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인가 싶더니 어느새 뼛속 스미는
찬바람 같은 무심한 세월은 나목에
울음처럼 삭막해진다.
엊그제가 책 보따리에 덜거덕거리는
도시락 장단이 어우러져
어깨에 메고 뛰던 그 시절
보릿고개 넘나들던 주린 배는 산과 들로
보리 청태가 지나간 추억일 뿐이다.
주판알이 시대를 건너는 징검다리
계산기·컴퓨터로 바쁜 걸음은
촉새가 황새걸음 쫒다 물에빠지는
모바일 세대가 되었다.
젊은이들에겐 더없이 편하지만
꼬부라진 손가락은 옛 시절 습관에
익숙해져 적응하기 어찌 벅차지 않으리
편하디편한 세상이지만 컴맹에겐 불편하고
누군가 도움 없이는 눈뜬장님이다.
예의범절은 당시 사전에 단어로
변해버렸고
집에서 손수 치르던 대소사를 당연시하며
살아왔는데
지나온 삶 이 아득한 전설처럼 변했다
요즘에디지털이 아날로그
세대를 꼰대라고 비웃는 컴맹
검정 고무신에 책 보따리
배고픔을 알고
굶주린 배 움켜쥐며 달래던 마지막 세대
이제라도
얼마지 않은 세월 컴도 모바일도 열심히 배워야
눈총에 베일이 조금은 사라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