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과 건국절

[이파랑]

광복절光復節과 건국절建國節

요즈음 광복절光復節이냐 건국절建國節이냐 하는 논쟁이 있니더.

우리는 1945년 8월 15일에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하여 해방을 맞이하였니더. 그 동안 우리는 이 8월 15일을 광복절로 정하고 꾸준히 기념해 왔니더. 다만 최근에 이르러 기념일의 명칭을 두고 기존의 광복절에 대해 건국절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나오게 된 기씨더.

광복절光復節은 ‘빛을 회복한 날’로 풀리고 건국절建國節은 ‘나라를 세운 날’로 풀리니더. 이는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날을 기념하는 것을 뜻하니 낱말의 뜻풀이로는 둘이 크게 다르지 않니더.

그러나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광복절과 건국절은 분명히 차이가 있니더.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의 해방을 기념하는 것이고,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기씨더. 건국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1945년의 해방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1948년 8월 15일이 더 확실하고도 진정한 해방의 날이라고 생각할 끼씨더.

미국의 경우를 보면 우리 문제의 답을 엿볼 수 있니더. 미국이 아닌 다른 많은 나라들도 아마도 상황은 비슷할 끼씨더.

미국은 독립기념일이 7월 4일이니더. 미국은 이전의 역사가 없으므로 우리처럼 광복절 운운할 수 없니더. 앞선 아메리카 인디언의 역사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그것을 계승하지 않았기 때문이씨더.

그런데 미국의 독립 기념일은 미국이 정확하게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이 아니고,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날이씨더.

미국의 독립이 공식적으로 승인된 파리조약이 맺어진 날은 훨씬 뒤인 1783년 9월 3일이니더. 그러므로 우리나라 건국절 주창자들 논리에 따른다면 미국의 독립을 기리는 기념일은 정확하게는 미국의 독립이 공식적으로 승인된 파리조약이 체결된 날인 1783년 9월 3일로 잡는 것이 마땅할 끼씨더.

그런데도 지금 미국에서는 독립기념일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날로 바꿔야 한다는 논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니더. 누구가 인정하든 안 하든 주체의 의지를 드러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끼씨더.

건국절의 ‘건국’에는 ‘비로소 나라를 세우다’의 뜻이 강하이더. 곧 ‘건국’이라고 하면 우리는 아주 옛날에 단군할아버지께서 세운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떠올리게 되니더. ‘건국’에는 ‘처음’의 뜻이 강하므로 역사가 오래된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국민감정이 있다는 기씨더. 또한 건국이라 하면 분단의 특수상황에서 1948년 9월 9일 건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도 있니더.

‘건국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대로라면 ‘광복절’ 대신 ‘독립절(실제로는 주장하지 않음)’이나 독립기념일도 생각할 수 있을 끼씨더. 그런데 독립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씨더. 우리는 역사가 오래된 나라인데, 최근에서야 비로소 독립했다고 하면 우리의 자존심에 상처가 느껴지게 되니더. 그리하여 천안에 독립기념관을 세울 때도 이름에 대해 논쟁이 있었던 기씨더. 독립기념관을 반대한 사람들은 아마도 ‘광복관’을 주장했을지도 몰씨더.

또한 대한민국의 ‘건국’을 인정한다고 해도 우리는 삼일운동 뒤인 1919년 4월 11일에 상하이에서 이미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였으므로 시기가 거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더. 왜냐하면 1948년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명백히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것이기 때문이씨더.(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제헌 헌법에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명시되었고, 제헌 국회 의장 이승만은 국회개원식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의 임정 계승을 확실히 밝힘) 더구나 미국처럼 독립선언일을 독립기념일로 잡는다면 우리의 독립을 세계만방에 선포한 것은 1919년 3월 1일로 올라가야 하니더.

그러므로 1948년 8월 15일은 이제 비로소 나라를 세운 ‘건국절’이 아닌 ‘독립절’도 아닌 ‘나라의 주권을 회복한 날’인 광복절이 맞는 기씨더.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에는 오로지 국치일國恥日과 광복절光復節만이 있는 기씨더.

지금 우리는 2차대전 뒤에 승전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질서(국제법) 속에 살고 있니더.(1943년 카이로선언과 유엔헌장에 보장된 민족의 자결권自決權 등) 우리는 2차대전의 전범국들의 불법적인 침략으로 피해를 본 당사국임과 동시에 승전국의 일원이기도 하이더.(실제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41년 12월 9일 일본제국에 선전포고를 함.) 그러므로 우리는 당당히 주권을 회복한 국가로서 약소국들을 괴롭힌 전범국의 반성과 속죄를 요구하며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씨더.

또한 대한제국 당시 일본과 맺은 강제 조약은 당연히 불법이고, 일본제국의 대한제국 강점 또한 당연히 불법(국제법 또는 대한민국 헌법 상)이니더. 일제강점기는 역사적으로는 실재하지만 대한민국 법통으로는 인정되지 않니더. 그러므로 대한제국을 이은 것이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이고, 그 임시정부를 이은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인 기씨더. 그러니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일제의 창씨개명도 인정하지 않고 일본국적도 당시 실제로는 있었다고 해도 지금 인정하지 않는 기씨더. 이는 조선시대 때 광해군, 연산군이 실제로는 임금으로 존재했지만 임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도 같니더. 그것이 법통法統이라는 기씨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