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동우산악회(회장 이태영)에서 가을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누리며 과천 청계산을 다녀 왔습니다. 한가위 대명절이 지나고 이틀후 밤하늘에 둥두렸이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지독하게 더웠던 금년 여름의 무더웠던 기억을 씻어 내고자 만월을 흡입했던 때가 엊그제 였습니다. 오늘은 가을의 청명한 빛이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입니다. 축동산악회의 산우 8명이서 열시반에 4호선 대공원역에서 만나 너른 대공원앞을 팔을 휘져으며 걸어 대공원 정문에 들어 섰습니다.
대공원 동물원 입구엔 열대의 파파야 나무가 일렬로 서서 산우들을 반깁니다. 기린이 긴 목을 세우고 되삭임질을 하고 있는 청계산 산림욕장 입구의 키가 큰 세콰이어나무 밑을 지납니다. 지난번 태풍 콘파스가 우리의 산하를 할퀴고 지나면서 만들어 놓은 상처를 걱정했습니다. 산마다 거목의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넘어져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광능 숲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과천 청계산의 나무들은 큰 피해가 없습니다. 유난히 큰 비가 와 유실된 산길이 많은 이곳에도 마대를 쌓아 길을 보수한 흔적이 많습니다.
못길 산장 오리나무 밑에서 요구르트와 캐라멜을 나누어 먹고 회장님의 신지식과 고담준론을 경청합니다. 목을 수술하시고 몇번인가 산행에 결장하신 회장님이 원기를 회복하여 쾌할한 모습을 보이니 이 또한 산우들은 다행이라는 마음입니다. 마을을 다스리는 사람은 추장이고, 추장을 다스리는 사람은 고추장이며, 고추장을 다스리는 사람은 초고추장이며, 초고추장을 다스리는 사람은 태양초고추장이라는 회장님의 말씀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늦게 골프를 즐기신다는 홍건 선배님은 산악대장직을 후배 신홍철님에게 물려주고 중국 태국등지로 골프투어를 다닌다는 것입니다.
어떤이는 멀리보기 위해 산에 오른다고 하고, 어떤이는 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고 하고, 어떤이는 산처럼 되고 싶어 산에 오른다고 하나 나는 숲속에 들어오면 어쩐지 마음이 평온해져 산에 오릅니다. 우리나라의 산도 이제는 무성해져 서울 근교의 어떤 산에 올라도 숲의 나라에 온 것처럼 우리는 숲을 가까이 두고 있습니다. 오늘도 무성한 숲속에서 나무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나무들이 잎을 떨궈 온통 산을 낙엽정원으로 만들고 앙상한 가지만 남길 것입니다. 나무들은 찬바람에 추워서 윙윙 소리를 내며 울 것입니다. 아직 숲이 무성한 청계산에서 가을이 성큼성큼 깊어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2시간여를 산길을 걷고 동물원 남미관에서 시속 10km로 운행하는 순환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며 망중한을 즐겼습니다.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고 있는 대공원 입구에서 버스를 내려 다시 코끼리 열차를 타고 국립현대미술관을 지나고 서울공원랜드를 지납니다. 공원 밖의 국립과학관은 100m나 되는 길고 미끈한 지붕을 뽐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에게 과학의 꿈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청계산 정상과 산등성이에 펼쳐진 숲과 내리쬐는 가을 햇살과 시원한 바람에 산우들의 마음은 흡족합니다.
봉덕 칼국수 집은 항상 만원입니다. 산밑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곳까지 사람들이 찿아드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넓은 주차장과 넉넉한 공간 말고도 버섯을 넣은 샤브샤브 칼국수가 산행에 허기진 산우들의 입맛을 만족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소주 다섯병에 버섯을 넣은 칼국수에 포식을 하고 우리는 모처럼 산행에 참여하고 점심까지 계산하신 홍건님에게 감사하며 전철로 사당역에 내려 헤어졌습니다.
같이하신분(무순)- 이태영,김명중,홍건,김도겸,신홍철,홍영기,안우수,허철욱
첫댓글 허 철욱 산우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