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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군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5만5천여 평의 장터에 200여 채의 장옥을 최근 새롭게 짓고 말끔하게 단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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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5일 장터는 옛 부터 그 명성이 자자하다. 구례읍 버스정류장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북쪽 읍내로 난 간선도로를 따라 길게 펼쳐지며 매월 3일과 8일에 장이 선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원과 화엄사방향 국도를 따라 장이 이어진다. 구례군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5만5천여 평의 장터에 200여 채의 장옥을 최근 새롭게 짓고 말끔하게 단장했다.
구례장터에 가면 넉넉한 인심과 우리네 삶이 있다. 한옥으로 지은 장옥과 지리산의 풍광이 한데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다. 전통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장터는 볼거리도 많고 계절별로 지리산 자락의 풍성한 특산품이 넘쳐난다.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주전부리용 뻥튀기, 쇠를 달구어 무딘 날을 모루에 벼려 연장을 만드는 대장간, 갖가지 산나물과 한약재, 옹기전, 미곡전, 채소전, 어물전 등의 볼거리가 참 많다.
한약재가 많이 거래되는 소문난 약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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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장터에서 25년간이나 약초를 팔았다는 별량댁이 손님과 거래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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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성귀와 약초 알곡 등은 물론 고향의 가을까지 듬뿍 담아와 노전에서 판다. 물건을 사면 촌로들은 눈대중으로 수북하게 정까지 함께 담아준다. 계절에 따라 인근 지리산에서 나는 표고와 송이버섯, 머루, 고사리, 취나물, 산수유, 토종꿀, 밤 등이 많이 거래된다.
특히, 당귀와 생지황 산수유등의 한약재가 많이 거래되는 약재시장으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구례 특산물인 산수유는 산동면의 300여 가구가 천여그루씩 재배하며 전국 생산량의 60%나 차지한다. 가을철이면 구례 약재시장은 전국의 한의원등에서 산수유를 구입하려는 상인들로 붐빈다.
“뭔 일이다요? 사람이 안 와, 사람이 없어, 지난 장날에는 북적대더니 오늘은 한산해.”
한약재를 파는 별량댁(55)은 오늘은 장보러 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엄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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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물시장 앞의 노점 할머니가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애호박을 사라며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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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옥으로 바뀐 디로 더 없어. 노점 상인들을 시장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한께.”
“시골에서 이고 지고 온 호박이랑 가지랑 농산물을 파는 노점이 없은께 안와 부러, 촌 사람들이 안 와분께 장도 재미도 덜하고. 되배기(물건을 사서 되파는 사람)만 있으면 와서 그냥 가부러.”
구례장터에서 25년간이나 약초를 팔았다는 별량댁은 참옻 껍질을 1단씩 묶고 있다. 경남 함양 마천리에서 할머니가 옻칠을 가져왔다.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럽다.
“집이는 자잘한 거 몇 개?”
“나도 줘요. 다섯 개~ , 나는 안 줘요? 언제 또 가져 올 거요?”
여기저기서 난리법석이다. 상인들이 서로들 달라고 하자 할머니는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준다. 적게 가져오면 차비도 안 나오니까 미리 주문을 하란다. 옻칠 1종지 25매에 2만5천원이다. 25매는 옻나무 25그루에서 채취한 양이라고 할머니는 말한다. 위장병 환자나 위암초기 환자가 주로 사간다는 옻칠은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미리 사둔단다.
소박한 구례장터 상인들, 본전만 하면 그 이후론 밑지고도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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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시장에는 바닷가의 장터 못지않게 수산물이 다양하다. 장어와 갈치, 낚지, 주꾸미, 삼치, 반장게...없는 게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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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장터 사람들, 그들의 소박한 꿈은 장사가 잘되는 것이다. 그날 재수가 좋아 물건을 많이 팔면 기분이 좋다는 장터사람들은 첫 개시 때와 파장에 떨이 물건이 가장 싸다고 한다.
“마시가 싸고, 떨이가 싸”
“첫 개시 때는 기분 좋게 팔아야 한께 본전에도 팔고, 떨이는 본전을 했은께 밑져도 팔아.”
어시장에는 바닷가의 장터 못지않게 수산물이 다양하다. 장어와 갈치, 낚지, 주꾸미, 삼치, 반장게… 없는 게 없다. 30년째 생선 장사를 한다는 할머니는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한다.
구례 마산면 갑산리에서 온 할머니는 노점에서 데친 고추 잎과 고구마줄기, 고구마 순, 상추를 판다.
“할머니 사진 한 장 찍을게요.‘
“나 고구마 순 판다고 신문에 낼라고?”
잠시 후 할머니는 한분 두 분 식사하러 간다며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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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 고들빼기, 가지, 쪽파, 솎은 배추, 부추... 채소전의 다양한 채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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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솥 팝니다.’ 가마솥 가게는 무쇠로 만든 가마솥과 화덕을 팔고 있다. 가마솥은 수요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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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곡상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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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전이다. 좌판에는 갖가지 채소 씨앗이 가득하다. 쇳가루를 닮은 고들빼기씨앗, 까만 대파씨앗, 날카로운 침이 있는 시금치씨앗 등 그 생김새도 다양하다. 채소 가게에서 고들빼기 사진을 찍자 한 번 사진 촬영하는데 5천원이라며 주인아주머니가 웃는다.
“아줌마! 이걸 어쩐대요? 미나리, 무, 고들빼기, 가지, 쪽파, 솎은 배추, 부추… 이걸 다 찍었는데 어쩌죠?”
“아이고~! 어쩌까. 그러면 돈을 상당히 많이 줘야 되겄는디.”
카메라를 들고 시장 이곳저곳을 오가자 한 아저씨가 “여기는 찍지 마! 여기는 야생화가 없은께" 하며 사진 찍기를 만류한다. ‘가마솥 팝니다.' 가마솥 가게는 무쇠로 만든 가마솥과 화덕을 팔고 있다. 가마솥은 수요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오후 장터는 한산하다. 갑작스레 장터 한쪽이 시끄럽다. 막걸리 몇 사발에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시골 촌부 둘이서 노상에서 한바탕 싸움이 붙었다.
구례장터의 축포소리 ‘뻥’이요~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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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뻥~!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연기가 자욱하다. 뻥튀기 할아버지가 튀밥을 튀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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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연기가 자욱하다. 뻥튀기 할아버지가 튀밥을 튀기고 있다.
“호루라기를 안 부시네요.”
“사람이 있어야 호루라기를 불지. 장터가 이렇게 썰렁한데~”
뻥튀기 할아버지는 촌에서 농사일을 하며 구례 장날이면 나온다. 뻥튀기 할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인 손자가 우리 할아버지는 과자를 잘 만든다며 좋아한다고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는다. 한쪽 기계에서는 뻥 소리도 없이 옥수수를 그냥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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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이거 잘못된 거 아니 예요?” “아니야~ 볶은 거야. 맥주 안주 한다며 볶아 달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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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거 잘못된 거 아니예요?”
“아니야~ 볶은 거야. 맥주 안주 한다며 볶아 달래. 손님이 주문하는대로 다 해줘. 뻥튀기는 바로 먹어야 맛있어. 오래 놔두면 못 먹어. 먹다 남은 건 봉지에 담아 바람 안 들어가게 잘 째매놔야 돼.”
가스화덕에 불을 붙여 튀밥기계를 15분간 가열한다. 모터를 이용해 빙글빙글 돌린다. 밀폐된 용기는 가열하면 압력이 올라간다. 이때 뚜껑을 갑자기 열면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쌀이나 옥수수 알맹이가 수배로 팽창한다. 이렇게 튀긴 쌀은 팽화미라고 하며 뚜껑을 열 때 뻥 하는 소리가 나므로 뻥튀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욕심이 일을 망쳐. 장날은 늘 바쁘거든 그래도 천천히 순리대로 해야 해. 바쁘다고 불을 싸게 하면 다 타져 부러, 마음은 바쁘지, 사람들은 밀려들지. 그래도 물건을 좋게 빼야 돼. 세상이라는 것은 물 흐르듯이 그렇게 가야 돼. 사람 사는 것도 매 한가지야. 인생사는 다 고비가 있는 거야. 5년 전만 해도 손님들이 막 밀려들었는데, 그때는 서로들 빨리 튀기겠다고 자리다툼을 벌이기도 했어.”
할아버지네 가게 옆에는 뻥튀기집이 줄줄이 두 집이나 더 있다. 주로 술을 안 먹는 사람들이 심심풀이 주전부리용으로 많이 튀겨간다고 한다. 도시에 비해 변변한 먹거리가 없는 시골에서는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장터구경도 식후경 ‘오뚜기 국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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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맛에 깜짝 반했다. 국밥에도 품격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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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국밥집. 조그마한 가게에는 원형 탁자가 3개 동그마니 놓여있다. 빈자리가 나길 살피며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기다림 때문이었을까? 뚝배기에 담겨져 나온 돼지머리국밥 맛이 일품이다. 담백하고 깔끔하다. 새우젓과 젠피(초피)를 조금 넣으니 혀끝에 알싸하게 전해져오는 아린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그 맛에 깜짝 반했다. 또한 장돌뱅이 아저씨와 합석한 점심식사는 말벗이 있어서 심심치 않아서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면서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그 맛난 국밥이 3천원이라는 사실에. 국밥에도 품격이 있다.
첫댓글 왜 부두 님 가게는 안 보이는 게야.
정말 꼼꼼하게도 잘챙기시고 옜날 장터 생각이 절로납니다 . 부두님 고맙고요, 애많이 쓰셨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구수한 시골내음이 풍기는 우리네 고향이로 군요,수고 하셨서요.부두님^^
옛날생각이만히남니다
옛 생각에 정겨움이 새롯새롯
국밥~~ 먹고싶다~~ 어린시절이 그립습니다.
부두님수고많으셨어요.
옛생각이 절로 나는 풍경입니다. 어릴적 엄마 손잡구 장에 가서 무얼 사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생생 합니다~~~~~ 이런 종은 사진 감사 드립니다^^^^^^^^
그렇군요. 동심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