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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래?”
무 태후는 미시아의 당돌한 언사에 또 한 번 놀라며 대꾸했다.
“어서 말해 보게.”
“하나는 신상에 정리할 일이 좀 있으니, 한 달 말미를 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건 매우 중대한 소청이옵니다. 제가 일개 평범한 비녀로서는 폐하를 모실 수 없사옵니다.”
“그렇다면, 뭘 원하는가?”
무 태후가 속으로 다시 아연해하며 물었다.
“저를 신창 이해고 장군이나 고조영 장군처럼, 폐하의 시위장수로 삼아주소서.”
그건 무 태후뿐만 아니라, 장내 모든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뜻밖의 언사였다. 조영도 속으로 적이 놀랐다.
은근히 놀란 무 태후도 눈을 크게 뜨고 미시아를 바라보았다.
“호오, 그래? 그대는 아마도 놀라운 무예를 익혔나 보군. 무림의 여걸인가?”
“저의 무예는 비록 보잘 것 없사오나,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폐하의 시위장수 가운데 한 분과 무예를 겨루어볼 의향도 없지 않습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이건 어찌 보면 이해고와 고조영에 대한 모독이었을 뿐만 아니라,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무 태후는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다가, 이내 호쾌하게 웃었다.
“호호호! 그것도 괜찮겠군요. 무술의 고수들과 겨룰 수 있는 여장부라?”
무태후가 침을 꿀꺽 삼긴 후 말을 이었다.
“만일 그대가 고조영이나 이해고와 겨루어 이긴다면, 아니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비기기라도 한다면, 내가 그대를 특별히 나의 호위 장수 가운데 하나로 삼겠네.”
“삼가,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조영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속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미시아의 검술은 이미 목격한 바 있다. 그녀는, 검법에서 조영 자신보다 분명히 한 수 우위인 듯한 그녀의 부하를 자신의 목전에서 별 힘도 들이지 않고 물리치지 않았는가? 그녀가 만일 자신에게 도전해온다면? 감당키 어려웠다. 어찌 낯을 들고 다니겠는가?
그 때 무 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대는 둘 중 누구와 겨루기 원하는가?”
“저기 고조영 장군과 겨루고 싶사옵니다.”
불안하던 조영의 가슴 속에서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마치 비어있는 큰 돌 절구통 안을 절굿공이로 내리찍는 듯한 음향이 울렸다.
‘쿵 !!!’
미시아에게 이길 가망성은 없을 것 같고, 설사 이긴다 하더라도 일개 소녀와 겨루어 승리하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미시아에게 패한다면, 그가 어찌 차후에 강호에서 낯을 들고 다니겠는가?
미시아는 조영의 이런 불안감을 알고 있는 듯, 얼굴에 미미한 웃음을 지으며 조영을 바라다보았다.
식사가 끝나고 드디어 고가장 안의 연무장에 조영과 미시아의 시합 자리가 마련되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다. 될 대로 되라지.’
솔직히 말해 조영은 이런 심정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 칸에서는, 미시아가 손에 사정을 좀 봐주어 비기기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일행이 식사자리에서 일어나 찬바람이 이는 연무장으로 나가는 사이, 조영은 곁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겨 옴을 느꼈다. 그와 동시, 매우 낮은 속삭임이 이내 들려오다가 사라졌다.
“그녀의 암기를 조심하세요.”
깜짝 놀란 조영이 고개를 들고 보니, 다소 상기된 얼굴의 여미아가 딴 곳을 바라보며 자기 곁으로 지나가고 있었는데, 분명히 그건 여미아의 음조였다.
‘그녀의 암기를 조심하라고? 우리가 무슨 사생결단이라도 낸다는 것인가?’
영문을 알 수 없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던 조영의 귓가에 미시아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고 장군님, 소녀의 당돌함과 무례를 용서하소서.”
미시아는 짐짓 허리를 굽히며 겸손히 말했다.
“천만에, 천만에요. 아가씨의 늠름한 기백과 아름다운 자태, 고혹적인 태도에 서릿발 같은 기상을 보건대, 아가씨의 무예는 아마도 소인을 능가할 것 같습니다.”
말을 해놓고 보니 좀 이상했다. 여인에게 늠름한 기백이라느니 서릿발 같은 기상이라는 말은 그리 달갑게 들리지 않을 표현이었다.
미시아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과찬이에요. 그럼 장군님께서는 무엇으로 저와 겨루기 원하십니까?”
“그건 제가 여쭙고 싶었던 말입니다. 아가씨의 선택에 따르겠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건가요?”
“남아일언 중천금입니다.”
“그럼 겨루는 시간을 어떻게 정할까요?”
“그것도 아가씨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저를 원망하지 않으실 건가요?”
“입에서 나온 말은 쏟아진 물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남아일언은 중천금이지요.”
미시아가 방긋 웃으며 대꾸했는데, 그 미소는 마치 한 떨기 고혹적인 진분홍 장미가 강렬한 향기를 풍겨 벌과 나비를 유인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장미 꽃 아래 숨은 가시처럼 날카로웠다.
“남아로 태어난 것이 무슨 큰 벼슬이라고, 말끝마다 ‘남아일언중천금’이라니, 그렇게 말씀하셔도 괜찮을까요?”
조영은 군웅들 앞에서 미시아의 그 말 한 마디에 쩔쩔매었다. 일찍이 한 여인 앞에서 이렇게 떨고 이렇게 형편없이 무너진 적이 있었던가? 아직 시합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는 장미의 가시처럼 예리한 미시아의 언변에 가슴이 찔리는 듯 아팠다.
조영은 답답한 기운을 배출하고자 속으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내쉬며 당황한 가운데서도 주변을 휘둘러보았다. 모든 사람의 눈이 그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시선이 여미아 쪽을 훑었을 때, 여미아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 태평하고 평온해 보였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는 듯, 그녀는 한쪽에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조영이 그녀를 일별하는 찰나 간에, 그녀의 입술에서 약간의 달싹거림이 엿보였다. 그녀의 표정은, 봄날 양지바른 언덕에 돋아나 졸고 있는 꽃잎과도 같았고, 어찌 보면 세상사를 초탈한 신녀神女와도 흡사했다.
조영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미시아가 다시 물었다.
“그럼, 모든 것을 제게 일임하신 건가요?”
“그렇소.”
조영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검술을 겨루되, 이렇게 하기로 해요. 소녀가 감히 장군님과 대결할 수 없으니, 각자가 차 한 잔 마실 시간 동안, 검술을 자유자재로 시연해 보이도록 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여기 계신 분들께 일임하면 어때요?”
조영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만다행으로 그녀와의 직접적인 대결은 우회해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시아는 조영의 심사를 헤아렸는지, 아니면, 정말로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였는지, 조영의 큰 근심을 덜어주었다.
조영이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기왕지사 아가씨께서 발의하셨으니, 채점인도 아가씨께서 정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소녀가 실례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좌중을 둘러보다가, 몇몇 사람을 지목했다.
“첫째로, 황태후폐하께 감히 이 시합의 채점관이 되어달라고 부탁드리겠습니다.”
무 태후는 그녀가 자신을 거명하자, 속으로 그녀의 대담함에 놀라면서도 웃는 낯으로 대꾸했다.
“나는 무술의 ‘무’ 자도 모른다네. 어떻게 두 사람의 우열을 판별할 수 있겠는가?”
“아니옵니다. 폐하. 무예를 모르신다 하더라도, 아마도 궁중에서 많은 무술가들의 절학을 구경하셨을 터이오니, 어쩌면 폐하의 안목이 우리 중에 누구보다도 뛰어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나는 참관인이 되되, 점수는 매기지 않고 단지 보고 느낀 점만 말하겠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장미여인 미시아는 무 태후에게 깊이 허리 숙여 절한 후 계속 부탁했다.
“고가장의 노장주이신 고려거사 어르신께서 저희들의 시합을 채점해 주십시오.”
“이 늙은이가 눈이 침침하지만, 아가씨의 명이라면, 내 친히 손주 녀석을 편들지 않고 공평하게 바라보아 주겠소.”
이어서 미시아가 말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도 채점해 주실 거죠?”
“허허허! 고 녀석.”
임가노옹 임장청은 흐뭇한 표정이었다.
“다음으로는, 회의대사님, 영주도독 조대인님, 이해고 장군님, 사비우 장군님, 이루하 공주님도 평가에 동참해 주세요.”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점수는 일백 점 만점으로 하되, 각 평가자 분의 채점 점수를 합산해 나누어, 높은 점수를 받은 쪽이 이긴 것으로 하겠습니다.”
미시아는 아리따운 얼굴에 여장부처럼 형형한 안광으로 장내를 둘러보며 덧붙였다.
“서로 점수를 상의하거나, 다른 사람이 어떻게 채점했는지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말을 마친 미시아는 장내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예의상 소녀가 먼저 검법을 시연해 보이겠습니다.”
그녀는 검을 한 자루 받아 쥐고, 모든 사람이 넓고 둥글게 둘러싼 연무장의 공지 안에 하늘에서 내려온 신장神將처럼 우뚝 섰다.
이윽고 그녀의 몸에서 이상한 영기가 감돌기 시작하는 듯하더니, 그녀의 신체가 마치 높은 열기에 솥 안의 물이 동요하듯 서서히 움직이고 그 움직임에 따라 팔과 검이 요동하기 시작했다. 조영은 단 하나의 미세한 동작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녀의 검법을 두 눈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과연 예상했던 대로 그녀의 검술은 현란하기 그지없었다. 몸은 그 널따란 공간을 강강술래하듯 빙빙 도는 한편 신체를 회전시켰는데, 이는 흡사 채찍에 맞은 팽이가 스스로 세차게 돌면서 땅 위를 휘갈겨 다니는 것 같았다.
정월의 한풍에 모든 사람의 몸이 오싹 떨고 있었는데, 그녀의 검에서 뻗어 나오는 현묘한 기운은 사람들의 이까지 시리게 할 정도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녀의 검술 시연 장면을 처음으로 구경한 군웅들은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조영과 주변인들은 어느 덧 추위도 잊어버리고 그녀의 검술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삼매경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녀의 검술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화려한 듯하면서도 때로는 매우 투박해 보이고, 날카로운 것 같으면서도 가끔 아주 둔감해보이며, 정직한 듯하면서도 교묘한 속임수를 담고 있었다.
그녀의 검술을 구경하고 있던 군웅들은 삼매경으로부터 드디어 황홀경으로 나아간 모양이었다. 구경꾼들은 마치 무언가에 취한 듯 홀린 듯 그녀가 한 마리 나비처럼 장내를 훨훨 날아다니고 있는 것 같은 환영에 빠졌다.
정월의 햇살에 현란한 검 빛이 깃발처럼 장엄하게 나부끼다가 이내 잦아들며, 그녀의 모든 동작이 정적을 이루었다. 그녀는 하늘을 향해 검봉劍鋒을 높이 치켜 올렸다가, 검을 집에 꽂은 후 무 태후 쪽을 향해 허리를 굽혀 절하고, 이어서 몇 몇 어른들에게 예를 표했다.
장내의 무리들은 멍한 표정으로 한 동안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다가 이내 누군가의 박수를 시작으로 우레 같은 환호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박수를 처음 시작한 그 “누군가”는 바로 이해고였다.
그의 얼굴은 미시아의 검술 시연을 감상하는 동안 몹시도 상기되어 있었는데, 이는 혹시 훗날에 천문령에서 벌어질, 두 사람의 운명적인 대결을 예감한 탓이었을까?
이해고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서 무예를 잘 알고 있던 남녀 영웅들은, 그녀의 놀라운 무예에 찬탄을 금치 못하며, 동시에 가슴이 떨림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건, 자신들이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목격한, 최고수의 절학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 어느 누구도 감히 이 나이어린 여인, 미시아를 상대로 검법을 겨루었을 때,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건 조영도 마찬가지였다. 조영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그녀가 자신보다 월등하게 높은 검술을 구가하고 있음에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아가씨, 훌륭하오. 난생 처음 보는, 기오한 무학이었소. 소인의 비둔한 무예를 비웃지나 말아주시오.”
이렇게 겸양을 떤 후 조영은 검을 들고 장내로 나섰다. 조영 역시 미시아와 동일한 검법을 구사하자, 장내의 고수들은 그의 검법과 미시아의 검법이 유사한 것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조영은 담담한 가슴으로, 가볍게 기합을 지른 후, 천천히 삼극팔괘변검變劍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의 검법은 무 태후나 회의, 이해고, 이루하, 여미아 등이 일찍이 낙양황성 단문 밖의 무술대회에서 구경한 바 있었다.
그리고 예전부터 조영은 할아버지 고승의 대금소리에 맞추어 삼극팔괘변검을 연마해왔고, 또한 이것을 작년 봄, 고가장에서 몇몇 인사들 앞에 시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표현해내는 그의 검법은 무언가가 좀 달랐다. 그는 일전에 임가노옹 임장청이 전해준 <삼극팔괘검학정해>라는 책을 전해 받고 그 동안 그것을 몇 차례 탐독하며 큰 깨우침을 얻고 있었다.
조영은 급하지 않게 천천히, 마치 넓은 강이 도도하지만 서서히 흐르듯이, 검법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아리하가 말없이 흐르는 것 같았고, 태산이 고요히 버티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동작의 현란함은 보이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심지어 검법에 문외한인 무 태후가 보더라도 그의 동작을 하나하나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하늘을 날거나 멀리 뛰지도 않았다. 몸과 발을 땅에 굳게 붙인 채, 육중하게 움직이며 손과 몸을 휘둘렀는데, 어찌 보면, 그냥 아무렇게나 검을 가지고 노는 것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시험 삼아 칼을 돌려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조영은 그 때 속으로 삼신일체 상제 하나님을 부르면서 검과 하늘의 기운을 일치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차가운 한풍이 한차례 장내를 휩쓸고 지나갔다. 조영이 천천히 마치 장난하듯 검을 휘두르고 있을 때, 다시 이상한 목소리가 마치 소곤거리듯 들려왔다.
“그녀의 암기를 조심하라.”
그건 여미아의 목소리가 아니라, 조영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여미아가 들려주었던 말이 하필 이 시점에서 그의 뇌리에 상기된 것 같았다.
이 때, 미시아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조영의 동작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여미아도 이상한 표정을 지은 채, 하지만 역시 그 고고함을 잃지 않고, 딴 세상에서 온 사람처럼 기이한 빛깔을 풍기며, 조영의 동작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 때다. 갑자기 육중하고도 호쾌한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으어헙!”
그와 동시 조영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더니, 그의 신체가 검 빛 속에 사라졌다. 마치 검망 속에 갇힌 신체를 빼내려는 듯, 허공에서 그는 몸부림치더니, 얼마 후 예리한 금속성이 울리며 그의 몸이 밑으로 떨어졌는데, 그는 검법의 모든 동작을 멈추고 먼저 검 날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가 보니, 검 날의 이는 멀쩡했다.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해 있을 때, 조영이 미시아를 향해 머리를 숙이며 절했다.
“아가씨, 손에 사정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의 이목이 조영의 검법의 돌연한 변화와 함께 그의 신체로 쏠려 있는 사이, 미시아가 어떤 물건을 그에게 던졌던 것이다. 그것은 상당히 크고 또 단단한 공깃돌이었다.
조영은 미시아쪽으로부터 무언가 물체가 날아옴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검으로써 그 물체를 휘갈겼다. 그 작은 물체의 힘이 얼마나 맹렬했던지, 조영은 팔이 저려 옴을 느꼈다. 하지만 다행히도 공깃돌을 검으로 쳐냄으로써 뭇 군웅들 앞에서 창피는 면할 수 있었다.
미시아의 동작은, 자칫 누군가에게 돌멩이가 튀어갈 경우 부상을 입힐 수도 있는, 참으로 위험한 짓이었으나, 그녀는 담담하게 웃으며 조영에게 찬사를 보냈다.
“공자님의 절학은 소녀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아가씨, 그건 제가 할 소리입니다.”
조영은 그녀가 왜 갑자기 공깃돌 같은 것을 집어던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여미아가 그걸 어떻게 미리 알고 자신에게 귀띔해 주었는지도 몹시 궁금했다.
그 사이 채점관으로 지목받은 이들은 모두 붓 끝에 먹을 묻혀 각자의 종이에 두 사람의 점수를 적어 넣었다.
(다음 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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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24. 7. 13. 장마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