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목소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김은혜 옮김, 새잎, 2011

소설이 아닌 다큐로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고 나서 그녀의 또다른 목소리 소설이라는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는다.
1986년 4월 26일 1시 24분(모스크바 기준 시각) 소비에트 연방인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사이의 체르노빌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다. 올해로 30년이 됐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몇 명이 죽었는지, 방사능 유출에 따른 피해는 어떻게 되는지, 이후 유전자 변형이 얼마나 나왔는지 따위 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고가 벌어졌을 당시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과 결국 자신의 고향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체르노빌 핵 발전소가 폭발했을 당시 그 지역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철저히 통제된 사회여서 언론이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은 것이다. 폭파된 핵 발전소 지붕에 올라 물을 뿌리는 소방관, 모래를 부은 군인이 있을 정도로 무지했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이들에게 정부 당국은 어떠한 방호 조치도 하지 않았으며 단지 영웅 칭호와 메달, 평소 일 해서 받던 수당보다 많은 일당을 지급했던 것이 전부라고 한다. 이런 점에 분개한다.
정들어 살던 집과 가축을 버리고 도망 치듯 마을을 벗어나야 했던 주민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게 정부였고, 관리자 였다고 한다. 적어도 저자가 전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언급했던 구소련이 비참할 정도로 무기력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했다.
30여 년이 지난 체르노빌 사진을 본다. 자연은 복원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민들이 다시 돌아가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체르노빌 관광상품이 판매 되고 있다고는 한다. 이제 잊혀지겠지. 당시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나면. 그래서 저자는 이 기록을 남긴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어떤가?
참혹한 전쟁을 겪었다. 한국전쟁에 대한 많은 영상과 자료를 보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의 육성을 채집한 기록이 얼마나 있었나 생각해 본다. 이제는 모두 잊혀지고 없지만.
정신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귀향鬼鄕]이 상영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정말이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월호 사건과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도 채집 중이란다. 이 역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