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전(1/1) 있었던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의 경기를 되돌아봤습니다.
이 경기 전까지 2위를 달리고 있던 현대건설(10승 6패)과 3위 IBK(9승 6패)의 대결이었던 만큼 중요했던 오늘의 일전!
특히나 저는 승부예상글에서 썼던 대로 IBK의 새로운 이적생 최수빈 & 박세윤 선수의 활약에 조금 집중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경기, 양팀의 스타팅 라인업 소개
IBK에서 KGC인삼공사로 이적한 고민지 & 채선아 선수가 그랬듯, 반대로 IBK 옷을 입은 최수빈 선수도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미 많이 예상 보도된 대로 리베로 포지션으로 스타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 오늘 경기 흐름 살펴보기
1세트, IBK기업은행은 외국인선수 메디 선수가 초반부터 집중력 높은 공격을 가져가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범실이 많았습니다.
세트 초반부터 이다영 세터의 오버넷에 황연주 선수의 서브범실 2개 등 1세트에만 범실 11개를 기록(IBK 4개)하며 IBK에 첫 세트를 내주는 현대건설이었습니다.
2세트는 점수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범실 2 대 2, 블로킹 4 대 2, 서브득점 2대0으로 IBK가 수치상 조금씩 앞서긴 했지만, 현대건설도 크게 무리 없는 경기력이었습니다. 단, 공격포인트가 17대11로 차이난 것이 눈에 띄었다고 할까요? IBK 외국인선수 메디의 공격성공률이 2세트까지 68%를 기록(최종 33득점, 성공률 45.16%)해줬습니다.
강하게 때려야 할 땐 강하게, 또 적당히 쳐내거나 밀어넣기 공격도 자유자재로 구사해주고. 까다롭게 올라온 공도 득점으로 계속 마무리해주며 IBK의 순조로운 순항에 일조한 메디입니다.
반면 현대건설은 기본적으로 리시브가 많이 흔들리는 모습이었고(리시브성공률 25.6%, 시도86/정확22), 포메이션 상으로 IBK 선수들에게 많이 밀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김희진(블로킹 성공4/ 유효블로킹6)에게, 황연주 선수는 메디(블로킹2)에게 마크를 제대로 당했습니다. 3세트엔 잠깐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결국 4세트까지 내주며 오늘 경기 패한 현대건설입니다.
■ Today's Best Player : IBK기업은행 메디 선수
IBK의 에이스 메디 선수는 오늘도 잘했습니다.
그렇게 화려하거나 눈에 크게 띄진 않아도 항상 묵묵히 공수에서 맹활약. 현재 득점 1위(457점), 수비 순위에서도 각 팀의 레베로들에 이어 7위(세트당 6.46)에 올라있는 메디입니다.
앞선 리뷰에서 계속 언급해왔기 때문에 더 자세하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요즘 폼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염혜선 세터, 9득점에 리시브(성공률 50%)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고예림 선수도 있겠지만, 역시 메디입니다.
■ Today's Worst Player : IBK기업은행 김미연 선수
오늘도 Best & Worst Player를 같은 팀에서 뽑게 되네요. 중계를 쭉 지켜봤을 때 유독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던 김미연 선수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오랜만에 선발출전에 풀타임 코트를 밟은 것 같은 김미연 선수는, 오늘 경기도 강력한 서브는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공격성공률이 23.5%에 그쳤고(6득점), 리시브 성공률도 20%가 안되었습니다(18시도/3정확). 블로킹을 뜨면 꼭 터치아웃되며 상대 득점이 되고, 디그로 받을 공도 무언가 조금씩 빗맞아 나가고... 선수 본인도 '오늘 경기 좀 안풀렸다'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솔직히 올시즌 고예림 선수가 FA 보상선수로 영입되어 오며, 기회가 많이 줄어든 김미연 선수입니다. 팬으로서도 많이 아쉬운데요.
그래도 최수빈 선수가 트레이드 영입되고, 오늘과 같은 포메이션이 정착되면 이전보다는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김수지와 함께 김희진 선수가 센터와 같은 역할을 해주고, 메디가 오른쪽, 고예림 선수가 왼쪽 말이죠.
오늘은 오랜만에 의욕이 넘쳐 조금씩 아쉽거나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다음엔 좀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 그 외 주요 Point!
이정철 감독님이 최수빈 선수를 스타팅으로 낼 줄 정말 몰랐습니다. 물론 의욕 넘치게 트레이드로 새로 영입한 선수를 벤치에 그냥 썩혀두는 건 또 아니겠지만, 안그래도 리시브가 무너진 팀에 최수빈 선수를 주전 리베로로 기용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도 새로운 팀에서 이렇게 빨리 자리잡을 줄은 몰랐네요. 오늘 경기 디그 9개(시도10) 기록. 리시브성공률은 33%(시도21/성공7)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인삼공사에 있을 때보단 좀 더 빠릿빠릿하고 집중력 있는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당분간은(?) 노란 선수와 계속 교대로 기용되겠지만, 무릎 상태도 아직 완전치 않다고 하니까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올시즌을 마쳤으면 좋겠습니다. 서 감독님 말씀대로, 곧 FA를 앞두고 최수빈 선수에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 같네요.
반면, 현대건설은 오늘 경기 패배로 순위싸움에서 바짝 조급하게 되었습니다. 1경기 덜 치른 IBK에 승점 1점차로 쫓깁니다.
엘리자베스가 상대팀 외국인선수와의 맞대결에서 오늘과 같이 크게 밀릴 경우(=개인 득점이 10점 안팎으로 차이나는) 팀이 많이 어려워집니다. 특히나 오늘 경기는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중간중간에 인상을 쓰거나 흥분하는 모습도 종종 보이더군요.
그리고 양효진 선수 폼이 좋다 해도 센터가 매 경기 20점 가까이씩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론 아직도 황연주 선수 참 높게 평가하지만 황연주 선수는 경기당 평균 12~13점 정도가 마지노선인 것 같습니다. 수비에서 큰 부담을 지고 있다보니 황민경 선수도 공격에서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요.
제일 중요한 문제는 상대팀과의 힘겨루기 중 무언가 막혔을 때 다른 방향으로 반전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현대엔 없다는 겁니다.
벤치에 이렇다할 조커(교체멤버)도 없고, 세터도 이다영 1명 뿐이고... 오늘 경기 1세트 중반만 봐도 현대건설이 갑자기 분위기를 타며 올라오자 이정철 감독님이 곧바로 염혜선 선수를 빼고 이고은 세터로 분위기를 한 번 바꾸시더군요. 현대건설은 그런 움직임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당장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올시즌이 끝나고 새로 FA 영입이나 트레이드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82년생 한유미 선수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치고, 2017-18 신인인 김주향 & 김다인 & 이영주 선수가 얼마나 성장해줄지도 기대되고요. 장기적으로 지켜볼 문제입니다.
■ Today's Photo
IBK기업은행 메디 선수는 오늘도 "그냥" 잘했습니다.
현대건설의 두 기둥, 이다영 세터와 양효진 센터도 오늘 경기 고생 많았습니다.
현대건설 양효진 선수의 서브 준비
IBK기업은행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여전히 빨간옷이 잘 어울리는 최수빈 선수도 출연~~^^
p.s. 요며칠 여유가 있어 KBS N Sports 채널의 '스페셜V'를 다시 찾아보고 있습니다. 보통이라면 TV중계나 또는 직관을 가서 경기를 뛰는 우리 선수들만 보게 되는데요. 본 프로그램을 통해선 선수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어제 인삼공사편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우리 선수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또 쉽게 상처받을 수 있겠구나'였습니다. 시은미 선수가 악플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각 팀의 홈페이지도 자주 둘러보지만, 한 경기 잘해도 극찬이 이어지고 반대로 패하면 악담이 계속되는 것도 참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어 KGC인삼공사 홈페이지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팀을 해체해라'는 의견들이, 현재 GS칼텍스 홈페이지엔 '팬으로서 팀을 떠나겠다'거나 '올시즌은 포기하고 다음 시즌을 노려라'는 등등의 의견이 쉽게 보입니다.
왜 구단 홈페이지까지 찾아가서 그렇게 정성껏 악담을 해대는지, 그 생각하는 바는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어떤 분이 말씀하셨던 대로 진정한 팬이라면 잘하든 못하든 묵묵히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줘야 하는 게 당연한 역할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저는 KB스타즈와 GS칼텍스 팬이지만, 잘하든 못하든 그냥 열심히 응원합니다. (KB는 올시즌 잘나가고 있으니까 넘어가고) 저는 문명화 선수가 블로킹 성공 후 뒤돌며 환하게 웃는 미소가, 나현정 선수의 멋진 디그에, 강소휘 선수의 당돌한 스파이크를 응원합니다.
경기는 뭐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고요. 응원하는 팀이 우승하면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못하다 해도 우리 선수들은 매경기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고 믿으니까요. 다른 많은 팬분들도 봄이 오는 그날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응원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건전한 비판은, 하지만 비난과 우리 선수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은 하지 않도록 주의 또 재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