다 못해 슬프고 맑은 눈빛이 가슴을 적셔 편지로 바깥 세상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바깥 세상이 궁금하시면 제가 전해 드릴게요. 아저씨 아이가 제 또래라고 하셨죠. 딸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하세요.” 1주일에 3통씩 보내던 편지는 서신을 주고 받기를 원하는 재소자가 한두명씩 늘어나면서 우씨는 지금껏 어림잡아 300명도 훨씬 넘는 그들과 1만여통이 넘는 편지를 교환해 왔다.
어릴적부터 장애인 오빠를 보며 소외된 이들에게 애정이 많았다는 우씨가 재소자 교화에 평생을 바친 데는 ‘사랑은 전염된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무지하거나 돈이 없어 억울하게 철창에 갇힌 이들이 많았습니다. 손을 잡아 주는 것 만으로도 보통의 삶을 살 수 있게 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되더군요.” 그는 “독립운동을 위해 가족보다는 나라를 사랑한 친할아버지, 일꾼들에게 밤마다 한글을 가르친 외할아버지 등에게서 나누는 사랑을 배웠다”며 “사랑은 전염성이 강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를 스쳐간 편지친구 중에는 이미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17명의 사형수도 있다. 편지를 교환해 오며 가장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16살 때다. 들꽃으로 화환을 만들어 면회를 간 우씨를 맞이한 것은 어제까지 편지를 주고 받았던 사형수 아저씨 대신 죽음을 앞둔 그가 세수 수건 5장의 올을 풀어다 밤새 엮어 만든 바구니와 편지 1통.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유정이 사형수 윤수를 보내고서 이랬을까. 소녀 우경숙은 목놓아 울다 정신을 잃었다.
월 75만원의 세차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힘겨운 삶 속에서 그를 지탱시키는 에너지는 재소자들의 변화되는 모습이다. “주인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다 잡힌 방화범 아이가 ‘누나 편지 아니면 난 또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며 평생 편지 쓰기를 그만두지 말라”는 말이 그를 지금도 버티게 하는 힘이다.
봄엔 쑥 향내를, 가을엔 들꽃의 향기를 담은 정성스러운 편지는 많은 푸른수의의 그들에게 가지 못했던 길을 열어놓았다.
-“공동일터 만드는게 꿈”-
권총강도로 8년형을 살고 있는 37살의 재소자는 우씨의 편지에 감화돼 오는 5월 모범수로 출소한다. 우씨는 “그 아이가 중범죄자에서 얼마전 모범수가 되어 꽃이 가득한 27장의 편지를 보냈다”며 자랑했다. 한 폭력 조직 우두머리는 우씨에게 새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 새겨진 눈물로 얼룩진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12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는 번듯한 식당을 차려 사회 적응을 무사히 마쳤고, 이젠 우씨네와 가족처럼 지낸다. 정부 지급금을 놓고 사기를 치려던 일당 중 한명을 살해하고 무기로 복역 중인 탈북자 남성도 우씨의 편지를 통해 목회자를 꿈꾸고 있다.
우씨의 꿈은 지금도 계속된다. 재소자들이 사회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공동 일터를 만드는 것이다. 편지로 여는 세상이 추구하는 이념이기도 하다. “지금 교도소에는 세탁기, 선풍기 등 없는 것이 없어요. 교도관들은 또 오히려 재소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지요. 교도소 내에서 아무리 잘 해주면 뭘합니까. 나와서 갈 곳이 없는걸요. 단 한 아이라도 양지로 돌아오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생활의 기반, 스스로 일어나도록 부축해줄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요.”
우씨는 그들에게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고 했다.
〈글 심희정·사진 강윤중기자〉 | |
첫댓글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한 편입니다. 편지세상의 잔잔한 역사가 바로 이런 사랑이겠지요? 건강하시고 항상 보람되십시오~ 존경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글이 따로 있을까요.. 어쩌나? 매화가 향기가 엄청 나는데요.. ㅋㅋ
그동안 정말 위대한 일을 하셨습니다. 날개 잃은 수만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서 훨훨 날 수 있게 해주신 우경숙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이 일에 동참하는 많은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훠~어훨~ 날수 있도록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감동입니다....아무나 할수없는,,,,,,,,,,,,,,,,,,, 근데 사진을 보니 얼굴이 피곤해 보이세요..ㅎㅎㅎ
와 ..진짜 감동이에요
와우~~~~ 아침부터 이글을 보며 또 눈물을 훔치고~~~우표님 사랑해요^^
우표님! 존경합니다....
바깥 세상 그리운 이들이 편지세상을 통해 날개를 달다. 우표님! 대단해요~~~~ 우표님! 알라뷰^^^
존경합니다 아름답습니다
우와!~감동의 인텨뷰기사군요~~역시나!!우표님..멋지세요!! 맘과 생각을 늘 존경해요~~감사드립니다!!!!
경향신문 정말 맘에 안 드는군요. 정말 맘에 안 들어요.
난 맘에 드는데. 분장한 모습보다 더 자연스럽고 멋진 모습입니다.
우표님은 재소자들의 대모란 말이 딱 맞는거 같습니다..편지쓰기 역사의 한 획을 그으셨습니다~~`
그런데 우표님 그새 살찌셨나요?ㅎㅎㅎ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계속 좋은일들이 많이 생기겠죠..
자신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인터뷰 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우리편지세상회원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됩니다.
시사저널엔 편여세로 나왔네요 편지세상인데 ㅎ ㅎ ㅎ
진정 우표가 되어 많은 님들께 사랑을 주셨군요. 우표님 대단합니다 님의 뜻을 잘 받아서 이행해야 되는데 걱정이네여..
미소가 아름다우세요..^^
우표님마음속의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날이 멀지 않을 것같습니다.와우~
개인면담때 말씀들었을때와는 또다른 느낌과 감동입니다... 많은분들이 편지친구들에게 보다 더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우표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
우표님 너무 멋지시고, 든든합니다. 처음 마음 변하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우표님처럼 묵묵히 가겠습니다.
우표님 정말 존경합니다~! ^^;;
열쒸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구 마구...*^^*
늘 넉넉한 모습이 좋아요
고난의 길을 함께 하시는 님들과 부장님의 따뜻한 사랑 우리 모두의 자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