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친 눈망울에 콩깍지 씌어놓고
손에 물 안 묻히고 살게 한다
맹세 아닌 맹세
무지갯빛 고운 사랑 허리춤에 걸쳐 놓고
백년가약
한두고 개 넘다 보니
꽃길 아닌
가시밭길 등짐만 가득하더라
험한 길 헤쳐가며
아무리 노력하고 살아보려
애를 써도
세상사 부딪치니
그릇이 깨지고 칠팔월
천둥·번개가 일상으로 돼버렸네
분수를 알아야 복이 따르지 정을 주어도
사랑을 모른다면 어이 기쁠까
번뇌가 태산이오
천근만근 등짐에 다리가 휘청이니
이내 신세 한탄 눈물
장마 통에 범람하네
아이고 내 팔자야
능력 없는 서방 잡고
악에 받쳐 발길질에
잘된 친구 알고 보니
돈 많아도 번뇌가 태산이요
욕심에 눈물이 바다일세
가진 것 없어도
알고 보면 우리 가제일 이지
티격태격 상처 속에
못할 짓이 무엇 있나
만족하면 천국이요 불평불만 지옥이라
돈 못 버는 이내 신세 마음 고통 뉘 알리오
그 돈으로 알뜰 살림 힘에 겨워
부뚜막에 쏟은 눈물 한강수라 배 띄웠소
아문 상 처바른 약은 어이 태산 비하겠소
새끼 위해 참고 참아
하고 싶은 짓거리가 얼마나 많았던가
방구석 부뚜막을 못 떠나는
당신 앞에
못다 한 약속 아닌 약속은
곱던 얼굴 시린 바람 찬 서리에
서 리꽃이 되었구려
황무지에 뿌리 묻고 살아온 당신
세상 권세 다 주어도 당신 하나 못 지키면
허공 속에 풀 뿌리오
가시밭길 상처여도
당신 말고 뉘 있으리오
팔자 고쳐 떠나려니 웬 수 같은 당신
눈에 밟혀
숨가파도 숨 고르며
살아온 고개 돌아보며
집어던진 콩깍지 다시 쓰고
아웅다웅 고갯길을
사랑, 사랑 사랑하며
바보처럼 웃으면서
걷는 마눌 이 세상 다 준다 해도
당신만은 못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