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스무비=취재팀] <달팽이의 별>은 이승준 감독이 방송 PD로 활동할 당시 만난 조영찬, 김순호 부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다. 지난해 11월,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장편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를 본 주요 언론들은 “섬세하고 황홀한 영화”(스크린데일리),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순간과 유머로 가득한 영화”(버라이어티), “조용하지만 사랑스럽고 강렬하다”(인디와이어) 등 만장일치로 극찬을 쏟아냈다. 관객들 역시 “스스로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게 만드는 러브 스토리”,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부부”,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다큐멘터리”, “소음과 시각공해를 벗어난 순수하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 등 국적을 초월한 감동에 호평을 보냈다.
세계 10개국 참여, 2년여에 걸친 제작 기간을 통해 완성된 <달팽이의 별>의 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승준 감독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이유, 만들면서 생긴 일들을 세세하게 털어놓았다.

제작동기_ 2008년 봄, ‘인간의 손이 가진 위대함’을 주제로 한 EBS의 원더풀 사이언스라는 과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손가락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청각 장애인 영찬 씨를 알게 됐고 이틀 정도 촬영을 했다. 새 작품을 모색하기 시작할 무렵 영찬 씨가 떠올랐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시청각중복장애인, 소수자 중의 소수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선 큰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는 있지만 무엇을 찍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어느 날 맥주 두 병을 사 들고 무작정 영찬 씨의 집을 찾아갔다. 영찬 씨는 맥주병을 만져보더니 “천상병 시인을 아세요”라고 물었다. “알죠. 돌아가셨지만 그 분 시를 참 좋아합니다”라고 했더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천상병 시인이 맥주를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친구나 후배들이 플라스틱 병이나 캔에 들어있는 맥주를 사오면 호통을 치시며, 병에 들어있는 맥주만이 진정한 맥주라고 하셨대요”. 미소를 지으며 그 이야기를 하는 영찬 씨를 보는 순간 난 영찬 씨와 순호 씨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섬세한 감각을 둘러싼 일상, 인생, 그리고 반려자인 순호 씨의 시간들에는 거대한 이야기와 예상치 못하는 감동과 즐거움이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것이 내가 만드는 다큐멘터리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달팽이의 별>을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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