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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자살(임춘식교수) 문제제기
생애주기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아통합을 추구하고 죽음의 질에 관하여 생각해야 할 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 동안의 노인자살율의 급증한 증가추세는 노인인구가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과 노인의 삶의 질의 열악성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1994년 65세 이상 자살인구는 510명으로써 전체 자살인구의 12.1%이었으나, 1999년에는 1,139명으로써 전체 자살인구의 16.1%, 2004년도에는 3,189명으로써 전체 자살인구의 27.7%수준에 이르고 있다.
매년 노인 자살문제가 심각하게 증가하고 최근에는 전체 자살인구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자살은 청소년 자살에 비해 사회적으로 별반 주목을 받지 못하며 관련된 연구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것은 노인문제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사회적 은폐의 경향 또는 사회가 노인의 자살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김형수, 2000), 노인에 대한 다른 유형의 차별적 성향(김 욱, 2002)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자살은 자살생각, 자살시도, 완성된 자살인 자살행위로 구분되는 하나의 과정으로 설명되어진다(Beck, Kovacs와 Weissman, 1979). 비록 자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반드시 자살 시도를 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자살생각은 이후에 보일 자살 행위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으며 자살 생각을 많이 할수록 자살 시도의 위험이 증가한다(신민섭, 1993; Beck 등, 1979)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자살생각에 관련된 요인을 규명하는 작업은 예방적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의 자살이 종종 단일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반하여 노인자살의 원인은 복합적이어서(McIntosh, 1995), 그 현상을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여러 선행연구(김형수, 2002a; 박순천, 2005; 배지연·김원형·윤경아, 2005; 이신영, 2004; Waerm, Rubenowitz, & Wihelmson, 2003)에 의하면 노인의 자살은 성별, 일 역할의 상실, 건강악화, 만성질환, 신체적·정신적 장애, 사회관계 범위의 축소, 배우자의 상실, 경제적 불안정, 가족불화 및 갈등, 사회지지 또는 통합, 우울 등의 요인에 의해 설명된다. 특히 우울은 노인 자살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김형수, 2002a; 배지연 등, 2005; Conwell, 1997; Conwell, Caine & Olson, 1990; Waern 등, 2003), 성별도 노인자살의 강력한 예측변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박순천, 2005 등).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종합적이고 통합적으로 검증되기 보다는 연구자의 이론적 관점에 따라 부분적으로 선택·검증되고 있어서, 노인의 자살생각에 작용하는 이들 변인들의 영향력의 유의미성이나 상대적인 중요성은 연구마다 각각 다른 결과를 나타내어 노인의 자살생각을 설명하는 요인으로서 객관적인 타당성이 약화되게 된다. 그러는가 하면 건강상태, 가족 및 지역사회통합 변인 등이 우울을 매개로 하여 노인 자살생각에 간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주장(김형수, 2002a)도 제기되고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유의성의 소멸관계를 파악하는데 한계를 갖는다.
이와 같은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살생각에 대한 사회적 관점과 심리적 관점을 종합하여 이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을 단계적으로 투입하면서, 이들 변인들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유의미한 영향력의 소멸관계나 상대적인 중요성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사회학적 관점과 심리학적 관점에 근거한 관련 요인을 연계하여 종합적이고 통합적으로 검증하면서, 위계적인 회귀분석을 통해서 우울이나 기타 관련 변인들이 농촌노인의 자살생각에 미치는 유의미한 영향력의 소멸관계나 상대적인 중요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아울러 노인 자살의 예방적인 차원의 정책 방안들을 모색하여 제안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상대적으로 제한되어있는 노인자살에 관한 연구를 사회적 소외계층이라 할 수 있는 농촌노인을 대상으로 하여 수행하면서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고 예방적 차원의 정책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Ⅱ.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고찰
1. 자살생각의 개념
자살에 대한 개념정의는 학자들마다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지만 Beck, Kovacs와 Weissman(1979)은 자살을 자살생각, 자살시도, 완성된 자살로 이어지는 자살행위로 구분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았다. 일반적으로 노인자살도 자살생각에서 부터 자살시도, 자살행위에 이르는 연속적인 스팩트럼(spectrum)으로 이해되고 있다. 여기에서 자살행위는 자기 스스로 만든 죽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이 끝남을 뜻한다. 자살시도는 자신을 파괴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고의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동을 의미하는데, 자살과 같이 정의할 수 있으나 다만 죽음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자살생각(suicidal ideation)은 자살을 행하는 것에 대한 생각으로 정의할 수 있다(White, 1982; 최태산, 1997에서 재인용).
이와 같이 연속적인 과정으로서의 자살의 개념에 대한 이해는 자살을 고립된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복잡하고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살의 경향성, 자살행동의 우발요인, 자살 위험도 측정 등에 대한 연구를 가능케 하고 있다(장순환, 2002). 자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반드시 자살 시도를 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이후에 보일 자살 행위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으며, 자살 생각을 많이 할수록 자살 시도의 위험이 증가한다(신민섭, 1993; Beck 등, 1979). 또한 노인층에서의 자살 완성율은 자살미수와는 다르게 그 어느 연령층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McIntosh, 1995). 그리하여 다른 연령층에서의 자살은 대부분이 충동적인 행위의 결과이지만 노인자살은 일정기간동안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필사적 해결대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자살생각은 자살을 행하는 것에 대한 고려나 충동이며, 자살생각과 자살행위는 정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정의하여 접근하고자 한다.
2. 노인자살의 이론적 관점
자살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Durkheim으로부터 시작되어 개인이 접하고 있는 생활조건이 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회학적 입장과, Freud이후 나타난 개인심리의 내적인 특성으로 자살을 이해하는 심리학적 입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노인자살의 사회학적 접근은 교환이론과 사회통합이론의 시각으로 분류되어 설명되어진다. 교환이론에 의하면 현대화에 의해 노인의 지위가 하락되고 자원이 상실됨으로써 노인들이 타자들과의 교환관계 과정속에서 호혜성의 원칙을 유지하지 못해 결국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약해져 자살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김형수, 2000). 경제적 여건이나 건강상태 등의 요인들은 교환이론의 관점에서 설명되어 지는 노인자살 관련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사회통합이론에 의하면 자살은 개인이 속한 사회집단의 통합정도에 반비례하여 발생한다. 노인들은 정년과 더불어 사회조직과 거기에 부여된 각종 역할을 상실하고, 가족관계와 동료들과의 예전의 관계망이 점차 축소되며, 배우자나 신체능력 혹은 수입 등의 상실로 주어진 사회집단으로의 통합이 점차 약화되게 된다. 가족지지나 부양, 지역사회활동 등과 같은 요인들은 사회통합이론의 관점에서 설명되어 지는 노인자살 관련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학적 접근은 개인이 갖는 내적인 정신상태나 특성을 간과하여 이와 관련된 요인만으로 자살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기존의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노인들은 사회결집력의 붕괴 또는 약화로 말미암은 소외감과 외로움과 같은 부정적 심리상태에 봉착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반응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Bonner과 Rich, 1987). 노인자살의 심리학적 접근은 주로 우울증과의 관련성에 초점을 두고 연구가 행해졌다(김형수, 2002b). 노인자살에 있어서 우울증이 단일요인으로는 가장 결정적인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배지연, 2005; Conwell 등, 1990; NIH, 1992)에서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사회학적 접근이 갖는 제한성과 마찬가지로, 심리학적 접근도 개인적 특성만을 설명하기 때문에 노인자살에 대한 사회환경적 요인을 포함하여 설명하는 데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사회학적 접근과 심리학적 접근 모두를 포함하는 차원에서 농촌노인의 자살생각에 관해 접근하고자 한다.
3. 노년기 우울특성과 자살생각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우울증상을 경험할 수 있지만 노년기는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이다. 그러나 노년기 우울증은 신체적 질환과 같은 가시적인 결과로 그 중요성과 심각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으며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이유와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조맹제·홍진표, 2000). 노년기 우울증은 생물학적 요인이나 청·장년 시절부터 갖고 있던 우울증상이 재발한 조발성 우울증이라기 보다는 노년기에 당면하는 여러 가지 상실 즉 배우자의 죽음, 직업과 지위의 상실, 수입의 감소, 신체적 건강의 약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발성 우울증인 경우가 많다(이민수, 1998).
노인의 우울증은 무기력감(helplessness)과 절망감(hopelessness)을 그 특징으로 한다(Osgood, 1984; 박순천, 2005에서 재인용). 무기력이란 개인들이 중요한 생활사건에 대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경험하는 특성을 지닌다. 절망감이란 미래에 부정적인 생각, 즉 자신이나 어느 누구도 불행이나 고통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심리적 상태라고 보고 있다. Karl Menninger(1938)는 노인자살을 죽고 싶은 욕구(wish to die)의 결과로 특징지우고 있으며, 그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절망감을 제시하고 있다. 즉 무기력과 절망감으로 특징 지워지는 노년기 우울경험은 자살에 대한 생각 또는 자살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자살을 시도하는 노인의 40%에서 80%가 우울증상이 있다고 주장했다(Conwell, 1997; NIH, 1992). 또한 노인의 자살이나 자살생각에 있어서 우울증이 단일요인으로는 가장 결정적인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결과를 통하여 경험적으로 입증되었다(김형수, 2002a; 배지연 등, 2005; Conwell, 1997; Conwell 등, 1990; Waern 등, 2003).
4. 농촌노인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농촌노인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인을 설정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고찰한 결과 박순천(2005)은 노인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으로 성별, 연령, 종교참여정도, 거주가구유형, 학력, 건강상실, 경제적 상실, 소중한 이의 상실, 우울, 사회적 지지(정서, 정보, 물질, 평가적 지지)를 설정하였다. 배지연 등(2005)은 성별, 연령, 결혼상태, 종교, 교육정도, 가족형태, 경제활동 유무, 경제적 수준, 주관적 건강, 만성질환 유무, 가족응집, 사회적 지지, 사회활동 참여, 노인차별인식, 우울을 노인의 자살생각과 관련된 변인으로 규정하여 접근하였다. 김형수(2002a)는 우울변인과 함께 교환자원으로 건강상태와 경제상태 변인이, 사회통합으로 가족통합과 지역사회통합 변인이 노인의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해 규명하였다. Waerm 등(2003)에 의하면 가족간의 갈등, 신체적 질병, 고독감, 우울증이 노인자살의 중요한 예측요인이었다.
이를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농촌노인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거주가구유형·성별·종교유무·교육수준·경제적 수준·신체적 건강수준·정신적 건강수준의 사회인구학적 변인, 자아존중감·자기노출 정도의 개인 변인, 자녀의 정서적 지지·가족관계 신념·지역사회행사 참여정도의 사회관계 변인, 그리고 우울변인으로 설정하였다. 역할상실은 노년기 발달과업 및 노인의 자살을 설명하는 변인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농촌노인들은 그들의 생애주기동안 비자발적인 퇴직과 같은 역할상실은 경험하지 않고 그들이 원할때는 언제든지 본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노인들 보다 역할 축소의 범위가 적다(양순미·홍숙자, 2003)는 점을 고려하여 경제활동 유무나 사회활동 유무 등의 변인은 농촌노인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탐색변인의 범주에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농촌노인들의 사회통합을 유지하는 주요 매체인 경로당 등의 지역사회 행사참여 정도 변인을 농촌노인의 자살을 예측하는 변인에 포함하여 접근하고자 하였다.
1) 사회인구학적인 변인
이신영(2004)에 의하면 성별은 노인 자살의 가장 강력한 예측변인 중의 하나로써, 남성노인이 여성노인보다 자살위험이 높다고 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2004년에 1,918명의 남성노인과 1,271명의 여성노인이 자살함으로써 남성노인의 자살자는 여성노인보다 약 1.5배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자살생각에 대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남성노인보다 여성노인의 자살생각이 유의하게 높거나(김형수, 2002a) 또는 성별에 따른 차이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박순천, 2005). 따라서 성별에 따른 자살과 자살생각 수준의 차이는 상이한 양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배지연 등(2005)의 연구에서는 성별이 노인의 자살생각에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는 반면에, 유의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연구결과(박순천, 2005)도 있어 이의 관계를 본 연구에서 규명해 보고자 한다.
김형수(2002a)의 연구에 의하면 노인이 홀로 지내는 경우와 동거하는 경우 자살생각에 있어서 유의한 차이가 있으나 박순천(2005)에 의하면 이러한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 배지연 등(2005)에 의하면 독신 또는 동거에 따른 거주가구유형은 노인의 자살생각에 유의하게 작용하지 않았다.김형수(2002a)나 Maris(1981; 김형수b, 2002에서 재인용)에 의하면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자살생각이 높거나, 낮은 지위에 속하는 직업에서 종사할수록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수준에 따른 노인 자살생각 수준은 유의한 차이가 없으며(박순천, 2005), 노인자살생각에 유의하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배지연 등, 2005; 박순천, 2005)도 있어 본 연구에서 이를 검증해 보고자 한다.
주관적 경제수준에 대한 인식 정도와 자살생각의 차이를 규명한 연구(박순천, 2005)에 의하면 집단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김형수(2002a)에 의하면 생활수준의 정도에 따라 자살생각은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또한 박순천(2005), 배지연 등(2005)의 연구에 의하면 경제상실이나 경제상태가 노인의 자살생각에 유의하게 작용하지 않았으나(박순천, 2005; 배지연 등, 2005), 김형수(2002a)의 연구에 의하면 생활수준이 자살생각에 유의하게 작용하였다.건강상태나 건강상실이 노인의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배지연 등(2005)의 연구에서는 부적으로 유의하게 작용하였으나, 김형수(2002a)와 박순천(2005)의 연구에서는 유의하지 않았다. 한편 박순천(2005)의 연구에 의하면 주관적 건강상태 인식에 따른 자살생각의 차이는 유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