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X3K3sVSg5gA?si=KrX-xQxpFDFkUaEc
[곡 탄생 비화] 마지막 폭스트롯 (The Last Foxtrot)
1. 엇갈린 시작과 '노란 드레스'
제가 춤을 배우자 처음엔 "춤바람난다"며 이혼 서류까지 내밀며 반대했던 아내는, 저의 진심을 확인한 후 저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어려운 형편에 값비싼 드레스를 사달라는 말 대신, 두 달간 밤을 새워 노란 실로 직접 뜨개질한 '세상에 하나뿐인 드레스'를 지어 입고 함께 댄스 대회까지 나갔습니다.
2. 이별을 암시하는 아내의 말에 "오래 살라"고 화를 낸 남편
평소 약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한 줌의 알약을 삼키던 아내는 어느 날 아무래도 오래 못 살 것 같다며 "나 죽으면 예쁜 파트너 구해서 춤추라"고 모진 농담을 던졌습니다. 이에 저는 젊은 사람이 재수 없는 소리 한다면서 "오래 살라"고 퉁명스럽게 화를 냈습니다.
3. 마지막 무대: 임영웅의 '바램'과 폭스트롯
부부 댄스동호회 라메르 클럽 연말 파티 시범 발표를 위해 우리 두 사람은 빠르고 화려한 자이브와 퀵스텝이 결합된 작품을 연습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내에게 뇌경색이 찾아온 뒤, 빠른 음악 대신 느리고 부드러운 폭스트롯으로 종목을 바꿨습니다. 호텔 연말 파티에서 둘은 임영웅의 ‘바램’에 맞추어 멋진 폭스트롯을 추었습니다. 그 춤이 결국 이승에서의 마지막 무대가 되었습니다.
4. '님아, 그 춤을 멈추지 마오'
생전에 저는, 댄스 경기 후 대회 동영상을 보며 자신의 춤에 감동하는 아내에게 "40년 뒤에 우리 인생을 다큐멘터리로 찍자"며 '님아, 그 춤을 멈추지 마오'라고 제목까지 미리 지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일곱 살이나 어린 나이에 먼저 짐을 싸서 하늘나라로 떠났고, 그 제목은 미완의 시나리오로 남았습니다.
5. 재회의 기약: 엔딩 크레딧은 없다
아내는 양산의 신불산 공원묘지 양지바른 곳에 수목장으로 묻혔습니다. 저는 이제 혼자 남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무대에서 아내의 손을 잡고 다시 춤출 날을 꿈꾸며 이 가사를 지었습니다.
<마지막 폭스트롯>은 먼저 떠난 영원한 파트너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사모곡입니다. 경쾌한 폭스트롯 리듬 속에 숨겨진 애절한 선율은, 아내를 잃고 멈춰버린 음악 앞에 서 있는 한 남자의 고독을 그려냅니다. 하지만 노래는 슬픔에 머물지 않습니다. 엔딩 크레딧을 올리지 않은 채, 언젠가 다시 만날 무대에서 노란 드레스를 입은 아내와 다시 춤출 그날을 기다리는 희망의 기도를 건넵니다.
마지막 폭스트롯 (The Last Foxtrot)
(1절)
거울 속 우리 둘은 참 예뻤지요.
맞잡은 두 손은 떼어놓을 줄 몰랐죠
철없는 농담으로 이별을 말하던 당신에게
난 더 퉁명스럽게 오래 살라 화를 냈어요.
행복의 정점에서 시계가 멈추고
가벼운 스텝 위로 그림자가 내려앉던 날
우린 화려한 조명 대신 서로의 눈동자를 보며
느리고 낮은 선율에 몸을 기댔지요.
(후렴)
내 손에 쥐어준 게 너무나 많아서
당신 가녀린 손바닥이 그렇게 아팠나요
세상의 거센 바람 내가 다 막아주지 못해
당신은 나 대신 삶의 무게를 지고 갔나요
마지막 무대, 마지막 포옹
우린 늙어가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익어간다고
귓가에 속삭이며 울며 췄던 폭스트롯
(2절)
당신이 남겨놓은 노란 드레스 한 벌이
주인 없는 방안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짐도 다 못 싸고 갔나요
예쁜 사람 만나 춤추라는 모진 말만 남기고
양지바른 언덕에 나무 한 그루 심어두고
바람이 불 때마다 당신 손이라 생각합니다
"님아, 그 춤을 멈추지 마오" 약속했는데
홀로 남은 댄서는 멈춘 음악 앞에 서 있네요
(브릿지)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
그 한마디가 당신에겐 꽃길이었다는데
나는 왜 이제야 빈 하늘을 향해서만
목이 메도록 그 이름을 불러보는지
(후렴 반복)
내 손에 쥐어준 게 너무나 많아서
당신 가녀린 손바닥이 그렇게 아팠나요
세상의 거센 바람 내가 다 막아주지 못해
당신은 나 대신 삶의 무게를 지고 갔나요
마지막 무대, 마지막 포옹
우린 늙어가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익어간다고
귓가에 속삭이며 울며 췄던 폭스트롯
(아웃로)
노란 빛으로 물든 우리들의 영화
엔딩 크레딧은 아직 올리지 않을게요
머지않아 다시 만날 그날의 무대에서
다시 한번 당신 손잡고 춤을 출 테니까
나의 영원한 파트너, 내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