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 쌈닭의 신나는 MTB 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SSamDak
2008년 9월 13일(토) 오늘은 큰 딸아이와 자전거를 타기로 한 날이다.
큰 딸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기로 몇 주전부터 약속을 했었다.
딸의 이름은 수진(秀珍)이다. 85년 4월 8일 태어났으니까 만으로 24살이다.
금년에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수진이가 태어나자마자 첫 딸을 얻은 기쁨과 함께 예쁜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고심했던 기억이 난다.
몇 일 동안 고심한 끝에 지어준 이름이 수(빼어날 秀)진(보배 珍)이다.
빼어난 보석처럼 빛나고 아름답게 잘 살기를 바라는 뭐 그런 뜻이다.
나에게는 아이들이 셋이 있다. 큰애가 수진이고, 둘째는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혜미(딸),
막내가 머슴애로 현재 재수를 하고 있는 승환이다.
아이들 셋을 언제 키웠는지도 모르게 벌써 훌쩍 커버려 이제는 안아주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세월이 그만큼 많이 흐른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먹고살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함께 놀아주지 못하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학원이다, 과외다 공부하느라고 시간이 없어 놀아주지 못하고...
이래 저래 아이들과 함께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과 함게 큰 짐으로 남아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대학교를 들어가니 시간도 없지만 부모와 함께 다니는 것을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우리 부부는 주말이면 거의 동호회에 나가 자전거를 타면서 나름대로의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더 없어졌다. 얼마전부터 나의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들도 조금 있으면 결혼을 할텐데.. 몇 년만 있으면 내 곁을 떠나 갈텐데.. 그때 가면 정말로 함께 할 시간이 없을텐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끝에 내가 좋아하고 운동도 할 수 있는 자전거를 통해서 아이들과 좀더 가까워지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내한테 얘기하자 좋은 생각이란다.
서론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아무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큰 딸아이와 난생처음 라이딩을 하기로 하였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아침 8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아이들 방을 들여다보니 한참 단잠에 빠져 있었다.
아내가 어젯밤 수진이가 늦게 들어왔다고 귀띔을 해준다.
수진이를 깨웠다. "수진아~ 아빠하고 자전거 타러 가야지?!" 잠에 취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얼른 일어나 세수하고 밥먹고 자전거 타러 나가자."
요즘 아내는 몇주전 라이딩 중 부상으로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지만 오늘은 내일 추석 차례음식을 만들러 큰형님댁엘 가야 한다.
아내는 아침을 차려준 후 자전거를 조심해서 타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는 애를 데리고 동호회에 나가서 타는 식으로 하지말고 제발좀 조심해서 타라고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아내가 큰 형님댁엘 가고 아침식사를 한 후 나는 라이딩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우선 자전거 타이어 공기압 체크, 수통에 얼음물 채우기 등등... 아내와 라이딩하러 나갈 때 모든 준비는 나의 몫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아내는 자기가 자전거 타고난 후 옷 세탁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라이딩 준비는 내가 해야 한단다.
그럴 듯한 논리이지만 사실은 옷 세탁이 훨씬 쉽다. 그냥 세제 풀어 주물주물 해서 탈수시켜 건조대에 널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라이딩 준비는 물론 라이딩 후 자전거 2대를 세차하고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여하튼 라이딩 준비와 자전거에 관련된 것은 모두 나의 담당이다.
수진이에게 아내가 입었던 자전거 복장을 그대로 입혀보고 싶었다. 어젯 저녁에 딸아이한테 옷을 입어보라고 권하자 싫단다.
그런 옷을 어떻게 입느냐는 것이다. 그럴만도 하다. 나도 그랬고, 아내도 처음에는 그 옷을 입지 못했으니까...
그럼 옷은 그만두더라도 헬멧은 써야한다고 일러 두었다. 아침에 다시 아내가 입었던 옷을 골라주고 입어 보라고 권하자
조금 망설이더니 아빠가 자전거 유니폼을 입고 타는데 나만 평상복을 입고 같이 자전거를 타면 이상할거라면서 입겠단다.
역시 젊은 애들이라 그런지 적응이 빠른 것 같다.
수진이가 제 방에서 아내가 입었던 옷을 입고 나왔다. 몸매가 날씬해서 그런지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헬멧과 고글까지 씌워보니 더욱 멋져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누가 봐도 초보자로 보지는 않겠다..ㅎㅎ(나의 욕심이지..)
자전거를 가지고 대문을 나서는데 이층 사시는 부부가 우릴 보더니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보기 즣으네요. 자전거 같이 타러 나가시나봐요." 조금은 겸연쩍었다.
씨익 웃으며 "네 딸아이 한테 자전거 좀 가르쳐 보려구요..ㅎ", "네 잘 다녀오세요." 인사를 나눈 후
인근에 있는 금천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우선 도로에 나가기전에 수진이가 어느정도 자전거를 타는지 테스트 해보고, 기초를 가르쳐주기 위해서다.
운동장에서 수진이가 자전거를 타는 걸 보니 모든게 엉망이다. 비틀비틀 곧 쓰러질 것 같이 불안하다. 자전거 안장높이를 낮추고, 앞뒤 브레이크 위치와 잡는 법, 기어 넣는 법 등 기초적인 것을 가르쳐주고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아보도록 시켰다.
처음에는 불안해 보이더니 이내 적응을 잘 해나가는 것 같았다.
몇 바퀴를 돌고 있는데 테니스 라켓을 둘러멘 50대 중반의 아저씨가 서서 수진이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아니 이게 누구여 한선생 아니여?" 수진이가 깜짝 놀란다.
"선생님 어쩐 일이세요.", "응 테니스 치러왔지 근데 언제부터 이렇게 멋있는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능겨?"
처음에는 몰랐는데 수진의 목소리를 듣고 알아 봤단다.
수진이가 쑥스러워 한다. "오늘 처음 아빠랑 나왔어요. 저의 아빠세요" 하면서 나를 선생님에게 소개시켜 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수진이 아빠입니다." 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악수를 하면서 그 선생님 왈~ "아니 수진이 아빠면 나하고 나이가 비슷할 텐데.. 왜 이렇게 젊으세요?
아빠가 아니고 오빠인 줄 알았네" 하시면서 너스레를 떠신다.
자전거를 타면 모두 젊어보이는가 보다.. 나름 기분이 좋았다..ㅎㅎ
나중에 물어봤는데 그 선생님은 수진이가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 분교장님이시란다..
운동장을 몇 바퀴 더 돌고나서 나와 딸아이는 무심천 자전거도로로 향했다.
난 주말이면 늘 아내와 함께 라이딩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딸아이와 라이딩을 하러 간다. 딸아이와 함께 라이딩하는 기분은 좀 색달랐다.
꽃다리를 지나 무심천 자전거도로로 가는 길가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 있었고, 청명하고 높은 가을하늘과 시원한 바람까지 불었다.
무심천 자전거도로에 도착해서 다시 한번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도로는 명절밑이라 그런지 자전거 타는 사람도 없고, 보행자도 없이 아주 한적하였다.
자전거를 타는 중간 중간 수진이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라이딩을 즐겼다.
수진이도 마냥 즐거워 하며 마치 어린애 처럼 좋아했다.
로라스케이트장에 도착해서 잠시 쉬면서 물 한모금을 마셨다.
수진이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사실 수진이가 크고 난 뒤로는 함께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아이들과 카메라를 들고 나와 무심천의 정취를 즐기고 있는 40대 아저씨를 발견했다.
"아저씨 사진 한번만 찍어 주실래요?" 우리 두 사람의 자전거 복장을 유심히 보더니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그 아저씨의 도움을 빌려 사진 한 컷 찰칵~ 딸 아이와 나의 소중한 추억의 사진이 될 것이다.
먼 훗날 내가 늙었을 때 딸 아이와 함께 이 사진을 같이 보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이제 수진이도 제법 자전거에 익숙해진 것 같다.
"아빠하고 신나게 달려 볼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고 속도가 29km를 넘어간다. 수진이도 은근히 속도감을 즐기는 것 같았다.
누구나 자전거에 올라타면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게 사람들의 심리인가 보다..
요즘의 나를 봐도 잘 알수 있을 것 같다.
저전거도로는 중간에 끊어진 턱만 없으면 참 잘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아내와 처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할 때에는 주로 이 자전거도로를 이용했었다. 그 당시에 자전거를 타다 만난 사람으로부터 산에 한번 가보란 권유를 받고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 자전거를 타고 산으로 가지?"
오늘은 옥산까지 연장된 자전거 도로 끝까지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수진이에게 무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딸 아이에게 물어봤다. "수진아 힘들면 말해 중간에 돌아가면 되니까.." 수진이는 궨찮다면서 별로 힘든 기색없이 잘 따라왔다.
새로 이어진 자전거도로는 기존의 도로보다 끊어진 턱도 없고 노면 상태가 양호하여 라이딩하기엔 쾌적하였다.
가을햇살이지만 내려쬐는 햇빛은 강렬했다. 제법 땀이 흐른다. 땀을 흘리면서 자전거 타는 맛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수진이가 목이 마른지 연신 물을 마신다.
수진이와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가다보니 어느새 자전거도로 끝에 다다랐다.
자전거도로는 옥산쪽을 향해 계속 연장 공사중이었다. 자전거도로에는 그늘도 없이 쉴만한 곳이 없었다.
물 한모금을 마시고 숨을 돌린 후 바로 집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지 마음이 홀가분해서 속도를 조금 높였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따라오던 수진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앗 아빠~ !" 앞바퀴가 도로 오른 쪽 턱에 걸려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이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다보는 순간 내 몸이 공중으로 붕 떠 올랐다.
"어 내 몸이 공중으로 왜 뜨지?" 하는 순간 나는 자전거와 함께 앞으로 한바퀴를 굴러 나둥그러졌다.
수진이가 넘어지는 비명소리를 듣고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앞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잡았던 것이다. 앞 브레이크를 잡았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데 너무 강하게 잡은 것이다. 이런~ 아직도 앞브레이크 잡을 줄 몰라 넘어지다니...ㅉㅉㅉ
넘어지는 순간 벌떡 일어나 수진이한테로 달려갔다. "수진아 궨찮니? 다친데는 없니?"
수진이는 다행히도 도로 옆 풀숲으로 넘어져 아무런 부상이 없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 내리고 나니 그제서야 왼쪽 어깨와 팔꿈치, 손목에 통증이 몰려왔다.
왼쪽 팔꿈치가 까져서 피가 흐르고, 무릅과 손바닥에도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다. 몸을 움직여보니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수진이가 내 팔꿈치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더니 "아빠 궨찮아?" 하면서 안쓰러워 한다. 이 것이 부녀지간의 정인가 보다.
수진이와 서로를 쳐다보며 한참동안 안도의 웃음을 웃었다.
다시 집으로 향했다. 다리 밑 그늘에서 쉬고 있을 때 외국 노인 한분이 자전거를 타고 오다 우릴 보더니 뭐라고 영어로 얘기를 하는데 당췌 뭔 소린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수진이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같았다. 대략 짐작컨데 자전거도로의 길이가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 지 물어보는 같다. 역시 영어를 모르니 대답을 할 수 없어 손짓 발짓으로 알려주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너무도 맑고 푸르렀다. 그야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길 옆에는 가녀린 코스모스도 한가롭게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수진아 우리 사진 한장 찍고 갈까?"
자전거에서 내려 있는 폼, 없는 폼 잡아보며 코스모스와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마음속으로 수진이에게 얘기 했다. "아빠가 앞으로 너희들과 함께 이런 시간을 많이 갖도록 노력할 께....."
라이딩이 거의 끝나갈 무렵 수진이게 물었다. "수진아 아빠하고 점심먹고 갈까?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냉면을 먹고 싶단다. 난 시원한 막걸리가 먹고 싶은데.. 역시 세대차이인가 보다..ㅎㅎ
주변에 자전거를 들여 놓고 냉면 먹을 식당을 생각해봐도 마땅한 식당이 없어보였다.
세숫대야 냉면도 그렇고, 금천동에 있는 만수정도 자전거를 들여놓을 만한 공간이 없는 식당들이다.
수진이에게 제안을 했다. "그러면 아빠하고 청운중학교 옆에 있는 우정손두부에 가서 두부하고 막걸리 한잔하고 집에 가서 냉면 시켜먹자."
처음으로 큰 딸아이와 함께 식당에 마주앉았다. 우리가족 모두가 함께 외식을 하긴 했어도 이렇게 딸아이와 단둘이서 자리를 함께 해보긴 처음이다.
수진이는 시원한 사이다를 나는 시원한 막걸리를 한잔씩 나누면서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아~ 나도 이제 좋은 아빠가 되려는가 보다...."
오늘 라이딩 거리 30km.. 초가을의 정취를 만끽한 기분좋은 하루였다.......
"수진아 다음에 아빠랑 자전거 또 타자~"
--- 여러분들도 자녀들과 함께 라이딩을 즐겨 보세요. 또 다른 맛이 있을 겁니다. ---

첫댓글 부럽습니다....폼은 닭살님보다 훨씬 세련되고 고수의 풍미를 느끼게 하는군요...콧매는 아버지 빼다 박았군요...
정겨운 부녀지간~~말할 수 없이 좋습니다..우리 딸은 이번에 아빠를 10년 젊게 만든다고 무려 800여개에 달하는 흰머리를 뽑아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딸을 대하는 마음이 점차 달라지는군요.
수진이 오랫만에 보네~ 그새 더 예뻐졌어~ ^^
멋진 추석을보내셨군요-- 수진이가 엄마 아바를 절묘하게닮앗네요--
부럽습니다 멋진 아빠시네요...저도 함 해봐야겠네요...ㅋㅋ
멋있습니다. 부전녀전~~~ 정모에 함께오세요.
모범생이십니다.....난 눈이 나빠요 라이딩스타일이 흡사합니다(닭살님과)
부럽습니다..넘 예쁜 따님을 두셨네요..
가끔은 애들하고 타야겠네요 우리 막내가 내 mtb 만 보면 침을 꼴깍합니다 따님도 잘 타겠는데요 그림이 너무 좋아요...
자상한남편에 지혜로운 아버지상을 다가추었네요.. 사진과글에서 행복이 넘치네요 ..부럽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