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이 꽤 차네요. 시간이 흘러 바람이 차고, 햇살꼬리가 길어지는 것은 당연하니 즐겨야겠죠.
무엇을 하며 깊어가는 가을, 시작하는 겨울을 느끼고 싶으신지요?
오늘 이야기는,
1. 15시간, 토론에 빠지다.
2. 다사랑반 남학생의 날, 참사랑땀반 어울림의 날
3. 빼빼로 데이
4. 반찬을 더 받을 때 영근샘도 줄을 서야 한다.
입니다. 영근샘 토론편지는 저에게 쓰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게을러지려는 저에게 살아 있으니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고, 토론이든 무엇이든 학급경영에 정성을 더 쏟아야 한다는 말을 저에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선생님들께 토론과 함께 여러 교육 이야기를 나누고픈 마음이 더 크지만.^^ 이번 글도 읽어주신다면 저는 행복합니다.
1. 15시간, 토론에 빠지다.
지난 주말에는 구미에 있는 경북교육연수원에서 15시간 토론직무연수를 했습니다.
15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도 고민했지만 더 많은 생각은, '연수를 받으시는 분들께 무엇을 느끼게 하고 싶은가? 무엇을 알게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하길 원하는가?' 였습니다. 그러며 [토론이 별 거 아니구나.] [토론, 이렇게 하면 하면 되는구나.] [월요일 당장 하자.]는 정도로 생각하고서 준비했습니다.
토론이 무엇인가를 따지는 이론에서, 우리 반 토론교실문화까지 나눴습니다. 토론의 개요, 독서토론, 토론의 준비(입안), 대회토론 실습, 교실토론 실습, 참여형 수업 실습, 교실토론 사례, 토론교실문화로 15시간을 꾸렸습니다. 15시간이 긴 것 같지만, 우리아이토론은 소개도 못 했으니 길면서도 길지 않았답니다.
주말 시간 모두 쏟아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서 카페에 가입해주셨고, 여러 분들께서 전화기로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한 줄 한 줄 읽으며 감동하고 고마움이 큽니다. 실습이 많아 계속 듣고, 말하고, 써 힘드셨을 텐데 좋았다고 하니 행복합니다. 제가 강의하며, 도우며 봐도 선생님들 표정이 정말 행복 가득입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인천에서 퇴근 시간을 지나서까지 토론 강의를 했습니다. 그 분들도 그랬습니다. 듣고 싶은 열의와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는 행복이 가득 보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자발성입니다. 스스로 하고픈 동기가 있었기에 가능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동기가 필요한지도 느낍니다. 그러며 전담 이 시간을 마치고 만날 아이들에게 스스로 하고픈 마음을 어떻게 불어일으켜야할 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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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모든 선생님, 토론과 함께 한 15시간에 고맙습니다.
2. 다사랑반 남학생의 날, 참사랑땀반 어울림의 날
지난 주 목요일 수업을 마치고는 정순샘 학교로 바삐 갔습니다. 정순샘이 반 아이들과 남학생의 날 행사를 연다. 퇴근시간을 지난 5시부터 7시 반까지 한다. 나에게 부탁한 것은 축구 심판이다.(12년 조기축구회에서 감독까지 했으니 심판이야) 3학년 아이들인데 정말 잘 뛴다. 뛰며 넘어지는 아이, 자기 편이 진다고 울며 나가는 아이, 아이들보다 모르니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는 선생님. 모두 신나게 잘 뛴다. 축구로 해가 넘어가고 어둡다. 아이들도 교실로 들어간다. 교실에 들어가서는 도시락을 배 불리 먹는다. 먹는데 자기 것만 먹는 아이가 하나도 없다. 나눠 먹으면서 웃고 즐긴다. 이런 모습이 이 반 학급문화다. 다 먹은 아이들과 나는 노래한다. 배운 노래 몇 곡 부르고는 정순샘이 아이들과 스피드퀴즈를 하는데, 아이들은 무엇을 해도 참 좋아한다. 너무 늦지 않은 7시 30분에 아이들과 헤어지고 우리 둘도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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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요일 관내 선생님들께 학급어린이회의 진행을 보여드렸다. 회의 때 안건 중 하나가 상시평가를 마치고 놀러 가자는 것이었다. 그때 우리 반 아이들에게, "다음 주 금요일 수업 마치고 저녁까지 노는 시간을 가질게요." 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이번 주 금요일에 [어울림의 날] 이름으로 행사를 하기로 했다. 월요일 문자로 부모들에게 아이들 시간 조정을 부탁드렸다. 그리고 화요일 오늘 아이들과 금요일 행사 계획을 알렸다. 4시 40분(퇴근시간)에 만나 함께 운동장에서 놀고, 교실로 들어와서는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그뒤 행사는 비밀이라고 했다. 영화와 놀이와 노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몇 명이 오든 행사를 한다고 했는데, 오늘 올 사람 하고서 물으니 대부분 온단다. 금요일 우리 반 어울림의 날도 설렌다.
3. 빼빼로데이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맞는 방법
[찬반토론]
2015년 11월 6일
1교시 토론 준비를 확인하니, 많이 해 오지 않았다.
할 시간을 갖는다.
해 온 학생들도 컴퓨터실을 활용해 자료를 더 찾는다.
더 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은 끼리끼리 모여 짝토론을 자기들끼리 한다.
“저는 반대가 훨씬 길어요.” 하며 지나가던 수민이 다시 돌아오더니 나랑 한 판 하자고 한다.
나는 찬성, 수민이는 반대. 짝토론을 내 자리에서 했다.
2교시 토론한다.
짝토론을 한다. 나는 수빈이 앞에 앉았다. 31명이라 한 자리가 비어 그렇다. 찬성과 반대를 바꿔가며 두 판을 했다.
“선생님, 우리 전체토론해요.”
그런데 그러면 시간이 모자란다. 이야기도 나누고서 오후에 만들려면.
“그럼 자, 나를 중심으로 빙 둘러 책상을 돌리고 앉으세요.”
자리 정리를 마치고는, “자, 그럼 이번에는 난상토론할게요.” 했다.
아이들도 좋아한다.
찬성이 입론을 하고서 묻고 답하기는 아무 진행없이 그냥 한다. 이어서 반대도 마찬가지다.
토론을 마친다.
“그럼 우리 반은 빼빼로데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보세요.” 하고는 모두의 의견을 들었다.
5교시와 6교시 미술시간에 팻말을 만들었다. 도화지에 만들었다.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 그냥 도화지로 했는데, 도화지로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행사를 마치고 남는 것은 종이 뿐이니.
[빼빼로데이 바르게 알리기 운동]
2015년 11월 9월 월요일~11월 11일 수요일
아침에 8시 30분까지 올 사람은 오라고 했다.
빼빼로데이 바르게 알리기 운동을 한다고. 그런데 내가 잊고서 늦었다. 잔소리 들었다.
아이들은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오는 곳으로 가서 알리기 운동을 했다.
돌아와 쓴 글을 보니, 추웠지만 재미가 있었단다.
3일 동안 한다.
[빼빼로데이, 우리는 무엇을 할까?]
10일 화요일 내일 빼빼로데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했다. 9일 학생들 의견에서 가장 많았던 [마니또]를 하기로 했다. 마니또에게 줄 빼빼로만 가져오기로 했다. 나도 함께 한다. 그리고 연필깎기를 할 것이니 칼을 준비하라고 했다. 연필 서른한 자루는 내가 준비한다.
4. 반찬을 더 받을 때 영근샘도 줄을 서야 한다.
우리 반은 교실에서 밥을 먹는다. 밥친구와 나는 가장 먼저 밥을 받는다. 밥을 받고서는 내 자리에 둘이 앉아 함께 먹는다. 모두가 다 밥을 받고나면 밥이나 반찬을 더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나는 내 옆으로 가서 바로 받는다. 아이들은 더 받을 때도 줄을 선다. 1학기 때는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2학기 어느날 "선생님도 줄 서세요." 했다. 그때부터 나도 줄을 서서 받고 있다. 그러며, "나는 선생님인데 줄을 안 서도 되지 않니?" 하며 일부러 투정(?)을 부렸다. 그러며 학급회의에 안건으로 냈다. 그러며 토의했다.
이영근: 다시 받을 때 식판으로 가까이 가서 받고 싶은데, 줄을 서라고 하는데 마음껏 받고 싶다.
(2015년 10월 23일 군포양정초 5학년 3반)
[반박]
김민: 선생님도 우리 반 일원이니 특권을 누리는 것이라, 차별로 느껴진다.
김예솔: 규칙을 같이 지키면 좋겠다. 어른으로 인사는 인정하는데, 밥은 많이 먹으니 줄 서서 받는 게 맞다.
김보윤: 선생님도 우리와 같이 규칙을 지켜서 하면 좋다.
[의견 나누기]
고성훈: 우리를 가르치시니 그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
한장희: 선생님은 어른이고 가르치니 그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
이수빈: 선생님은 40분 동안 4시간 가르치니 더 힘들텐데 => 이재현: 한 번이라도 선생님과 수업하면서 힘든 적 없나?(수빈: 있다) 그것처럼 우리도 힘들다.
임현성: 선생님이 맨 처음 받을 때는 줄을 서고 받는데, 선생님이 더 받을 때는 줄 서는 게 힘드는 게 아니다. 특권이라 할 수 없고 더 받을 때 줄을 서야 한다.
김인희: 선생님은 받는 양도 마음껏 받고, 1학기에는 더 먹고 싶은 것도 권리를 누렸다. 2학기에는 양보해주면 좋겠다. -> 장수호: 1학기 때는 말하지 않다가, 요즘 그러는 것은 맞지 않다.
유지상: 선생님 때문에 못 받은 적은 없다. (-> 김민: 선생님과 밥친구가 먹어 못 받은 적 있다. => 한 장희: 아주 가끔 있는 일이다. => 김강민: 선생님이 착해서 그렇지 그냥 무시하고 받을 수 있다.)
영근샘: 조금씩 받을 테니 줄 서지 않고 받게 해 달라.
[결정]
찬성과 반대로 의견을 나눈다. 나는 눈을 감는다.
찬성: 줄 서서 받아야 한다. - 13명
반대: 줄 서서 받지 않아도 된다. - 18명
(나는 줄 서서 받아야 한다에 한 표를 던졌다.)
학생들은 내가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줄을 서서 받는다.
강민이가, "선생님은 줄을 안 서도 되잖아요?" 한다.
"그냥 너희들 마음이 고마워. 나도 서서 받을게."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AE2465641A1AF03)
첫댓글 ㅎㅎ~ 줄서라~ 너무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