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떠난 자리
김윤아
널 보내고
하 많은 밤을 어찌 보낼까
상심으로 보채는 하늘을 한 가슴으로 싸안고
겨우내 품고 키운
꽃봉오리
떨구는 마음이야 아리고 아리다고
그 밤을
뒤척이는 머리맡에 비가 내린다
꽃잎이 나부대는 소리보다
더 낮은 신음을 숨기며
하늘을 토하는 눈물
꽃이
지난 길목에
담초록의 진물이 흐른다
붓꽃
처음 너를 만난 건
버려진 무덤가
무너져 가기 시작한 봉분을 덮고 있는
다사로운 잔디로 숨겨진 은신처에서
문둥이 시인 파랑새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마음껏 울어보던 날 눈물로 흐려진 초점을 맞추기 전에
너는 내게로 왔다
보랏빛 자태 뒤로
막 시작한 석양의 실루엣
처음 보는 순간
성큼 가슴으로 들어와
사랑이 되었다
너는
성하
폭염과 폭우가 정신을 쏙 빼어 놓는다 해도
능청맞은 태양은 떠오르고
새벽 밟으며 나선 길에
그악스레 울어대는 매미
하늘 담은 날개옷으로 치장한
잠자리
습기 빼곡한 공중에
공기보다 가볍게
금세 잊혀져 가는
그림을 그린다
멈추어 지날 것 같지 않은
계절 속에
언뜻 다시 사랑을 꿈꾸는
너의 뒷모습이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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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아 프로필 : 2013 한국문단 신인문학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