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정동 경상북도농업기술원 부지의 지구단위계획이 알려지자 대구칠곡지역발전협의회(대표 이병호·이하 칠발협)가 회의를 통해 즉각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칠발협 임시사무실에서 가진 ‘농업기술원 부지 개발계획 지역민 수정요구 긴급회의’ 자리에는 대구시의회 이재술 의장과 김규학 구의원, 북구의회 최인철·채동수·하병문·황영만 구의원이 함께 했다. 새누리당 대구북구을 서상기 국회의원을 대신해 김상국 특별보좌관이 참석했다.
칠곡지역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학정동 경상북도농업기술원 부지는 59만2천649㎡에 이르는 면적이다. 칠곡 1, 2, 3지구가 주거와 상업시설 위주로 개발된 만큼 기술원 부지는 미래지향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토지이용계획(안)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북개발공사는 지역민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계획안을 만들었다. 경북도청 이전을 위해 재원 마련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계획안을 살펴보면 공동주택과 준주거지역이 전체의 27.7%에 달한다. 상업지역, 메디컬캠퍼스, 복지시설 등을 포함한 도시지원시설이 37.7%, 공원과 녹지가 10.8%, 도로, 주차장, 학교 등 도시기반시설 24.5%다.
칠발협 이 대표는 “전체적으로 도시지원시설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불합리한 배치일 뿐만 아니라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계획대로 개발되면 난개발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칠발협 김대영 프로젝트위원장은 구체적인 변경 요구안을 제시했다. 먼저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시설공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술원 부지와 가까운 학정동에만 준주거지역이 20만㎡가량 조성돼 있고, 원룸 주택의 포화상태에 따른 공실이 심각하다고 제시했다. 대안으로 대공원 조성을 통한 쾌적한 자연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곳곳에 흩어 놓은 소공원은 전용주거지역으로의 변경을 내 놓았다. 인근 지역을 고려한 주택개발일 뿐만 아니라 도심지의 균형적인 주거 배치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칠곡지역에는 장기임대와 소형 평수 구성 비율이 높아 북구청의 재정 자립도가 낮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지역 발전의 저해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이나 연구단지가 들어서 자족도시의 기능을 갖춰야 함을 역설했다.
현재 조성 중인 금호사수지구와 기술원 부지의 비교도 눈길을 끌었다. 전체 면적 중 상업지역은 각각 2.6%와 6.1%, 공원은 10%와 9.0%, 녹지는 5.6%와 1.8%로 분석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구시의회 이 의장은 “경북개발공사가 인근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술원 부지만을 보고 계획안을 내 놓은 것 같다”면서 “타당한 지적이 많은 만큼 오는 4월로 계획돼 있는 주민설명회를 대비해 지역민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설명회에 앞서 대구시 관계자와의 면담 자리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대구시의회 김규학 시의원은 “그동안은 주민이 제각각 요구사항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결집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오는 4월 공람 공고 때 의견이 충분히 제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칠발협과 지역 선출직 국회의원은 기술원 부지의 개발에 대해 “특정 기관의 이익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개발을 통해 지역 발전을 염두에 두는 것이 우선이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칠발협 이 대표는 “그동안 칠곡지역은 다섯 차례에 걸쳐 관 주도형 도시개발을 했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농업기술원 부지의 개발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미래지향적이 돼야 하는 만큼 함께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