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2만 근의 구리가 운다</P>
<P>바닥으로 바닥으로 울려 퍼지는 육중한 저음의</P>
<P>고요함. 속을 텅 비우고서야 차오르는 </P>
<P>해맑은 침묵이 종 아래 그렁그렁 고여 있다</P>
<P>서라벌 일대에 둥근 원으로 울려 퍼지는 파문이</P>
<P>거기 한 점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P>
<P>안으로부터 올라오는 소리이므로 아무것도</P>
<P>듣지 못하는 귀로도 들을 수 있다. 아니</P>
<P>듣고도 듣지 못하는 귀를 막고서야 비로서 들을 수 있다</P>
<P>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고요가</P>
<P>한밤의 고막을 타종한다</P>
<P>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어도, 낮은 곳에 있어도</P>
<P>높은 곳에 있어도 한결같은 은은함으로 울려 퍼지는 파문</P>
<P>그것은 12만 근의 구리가 아니다</P>
<P>만백성의 절규를 녹여 만든</P>
<P>음색이다</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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