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마흔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고독하다는 것 오늘 난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왔지. 아내의 놀라는 표정을 보고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어. 오랜만에 집에서 맛있고 풍족한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나른함이 밀려오네. 이제 편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TV채널을 돌리면서 편안함을 만끽해야지. 드라마를 보자는 아내의 말에 같이 보긴 했지만, 10분 정도 지나니 드라마 속의 거친 말투, 몸짓, 행동이 우스꽝스러워 볼 수가 없었어. 다른 채널을 보자고 말하려는데 아내는 이미 드라마에 빠져들어 나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더군. 결국, 나는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물었어. 건너편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내를 보며 내 모습을 보았지. 나와 닮은꼴이 또 있군. 이 시간, 이곳에서 난 알 수 없는 고독을 느껴.
쳇바퀴 같은 삶 나는 오늘도 사무실에 들어서면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를 켜고, 켜지는 동안 차를 마시며 동료들과 환담을 나누지. 아침마다 반복되는 그들의 이야기가 지루해서 내 자리로 돌아와 인터넷에 접속했어. 지난주에 사둔 주식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확인하고, 이러다 투자금이 반쪽이 나는 것은 아닌지 불길한 생각에 잠시 빠졌어. 뭐, 그리고 메일을 체크하지. 그런 다음 서류를 검토하고 결재를 하고 나면 부장회의에 참석하지. 그리고 오후의 나른함을 느낄 때쯤 전무님의 호출이 있었어. 전무님이 부장이었을 때 난 사회초년생이어서 존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어. 하지만 이제는 서로가 원수 같은 사이가 된 것처럼 말을 주고받지. 자리로 돌아와 실력이 없는 부하 직원들을 하나씩 생각해봤어. 왜 나에게는 이렇게 실력 없는 부하들만 배치된 것일까? 이런 의문은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생각이야. 저녁으로 자장면을 시켜 먹고 부하 직원들을 퇴근시키고도 나는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어. 그동안 체크하지 못한 서류들을 검토하면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확인했지. 아! 참으로 피곤한 하루였어. 한적한 길거리를 달리면서 생각해보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늘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던 같아.
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직업은 직업 환경에 따라 생성, 융합, 소멸 등을 통하여 구조를 변화시킨다. 각 국가에서는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직업들을 성장시키고, 공장에서의 생산,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 등은 이에 적합한 국가로 이전하게 되어 우리나라의 제조업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노동력이 싼 국가로 공장을 이동시키고 있다. 이는 곧 우리 노동시장이 ‘고용 없는 성장’ 시대로 진입하였다는 증거이다.
오늘 아침 신문에 위와 같은 기사가 났더군. 그렇다면 직업으로 인해 인간이 받는 고통은 점점 많아지고 다양해지겠지. 그럼, 나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생각해보면 난 사오정의 대상자이기도 해. 45세 정년이라……. 이제 2년 남았군. 이사가 되지 못한다면 후배들이 이사가 되는 것을 보아야 하고, 그러면 그 굴욕을 견디지 못해 정년 55세를 채우기도 어려울 거야. 오늘따라 정말 가슴이 답답하군.
거울에서 낯선 나를 발견하다 / 가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어김없이 오늘도 알람이 울렸어. 그 순간 어제 늦게까지 마신 술이 내 몸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지. 사무실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나를 괴롭히는 한마디. “이사님이 찾으세요.” 이사는 말했어. “어제 제출한 기획서 말이야. 그것도 기획서라고 작성한 건가? 몇 번씩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으니 정말 그만한 월급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군. 이 부분 다시 고쳐와요.” 내 자리에 돌아와 담당자를 불렀어. 격앙된 어조의 내 말은 이사의 말을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았지. 나는 왜 그렇게 이사를 닮아 가는 것인가?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창밖을 보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어. 몇 번의 전화통화를 하고서야 술친구를 구했어. 이 친구는 나하고 뜸한 사이지. 그러나 가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말을 건네기에 만나곤 하지. 한참 동안 그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어. “회사에 소문이 있던데 혹시 아세요? 이번에 이사 진급이 있는데, 부장님보다 더 늦게 진급한 권부장이 이사가 된다고 하네요.” 술이 확 깨면서 표정관리에 들어갔지. 내가 권부장보다 많은 수주를 했는데, 그리고 상사나 직원들에게 내가 더 인기가 많은데, 어떻게 먼저 진급이 가능하지?
며칠 전 들은 권부장의 이사 진급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인사발령은 이번 주말에 있다고 하더군. 난 가지 않아도 되는 출장지를 일부러 택했어. 이사도 아무 말 없이 허락하더군. 그도 알고 있을 거야. 내 심기가 불편하리라는 걸. 정처 없이 나온 거야. 어디로 가야 하나.
나의 인생항로는 표류중인가? 오늘은 휴일이라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 그러다가 우연히 북극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어. 그들은 두꺼운 얼음 위에 두 발로 서서 얼음을 향해 주둥이로 힘을 가하여 얼음을 뚫은 후 물 속을 노니는 물고기를 낚으면서 살고 있었지. 그런데 웬일인지 북극에 얼음이 얼지 않기 시작했어. 두꺼운 얼음이 있어야만 북극곰들의 육중한 몸무게를 지탱할 텐데, 얇은 얼음 위에서는 고기를 잡을 수가 없었어. 결국, 자식을 먹여 살릴 수 없었던 어미 곰이 자식을 놔두고 떠나는 장면은 처절함 그 자체였지. 일주일 동안 필사적으로 헤엄쳐 다다른 곳은 북극에서 탈출한 짐승들이 모여 있는 울퉁불퉁한 바위섬이었어. 곰은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렀고 며칠 후 다행히 늙은 곰이 바다코끼리들을 사냥해 먹다 남긴 음식을 얻어먹고 죽음을 면할 수 있었어. 한 달이 지나자, 북극에 얼음이 얼기 시작한 사실을 알아챈 동물들은 바위섬을 떠나 일주일 동안 헤엄쳐 다시 북극으로 돌아갔지. 지금의 온난화 추세라면 2040년에는 북극에서 빙하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 하더군. 그럼, 북극에 사는 동물들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지. 아마 인간도 지금쯤 북극곰과 같이 달라진 세상에서 물고기를 잡는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오래 살기 때문에 은퇴하면 안 된다고? / 일생에 8번 직업을 바꾸다 / 직업시장을 소수가 지배한다? “직업”과 관련된 웹에서 검색해보니 많은 사이트가 뜨는군. 그중에서 (사)한국직업상담협회(www.kvoca.org)에 들어가 보니 직업상담가라는 직업에 대한 세 시간짜리 동영상이 있더군. 동영상을 보니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현재 남자 76.4세, 여자 82.3세라 했어.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 40대의 평균수명이 150세로 예측된다는 것이야. 지금 이사가 되지 못하면 2년 이내에 퇴직해야 하는 마당에 아직 내 수명이 107년이나 남아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그런데 150세까지 산다면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할까? 그 동영상에서는 120세 정도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그렇다면 지금 내 나이는 청년기라 할 수 있겠군. 난 다시 궁금해졌지. 만약 내가 120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면, 도대체 지금부터 몇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 그 답을 얻기 위해 다시 그 동영상 강의를 보게 되었어. 미래학자들은 40대 이후부터 8번 이상 직업을 바꿀 수 있게 된다고 한다는군. 8개의 직업이라……. 그럼 나는 한두 개가 아닌 8개의 다양한 능력을 개척해야 하는가? 별안간 그 능력을 어떻게 갖춘단 말인가? 그런데 동영상 강의에서는 더욱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정보화 시대라는 것이 사실은 인간에게 매우 무시무시한 메시지를 준다는 거야.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고도의 지적자산을 갖춘 개인만이 직업인으로 활동하게 되고, 대다수는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미래에 직업을 가진 사람은 점점 적어지고 이들이 하는 일의 생산성은 점점 더 증가하게 된다고 하였어. 결국, 소수만이 직업세계에 남게 되고 다수는 실업상태에 놓이게 되는 거지.
40대의 직업시나리오 동영상을 보면서 오늘 난 많은 생각을 했어. 나는 그동안 한 회사에서 오직 진급을 위한 외길 인생을 살아왔었지. 하지만, 40대에 이르러 이 외길 인생에서 더 좁디좁은 길을 택하여 투쟁하거나, 아니면 새로이 다양한 길들을 탐험해보고, 가능하다면 도전과 개척의 정신을 추구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미래를 보건대, 직업을 바꾸는 길을 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알았지.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거야. 신명나는 일을 찾아야지. 우선 내 주변의 40대는 어떤 모습으로 직업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일까? 나는 계획적으로 40대의 모습들을 관찰하기로 했어.
내 주변 40대의 관찰록 부질없는 욕망에 끌려 다니기 / 무조건 열심히 하기 / 무사안일의 신조 지키기 나는 부질없는 욕망에 끌려 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허무한 삶을 산다고 생각해. 그 이유는 이들이 갖고 있는 욕망이 그 직업의 특성과 맞지 않아 늘 고통스럽고 괴로운 직업생활을 하기 때문이야. 남들이 부러워하고 그 직업을 갖기까지의 실력과 노력에 대하여 경의의 눈초리를 보내는 직업을 가졌건만, 정작 그 직업에서 자신의 욕망이 채워지지 않아 고민으로 밤을 설치는 그런 40대를 알게 되었지. 바로 47세의 대학교수인 김성채야. 한편 우리 사회에서는 열심히 하면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왔었지. 하지만 직장생활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열심히 하는 것을 신조로 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통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내가 알아본 40대 만년 과장인 박민성은 아직도 이 방법으로 그 회사에서 살아남기를 원하고 있었어.
그리고 나는 편안함에 안주하다가 고용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회사원 전도경도 만났어.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그러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느꼈지. 편안함에 안주하는 것은 결국 그동안 누렸던 편안함에 비해 수배의 아픈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회사에서 무사안일의 자세로 일을 하다가 자신의 자리를 잃은 사람이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면 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40대에서 새롭게 태어나기 / 몸값 올리기 /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기 40대에 장기간 실업에 있는 실업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대하는지 궁금했지. 그들은 이 사회에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쓰라린 고통들을 이겨내면서 실직이라는 새로운 그 출발선에서 살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어. 우리가 겪어야 하는 고통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웬일일까? 이는 어떠한 시련에도 저항하고자 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오늘 발견한 안윤식 씨에게서는 이제까지 달려온 삶의 길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상황을 다시 보고 새롭게 이해하고 느끼면서 새로운 출발점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위대한 정신을 보았지. 참고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인물은 아마도 허정남일 거야. 이 사람은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더군. 헤드헌터들은 이 사람에게 끊임없이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추천하고 있었어. 이 사람의 상품가격은 날로 치솟아 떨어질 줄 몰랐지. 인간에 대한 가격원리가 적용되는 현대의 노동시장은 참으로 냉엄하지. 그 전의 노동시장은 인간에 대한 가격이 일률적이어서 한 개인의 차별화된 상품가치가 눈에 띄지 않았지. 그때가 좋았어. 지금은 가격경쟁에서 우월성을 갖고 있는 자에게 높은 대가를 지불하고 그렇지 않은 자에게 헐값을 책정하는 비정한 세계로 돌변하였지. 현대의 히어로인 이 사람은 나의 모델이라 할 수 있어.
한편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이지. 그런데 그런 공무원자리를 던지고 다른 직업에 도전하여 성공한 사람을 만나고 나서 나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 내가 알게 된 문기상은 대학교를 다니면서 학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학점관리를 소홀히 했어. 졸업 후 1년간 취업을 하지 못한 이유도 학점이 낮아 서류전형에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결국 그는 공무원 시험을 보기로 했고, 열심히 공부하여 9급 공무원이 되었어. 이제 공무원 생활도 15년이 되었고 5년만 있으면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으며, 내년이면 사무관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 그는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꽤 많은 처세술을 익혔어. 공무원에게는 좋은 정보를 서로 알려주며 끌고 당기는 보이지 않은 줄들이 있어. 문기상도 여러 가지 줄을 갖고 있지. 동기, 고향, 대학 동창, 고등학교 동창, ROTC, 인근주민들과 연결된 다양한 줄들이지. 문기상은 이러한 조직 문화에 점점 익숙해져 갔어. 그러나 그는 여러 가지 줄을 관리해야 입신양명에 도움이 되는 사회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어.
그는 내년에 있을 사무관 시험을 준비하면서 9급 시험에 대비하던 열정을 생각했어. ‘내가 왜 공무원이 되었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나? 내가 사무관이 된다면,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20대에 사무관으로 출발한 자들과 함께 경쟁하게 될 텐데. 그러면 16년의 공무원 생활은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잖아.’ 그렇다면 문기상은 무엇이 되고자 했던가? 문기상은 원래 변리사가 꿈이었어. 그래서 대한변리사협회 홈페이지에서 시험과목과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과 수습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어. 그리고 사무관 시험공부를 변리사 시험공부로 대체하기로 마음먹었지. 결국 문기상은 2년 뒤에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어.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사표를 냈어. 그가 사표를 내자 좀처럼 사표를 내지 않는 공무원 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을 가져다주었고, 그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서로 바라보았지. 하지만 문기상은 새로 얻은 변리사라는 직업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얻었어. 또 변리사라는 직업은 정년도 없었어.
60대를 20대, 80대를 40대로 만들기 나는 누구인가? / 나의 브랜드 확정하기 내 주변의 40대를 관찰하면서 나는 내 문제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 나는 지금 입사 후배가 하루아침에 이사로 승진해 심한 굴욕감과 모멸감을 느끼고 있어.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황이 더 치명적인 것은 앞으로 얼마가지 않아 해고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예고한다는 것이야. 나는 새로운 직업을 찾거나 직장을 찾아야 해.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불안감이 나를 더욱 기운 빠지게 하는 군 그래. 그래도 내겐 가족이 있지. 이럴 때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거겠지. 하지만 난 승진에만 정신이 팔려서 지난 8년간 한 번도 아내나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본 기억이 없어. 회사나 가정 어느 한 구석도 괜찮지 않은 것 같아. 난 자괴감에 빠져 집에 들어섰어.
아내는 평소보다 일찍 들어온 나를 보고는 반기는 모습이었어. 아내는 차를 갖고 와 마주 앉았어. “여보, 요새 무슨 일 있어? 이야기해봐.” 난 할 수 없이 후배가 진급이 되어서 그렇다고 이야기했지. 아내가 이야기하더군. 40대에 직장이나 직업을 바꾼다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라고. “혹시 알아? 내가 도움이 될지.” 아내와 이야기하고 나니 지지대가 있다는 생각에 용기가 생겼어. 다음날 저녁 나는 내가 관찰한 40대에 대해 아내에게 이야기해주었어. 아내는 애써 씩씩한 모습으로 나를 위로했지. “당신이 지금 고민하는 것이 당신 또래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인가 봐요. 여기 오늘 신문에 ‘내 나이 마흔 직업 한번 바꿔봐?’라는 기사가 났네. 안 봤지? 한번 보세요.” 결국 아내가 준 신문기사에 소개된〈김병숙잡앤멘탈클리닉(www. jobclinic.net)〉의 홈페이지에 가보니 ‘40대를 위한 나의 유망직업 찾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어. 결국 인생의 대반전을 위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잡클리닉을 찾아갔지. 두 가지의 직업검사와 세 번의 직업상담을 실시하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소개받았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지. 이 프로그램은 두 가지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결과와 자신에 대한 이해를 거쳐 유망직업을 찾아본 후 ‘나의 직업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이야.
한편 이 프로그램을 처음 접했을 땐 어색했지만 이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었어. 오늘 프로그램의 과제는 나를 노동시장에 내놓을 상품으로 본다면, 어떤 브랜드를 가지고 상품화할 것인가를 두고 식구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야.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를 정하여 식구들이 제시한 브랜드와 그 이유를 작성하고 자신이 결정한 브랜드를 적어오라고 하였지. 마침 이번 토요일에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으니 식구들과 이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기로 했어.
나의 브랜드는 무엇일까? 우리 식구들은 각자 나의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어. 예로 아내가 깔깔 웃으며 말했어. “아빠의 브랜드는 뭐니뭐니 해도 별로 말을 하지 않으니 과묵한 진실남이지.” 그러자 아이들이 나를 보고 박장대소했어. 우리 식구는 이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면서 관계가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 난 식구들에게 색을 설명하면서 나의 브랜드 색에 대해서도 물었어. 그러자 어느 한군데도 치우치지 않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회색주의적인 면이 많다고 했지. 그건 모두 동의하더군. 나의 이 회색에 어떤 색을 대비시키면 근사한 브랜드가 될까? 흰색과 대비시켜 놓으면 그 옆의 흰색을 보고 투명함에 더 깊이를 더하게 되지. 흰색과 회색의 어우러짐으로 적응력을 나타내기도 하지. 앞으로 나의 직업생활에 이러한 브랜드가 나타나도록 신경을 써야 해. 잡클리닉의 진행자에게 가족과 합의한 내용이 담긴 나의 브랜드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하였어.
8가지 직업 찾기 / 직업을 바꿀 납득할 만한 이유 나는 오늘 잡클리닉에 다시 들렀어. 직업검사 두 가지를 했는데 하나는 미네소타다면인격(MMPI) 검사로서 나의 지금 성격이 편중되지 않았는지를 알아보는 검사였는데, 결과는 다행히도 우려할 부분이 없다 하더군. 다른 하나는 직업카드검사였는데 의외로 매우 재미있었어. 나는 ECS라고 나왔는데, E는 진취형, C는 관습형, S는 사회형이라고 하였어. 그리고 E코드는 아마 그동안 직장에서 기획과 관련된 일에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형성된 것일 수 있다고 하더군. 내가 추구해볼 수 있는 직업으로는 가장 적합한 직업 23개, 적합한 직업 19개, 고려해볼 만한 직업 19개를 제시하여 총 62개 직업을 보여주었어. 앞으로 77년이 남았다면 10년을 주기로 볼 때 적어도 8개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직업을 선정해야 할까?
아무튼 나는 지금 직업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직장을 바꿀 것인가 고민에 빠져 있지. 이미 아내와 함께 직업을 바꾸는 인생의 대반전을 시도해야 한다는 데 합의하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겠어. 먼저 현재의 직장을 계속 다니거나 떠날 이유들을 써봐야겠어. 그리고 직업은 직장보다 더 신중해야 하지. 내 차후의 인생을 지배하게 될 새로운 직업생활이 40대에 매우 괜찮은 도전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염두에 두고 난 새로운 직업들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어. 새로운 직업에서 어떤 기술과 능력, 특성이 필요한지를 알아보고, 이것들을 준비를 해야지.
나의 구조조정(안) 결재하기 / 의사결정 훈련하기 나는 직업을 바꾸기 위해 나를 탐구하고 검사를 통해 나에게 맞는 직업도 알아보았지. 그리고 직업을 왜 바꾸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도 작성해보았어. 이런 과정이 끝났지만 아직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 직업을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야. 나는 먼저 이러한 계획을 추진할 준비를 해야 해.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관리할 필요가 있어. 그래 나의 구조조정, 이것이 필요해. 나한테 구조조정의 첫째 목표는 나의 시간소비에 대한 검토가 될 거야.
이러한 구조조정의 시간이 끝나자 잡클리닉에서는 의사결정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 나는 의사결정을 할 때 많은 어려움을 느껴. 너무 좋은 안이 많아도, 완벽한 답을 얻으려고 해도, 실패하지 않으려고 해도, 아내의 기대에 부응하려 해도 어려움을 느껴. 그뿐인가, 최상의 의사결정을 해도 불안을 느끼게 되지. 난 이때 이 세상에 완벽한 선택이란 거의 없으며, 회의가 드는 것은 정상적이고, 모든 변화에는 위험이 따른다고 스스로를 달래고는 해.
나의 커리어로드맵 만들기 / 다음 직업으로 연착륙을 위해 공부하는 10년 주기의 순환적 진로 자, 이제 77년 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니 직업카드검사에 나온 직업들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걸. 직업카드 검사결과 나에게 적합한 것으로 나타난 60여 개의 직업을 아내와 함께 검토해봤어. 내가 선택한 직업들은 회계사, 감정평가사, 보험계리사, 보험대리인, 부동산 감정사, 토지관리원, 채권관리원, 선물중개인, 변리사, 관세사, 정부자산관리원, 외환딜러, 노무사와 같은 것들이었는데, 결국, 난 정직하고 판단력과 의사결정력이 있는 나에게 적합한 감정평가사에 도전하려고 결정했지. 그럼 그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자격시험에 대하여 알아보았어. 한국감정평가협회, 한국감정원에서도 감정평가사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구했지.
한편 아내에게 내가 작성한〈다른 직업으로의 연착륙을 위한 순환적 커리어로드맵, 직업시나리오 1〉을 보여 주고, 다시〈창의성을 발휘하여 기업가로 변신을 거듭하는 커리어로드맵, 직업시나리오 2〉를 구상해야 한다고 했더니, 아내는 창업에 대하여 고려해보자는 거야. 먼저 직업카드 검사결과를 확인해보니 그 중 가장 많이 지적된 분야가 국외여행안내원, 방문객서비스안내원, 광고홍보에이전트, 컨벤션기획사, 경영서비스매니저, 식품영업원, 자동차영업원, 호텔지배인들로 되어 있었어. 만약 여행사를 창업한다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래, 난 여행을 다닌 경험을 최대한 살려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테마를 결합시킨 여행을 기획하고 싶어.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즐거운 시나리오를 작성하니 내 마음이 벌써부터 설레는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야. 관광경영대학원에 다니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거야. 영어와 중국어도 필수로 공부해야지. 아! 그런데 이 모든 자금을 어디서 끌어오지? 이 회사에 부장으로 3년 정도 있으면서 은행 대부 한도를 가능한 최대로 높여놓으면 재직 시 대출받기가 쉬울 거야. 그리고 소자본창업지원센터에 들러 계획서를 보여주고 자문을 받아야겠어. 나는 오늘 의미 있는 일기를 쓰기 위하여 노트를 하나 샀어. 그 노트의 제목은 ‘나의 진로일기’야. 이 일기는 일주일마다 쓰면서 그동안 진로를 추구하는 데 있어 목표를 가지고 정확히 추진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지. 그리고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한 교육 계획을 세워야겠어.〈직업시나리오 1>과 관련하여 나는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하는 감정평가사 자격시험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어. 〈직업시나리오 2〉와 관련해서는 관광경영을 위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었어.
내 인생의 스승 만들기 / 60대를 20대, 80대를 40대로 만들기 위한 계획 점검하기 난 직업생활의 멘토(mentor)가 없었어. 난 그동안 내가 친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어. 나의 스승은 초등학교 선생님부터 사회의 상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고 늘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인물은 황희 정승이라 할 수 있어. 황희는 조선왕조를 통해 가장 명망 있는 재상으로서 1363~1452년 동안 90세의 삶을 영위하셨던 분이지. 황희 정승은 우리 마음속에 어진 정승이면서 직업관이 투철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어.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600년 전, 평균수명이 40대 정도 되었을 그 때에도 86세까지 일을 하셨다는 사실이지. 그 두 배를 살아야 하는 우리 세대에게는 지금보다 두 배 더 길게 일을 해야 하는 전형적인 진로모델이라 할 수 있어.
한편 내가 구상한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일말의 두려움이 스쳐갔어. 그건, 내 마음속에 지금의 80세 노인들의 건강을 보고 “나도 80세에 그럴진대 어떻게 일을 하지?” 하는 생각에 머물렀기 때문이야. 20대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고쳐야 할 부분은 앉은 자세와 걷는 자세지. 얼굴표정도 문제네. 난 청년시절의 몸과 표정을 갖도록 훈련을 해야만 해. 그럼, 나의 ‘60대를 20대, 80대를 40대로 만들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가의 문제야.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는 여러 개의 정거장이 있고, 너무나 먼 길이야. 그때마다 나는 다음과 같이 하기로 했어. ① 일주일마다 초심으로 돌아가 ‘나의 진로일기’를 점검하기 ② 150세까지 아직 100년이 남아 있다는 생각 굳히기 ③ 내 인생 스승의 삶의 철학, 신조, 업적에 대해 충분히 알기 ④ 나의 브랜드에 맞게 행동하기 ⑤ 24시간 쉬지 않는 자가발전기 가동시키기 ⑥ 실행은 전문가처럼 하기 ⑦ 수정은 하되 포기하지 않기 ⑧ 욕심부리지 말기
40대에 직업 바꾸기를 위한 직업상담가의 조언 생각 뒤집기 / 생각 멈추기 / 생산적 인간되기 / 받아들이기 직업상담가가 나에게 가장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은 ‘생각 뒤집기’에 대한 노력이었어. 직업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인재상은 창의성을 가진 사람이라더군. 창의성은 고정된 사고를 거꾸로 하기 시작하면 증가된다고 해. 그리고 나는 회사에 다니면서 고통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이런 고통의 시간에 직면하면 ‘생각 멈추기’를 하라는 것이 직업상담가의 충고였어. 그 원리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있었다면, 그러한 시간들을 멈추게 하고 다른 시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야. 그러면 그 힘든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어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는 것이지.
한편 난 그전에 생산적인 말에 거부감을 느꼈어. 너무 기능적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지.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면 이 세상에 잘 적응하기 위해 신체적, 심리적 상태를 건설적으로 만들어 가야 함을 의미해. 직업상담가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상상해보라고 했어. 예측 가능한 경우를 가상하고 경우에 따라 상상의 훈련을 통하여 상상 속에서 해결해보라는 거야. 훌륭한 신체적 조건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지속적 운동, 등산, 산책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남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더군. 자신을 받아들이려면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에 늘 귀를 기울여야 하지. 내가 왜 아파하는지, 왜 울고 있는지, 왜 질투하는지, 왜 기뻐하는지 다양한 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기로 한 뒤에는 나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해. 왜냐하면 여러 가지 흡족하지 못한 조건을 수용하기 위해 자존심을 버림으로써 마음에 상처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야.
뛰쳐나가기 / 여유 찾기 / 멋 부리기 고정관념은 점점 인간의 미래까지도 한계를 설정해버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난 이런 것을 깨트리기 위해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해봤어. 남산 1호 터널은 통행료를 지불하고 지나가야 하지. 그렇다면 통행료 없이 통과할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시험해보기로 했어. 터널을 통과한 후 게이트에 있는 직원에게 통행료가 없다고 하였지. 직원은 교통카드를 사용하라고 했지만 난 교통카드가 없다고 했어. 그러자 그 직원은 나의 신상을 적게 하고 통행료 청구서를 발부해주더군. 아! 그렇구나. 이런 돌발행동들을 미리 예측해 준비를 해놓는구나. 통행료가 없어도 터널을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신기하고도 즐겁더군.
그리고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좋아하고 그 옆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지. 그런 유머감각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이는 마음의 여유에서 나온다고 생각해. 어느 날 기상청에서 비가 온다고 하여 그 말을 믿고 우산을 갖고 출근했어. 하루 종일 비를 기다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지. 우산을 갖고 간 것이 너무 아까워 창문 옆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어. 먹장구름이 저 멀리 보이더군. 나는 옆 동료에게 말했어.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우산을 갖고 왔는데, 비는 왜 안 오는 거야!” 그가 이렇게 대답하더군. “그럼 저 먹장구름이 있는 곳을 지나서 집으로 가시지요.” 직업상담가는 이처럼 상황을 반전시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유머감각을 갖추는 것이 누구나 타고난 건 아니라고 위로하더군. 하지만 누구나 노력하고 훈련하면 갖출 수 있는 능력이라고 용기를 주었지.
직업상담가가 맨 마지막에 강조한 것은 ‘멋 부리기’였어. 멋진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자신만의 멋을 연출하는 데서 그 멋이 더욱 빛이 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 멋은 마음에서부터 나온다고들 하지. 중후한 40대의 멋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넉넉함,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함, 고독함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는 의로움, 묻지 않아도 그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현명함, 자신을 늘 반성하여 자정할 수 있는 마음의 선명함이 멋을 내는 바탕이 된다고 해. 그리고 멋은 무엇보다 얼굴에서부터 드러난다고 하였어. 마음의 멋이 깃든 얼굴은 어떤 외형적 치장을 하지 않아도 멋을 뿜어내지. 이러한 마음의 멋과 대비해 외형상으로 드러나는 멋도 있는데, 외형적 멋을 생각할 때 자신의 결점을 가리기 위한 기능적인 면만 중시하였다면 이는 오산이야. 그 멋은 내면의 멋과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내면의 멋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멋이 가장 좋지. 아울러 남성의 멋은 신뢰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색을 택하여야 해.
정리하면 내 나이 마흔셋에 부하직원이 먼저 진급한 상황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냈어. 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인생 대반전의 기회가 되어 직업시나리오도 만들어 가족들에게 동의를 받았고, 나의 구조조정을 통하여 직업에 대한 적응도를 높이는 몸과 마음을 만들 수 있었지. 아무튼 잡클리닉의 직업상담 프로그램이 강조하는 것은 40대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으로 ‘위기가 기회’라는 사실이며, 용기를 갖고 세상을 본다면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다른 세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