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지면 조금리에 사는 지체장애 5급 배동국 씨 이야기 |
사고 이후 홀로 집지키는 40대 가장 ●4.20 장애인의날 특집 인터뷰 “필리핀 아내, 고향 한 번 보내주고파” 7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 수술만 3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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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지면 조금리에 사는 배동국(45)씨는 오늘도 홀로 집을 지킨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두 아들(명환,
명석)과 자신을 대신해 돈벌이에 나간 아내가 아침부터 집을 떠나 돌아오는 저녁때까지 배 씨는 혼자다. 배씨의 바깥나들이가 힘들어진
건 7년 전 사고가 난 뒤부터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 아내와 분가해 서산에서 살림을 차리고 오붓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비료공장에 다니던 배씨는 그날도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을 하던 길이었다. 굽은 도로를 달리던 순간, 마주오던
덤프트럭과 치이는 사고가 발생한 것. 그때 사고로 배씨는 왼쪽 다리가 모두 으스러질 정도로 부러졌고 몇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당시 사고로 그는 아직까지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욱신거리고 칼로 째는 고통을 느낀다.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욱신거리죠. 마지막 수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후유증이 커요. 얼른 다리가 아물고 나아야 할 텐데... 집안 내력으로 당뇨까지 있어서 더 골치예요.” 배
씨는 자신의 힘으로 번 돈으로 아이들 과자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에 하루 종일 현관에 앉아 마늘을 깐다. 맵고 독한 마늘향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눈도 따갑지만 여간해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하루 종일 꼼짝없이 까면 배씨에게 주어지는 돈은 6천원이다. “20kg 마늘 한포대를 까면 6천원이에요. 하루 종일 꼼짝 안하고 까면 한 포대는 까죠. 근데 그것도 쉽지가 않아요.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요.” 그래도 배씨는 자기 대신 돈을 벌러 다니는 아내를 생각하면 그 쯤은 별 것 아니란다. “남
편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옷 한 번 사고 싶다는 데도 마음대로 사주지도 못하죠. 아내가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미안한
마음에 어떨 때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요. 말로만 매일 ‘사랑한다’고 하는데 뭐 하나 해줄 수 없으니...” 배씨의
아내 패틸라 테리사 빌라씨는 당진읍내에 있는 초등학교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다. 아내의 월급 95만원 중 한달 점심값 5만원을
제하고 난 90만원이 배씨와 아내, 두 아들 네식구의 한달치 생활비다. 지금 사는 집은 3년 전 밝은사회 당진클럽에서 전세를
얻어줘 살고 있지만 겨울에는 보일러 기름값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학비도 더 들어갈 텐데 배씨는 걱정이다. “애
기엄마가 필리핀에서 와서 추위를 많이 타요. 겨울에는 집에서도 두꺼운 잠바를 입고 다녀요. 먼 타국으로 저 하나보고 고향에서보다는
잘 살 거라는 희망으로 시집을 왔는데...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죠. 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배씨는 결혼하고 10년이 다 되도록 고향에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더 아프다. 부부의 소망은 돌아오는 장인 어른 환갑에 두 아들을 데리고 아내의 고향에 다녀오는 것이다. 북부 행복나눔 복지센터 안준리 복지사는 “다문화 가정인데다가 형편이 어려운 데도 부부가 모두 밝게 잘 사는 모습이 늘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안
준리 복지사는 “당진군내에는 배씨처럼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일이 가능한 장애인들이 참 많다”며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가 장애인작업장이나 직업 재활센터가 군내에 없어 장애인들이 집에만 갇혀있다 알콜중독이나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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