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편이라서 남편이라 한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 주변 사람들 자주 공감하는 말이다
내 안에 없는 아내… 처음 들어본 말,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듯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다.
오랫만에 집에 들린 남동생과 가족들이 술 한잔 하면서 옛 이야가 길어졌다.
처음에 볼땐 너가 어땠고 몇년전부터 매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둥 술자리마다 반복되던 소재들이 또 나왔다. 그럼에도 술이 오른 사람들은 늘 새로운듯 진지하게, 큰 소리로 공감하며 난리다.
멀쩡한 여자들과 아이만 하품이다.
슬쩍 자리를 빌어 서로의 흉을 본다.
술김을 핑계로 못다한 말도 얹어본다.
남의 편이다. 내 말은 전혀 들어주지도 공감도 못하면서 남의 말에는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다들 난린데 나만 안다. 속으로 외친다. 저 가식!!!!
그러다가 더 술이 취해선 고생했다고, 긴 세월 덕분이라고 자기 맘을 몰라주는 아내가 서운하지 않다며 막잔을 비운다.
아마 자신을 인정하고 알아주지 않았던 순간마다 아내가 아닌 바깥임을 실감했겠지.
그러면서 어긋나는 타이밍에 서운함들이 쌓였겠지만, 명절날 기울이는 술잔에 한번씩 씻겨가길 바란다.
그래서 이런 자리가 싫지는 않다.
술에 취해 비틀거릴지라도 오늘만은~~~
두 사람이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빠보다 더 키기 큰 아이도, 올케도 나도 목소리가 높아진다. 발걸음도 가뱝디.
아마 행복한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