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연패 서울대 야구부가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에서 1승을 거뒀다는 소식은 언론에 화제를 뿌렸다. ‘꼴찌들의 값진 승리’에 대한 찬가가 울려 퍼지는 사이 쓰라린 패배의 주인공들은 모자를 푹 눌러썼다. 50연패, 100연패, 150연패…패배조차 주목받고 갈채받아온 서울대 꼴찌들의 1승 제물이 된 광주 송원대 야구부 선수들. 중고교에서 선수로 활동한 ‘선수’들이 순수 아마추어 야구선수로 구성된 붙박이 꼴찌, 서울대 야구부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것은 이들에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4년제 대학, 프로야구에도 진출하지 못한 꼴찌들. 지난 9일 동대문 구장에서 전국야구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 이 학교 김갑중(35) 감독에게 ‘꼴찌 제자’들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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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대 김갑중 감독은 "1학년만으로 구성된 약체지만 내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다음 이성문 | “질책이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선수생활에 좋은 교훈이 됐을 것이라고 다독여줬죠. 미안하고 창피한 것은 선수들이 더 잘 알테니까요. 저도 지도자로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송원대 야구부 김갑중 감독은 ‘선수들 혼을 내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실 광주 송원대 야구부는 서울대 만큼은 아니지만 최약팀일 수밖에 없다. 선수 24명이 모두 1학년인 신생팀이기 때문이다. 한창 물이 오른 3, 4학년이 없는 2년제 대학이라는 한계도 있다.
그래도 야구만을 하며 중고등학교 생활을 했을 이들이 순수 아마추어인 서울대 야구부에 진 것은 큰 수치일 수 밖에 없다. 김감독은 “우리팀은 웬만하면 콜드게임패도 당하지 않는데, 서울대와의 경기에서는 운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연일 서울대를 집중 조명할 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을 테지만 김감독은 “오래간만에 지인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많이 받아 좋았다”며 웃어 넘겼다. “덕분에 아마 야구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말도 나오더군요. 게임이란 게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 아닙니까?”
한양대를 나와 현대 유니콘스 등 프로팀에서 활약했던 김감독은 99년 쌍방울 레이더스로 트레이드된 후 소속팀의 갑작스런 해체로 아마 야구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전남 화순고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해 올해 송원대 야구부 창단 초대 감독을 맡았다.
마지막 경기서 6회까지 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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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때 지더라도 쉽게 지진 않는다" 인하대와의 마지막 경기 전 몸을 푸는 제자들을 김감독이 바라보고 있다. 송원대는 이날 인하대에 4대0으로 패했다. ⓒ미디어다음 이성문 | “선수들에게 2년 후 후회하지 않도록 훈련하라고 가르칩니다. 최선을 다 하는 게 중요한 것이죠. 지금은 1학년들이라 힘이 좀 달리지만 내년이면 우리 선수들도 달라질 겁니다. 그때 다시 서울대를 만난다면 지난번처럼 호락호락 당하진 않을 겁니다.”
인터뷰가 있었던 9일 오후 송원대는 인하대와 예선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끝까지! 끝까지!”라는 김감독의 지시에 송원대 선수들은 “예!”라며 운동장이 떠나갈 듯 소리치며 9회초 마지막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삼자범퇴. 이날 홈런 2개를 앞세운 인하대에 4대0으로 진 송원대는 1승 5패 전적을 남기고 예선 탈락했다.
마지막 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미 탈락이 확정됐지만 이날 송원대가 보여준 끈질긴 모습은 ‘질 때 지더라도 그냥은 안보낸다’는 승부 근성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송원대 선발 투수 김태진은 6회까지 인하대 타석을 안타 한 개로 묶었을 정도로 호투했다. 그 사이 인하대는 투수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5회말 인하대에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연이어 내주며 만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송원대의 탄탄한 내야 수비로 인하대 주자들은 홈을 밟지 못했다.
점수는 4대0이었지만 안타수는 7대5로 중반까지는 오히려 송원대가 앞서기도 했다. 이들이 전부 1학년생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프로나 4년제 대학을 가지 못한 선수들이 모인 팀이라고 함부로 볼 일이 아닌 것이다. 소속팀이 전국 8강에 들지 못하면 대학에 갈 수 없는 ‘이상한’ 선수 육성 환경에서 잠시 뒤로 밀렸을 뿐이다.
경기 후 김감독은 “우리애들 정말 잘하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 뒤엔 무명의 선수들을 담금질해 기필코 선수중의 선수들로 키우겠다는 독기가 묻어났다. 제자들이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2년 중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짐을 꾸리는 김감독의 마음은 다음달 8일 열리는 전국체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
첫댓글 내년엔, 저도 응원 할게요...
다들 조건이 좋다 나쁘다 하기전에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아름답다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