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에는 역산행 쪼깐하고 계곡에서 노닥거릴라 했는디
유달산에 비교되는 어떤 님들의 달콤한 안내 꾀임에 빠져 우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산행을 시작
습기 잔뜩 머금고 바람도 아직 깨어나지 않은 수풀을 헤쳐가는 시작은 그닥 나쁘지 않았다
행여 뒤쳐져 민폐 끼칠까 부지런 부지런 앞 팀 따라가건만
하하호호 깔깔거리면서 여유롭게 쉼없이 오르는 그네들의 꽁무니가 자꾸 시야에서 멀어질라치면
또 걸음을 재촉하여 헉헉댔으나 이내 혼자되곤 하는 나
유병언 생각도 나고 간밤 꿈도 떠오르고 자꾸 무섭다
걸음을 멈춰 한숨 돌리며 올라오는 인기척을 기다려도 뵈이지 않으니
에라 쉬엄쉬엄 오르자
이렇게 아직은 여유롭게 물방울 머금은 이파리랑 독기품은 버섯을 담아보지만 겁이난다
바삐 앞 팀 찾을까 쉼없이 오르니 우리 회원 남정네 두 분 딱 걸렸다
이리 반가울 수가
같이 걸터 앉아 오이랑 자두 나눠 먹고 있으니 부회장님과 친구가 올라오네
아구야 이제 오냐


그렇게 우린 추월산 정상에 섰지라
인증샷은 차마 눈뜨고 못 볼 형상이라 삭제.
술도 못하면서 잔뜩 술취한듯 붉게 타는 몰골하며,
이제 이 나이되니 조림이 안되는 머리땜시 땀은 무방비로 흐른다
그럭저럭 점심 때우고 발걸음 옮기세
이정표와 참존 화살표에 의지하며 내려왔는데 헐 ! 이기 뭔 사단인가
오던 길 정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쓴댄다
그래도 으짜겄냐 집에 갈라믄 가야재
궁시렁거리며 팍팍한 다리 옮긴다
길찾아 내려옴서도 자꾸 미심쩍어지는 길 노이로제에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체력으로
힘겨운 눈 들어 바라보니 저 험한 바위를 오르고 있는 참존님들 !
오메, 저그를 올라야쓴다고 ?
수리봉인가 뭔가도 눈에 들오지 않은채 바위를 기어올라섰다
한 컷 하는 친구가 부럽도다 나는 자세잡을 여력도 없으니.

이제부터 정말 내려가기만 하믄 된다한께 가보자
그런데 지금까지 동행하던 산행위원님 우리 기다리지도 않고 자취를 감췄네
이리갈까, 저리갈까
"대장니임~~~" 대답읎다
"풍경니~~~~~~~~임" 그래도 대답읎다
"전영서~~~~~~~~~~~~엉"
"어이"
오메 이 화상 자기 이름 부른께 대답하구만
그리하여 풍경따라 졸졸 내려온 것 까지는 좋았재 이제 임도다

참존 화살표따라 걷다보니 아무래도 미심쩍은데 체력좋은 저 남정네들 잘도 간다
물도 바닥나 캑캑댈 때 얼음물 나눠주시는 회원님 덕에 한 모금 나눠 겨우 입만 적시고..
아 ! 저기 저 길의 끝은 어디냐
아무도 대답하는 이 없이 ....
성냥 그어대면 확 불 붙을 것 같은 뜨거운 발바닥 통증이 온 몸의 고통으로 엄습해온다
아직도 체력이 남은 듯 들꽃이야기 나눠감서 감탄하는 풍경님과 친구에게 경의를...
앞서 왔던 여성회원이 철퍼덕 주저앉아 있다가 우리와 합세하다.
도대채 여긴 어디냐 차라도 불러타고 싶다
어쩌다 발견한 물에 잠깐 쉬어거면 좋으련만 저 남정네들 밉다 미뭐 그저 걸음만 재촉하시네
이젠 걸음도 지멋대로 스탬이 꼬인다 꼬여
그래도 가야써
이렇게 우린 마을에 도착하여 물 얻어 마시니 저 승강장에 우리 참존님들이 보인다

강아지야 너는 내 심정을 아느뇨
승강장 옆에 베낭 내던져놓고 옹색스럽게도 수로 밑으로 기어내려가 발을 담그니 이것도 감사로세
드뎌 구세주 버스가 도착하여 지친 몸 이끌어 그리운 송정계곡에 입성하다
옹색하게 흐르는 계곡물에 고통을 내려놓고 정신차려 보니
잔류팀들은 이 더위에 먹을거리 만드느라 비지땀 흘리고 있으니
아 ! 저 노릇도 산행 못지않아
산행 내내 그립던 수박 조각 얻어묵고나니 닭죽은 못 먹겠는데 배달까지 해주시는 고마움에 국물만 들이키고

무릎까지 철퍼덕 담가버렸다
그런데 야단났다
우리 뒤 후진이 아직 무소식에 날은 저물어가고
정신줄 나갔을 회장님 아픈 허리 안고 찾아가셨대네
빨리들 내려와얄텐데
빨리들 내려와얄텐데
내내 방방거리며 기다리는데 고맙게시리 무사히 귀환들 하셨다
늦었지만 아무 낙오자 없이, 사고 없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모든 세상살이가
열 번 잘하다 한 번만 못해도 그 못함에 인색하여 성토하고 서운해한다
1년 전, 2년 전, 3년 전 체험만 야그하지 말고
오늘 이 난리의 원인이 무엇이었나 돌이켜보면 앞으로 더 멋진 산행이 되겠지요?
나도 인자 내 맞춤형 산행을 해야쓰겄고요
그래도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었지요
첫댓글 풍경채 님, 대단혀요~ 군말씀 없이 부드러운 스텝 밟 듯, 잘도 걸으시던디,.
아침에 삐에로 회장의 유달산 수준이니, 2시간 거리이니,..ㅎ 산에선 믿을 말은 별로 없다는 걸, 아시는지?.
秋月山은 가을 산이 아니던가요? 우리 가을 날에 신명나게 추월산 오릅시다요~
지난 일은 추억이 됩니다. 함께의 산행, 즐거웠습니다.
제 뒷모습이 그 날 심정인 듯. 그 힘듬도 이내 추억이 되어 웃음이 실실. 아서요 추월산은 멀리 할랍니다
신발끈은 느슨하게 하지 말고 항상 제대로 꼭 매시길...
그렇게 하면 발바닥이 뜨거워지지 않습니당~~~. 수고(고생?) 많으셨구요.
늘보님 간만이네요 신발끈 참말입니까? 생강나무 꺾어 담은 주머니 갖고 갔는디요이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