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등 깡통주택 피해자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망한 청년들은 사회초년생이다. 작년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구제 방안을 정부에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서로 네 탓만 하다 젊은 청년들이 목숨을 잃자, 이제야 특별법 마련을 위해 분주한 모양이다. 정부 여당에서 제시한 안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피해자들은 호소한다. 희망 고문에 불과한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깡통주택은 은행 대출을 통해 구매한 빌라 가격이 내려가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금을 돌려주고 나면 집주인에게 이익이 없는 주택이다. 이는 남는 것이 없거나 손해를 본다는 뜻의 ‘깡통 차다’와 ‘주택’을 결합한 신조어다.
정부는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의 150%까지 인정해 줬다. 감정가격이나 거래가격의 거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투기자들은 자본 없이 전세금만으로 주택을 대량 매입할 수 있었다. 무자본 갭 투기는 결국 잘못된 정부 정책의 산물이다. 투기자들은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돈을 돌려줄 능력이 없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계약금만 받고 잠적해 2차 피해를 양산했다. 이런 현상은 시작에 불과하다. 다수의 전세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피해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터질 사고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정치권의 더 큰 문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도 큰 문제다. 이 경우 전세보증금은 후순위로 밀려나 사실상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거리로 나앉게 된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떠한 방안이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세입자는 계약 전 체크리스트를 하는데도 그들은 왜 근저당이 있는 집에 전세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의문이 든다. 이는 건물주와 중개업자, 투기업자들의 담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회가 나섰다. 전세사기특별법의 세부 내용을 두고 여야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야당이 최종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 안에는 공공기관이 사기 피해자의 보증금을 사후 정산해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공공기관이 피해자를 대신해 보증금을 회수한 뒤 임차인에게 사후 지급하는 대안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공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경․공매 등을 통해 보증금을 회수하고 임차인에게 사후 정산해 주는 방식이다.
그럼 제주는 전세사기 피해는 없는 것인가. 지난 3일 제주도정은 전세사기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피해예방, 피해지원, 피해관리 등 3개 팀으로 구성해 유관기관과 협력해 피해확산 방지와 피해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전세사기 통합대응 전담반’ 운영에 들어갔다. 피해예방을 위해 홍보물․안심전세 앱 제공, 공인중개사 지도․감독 강화,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지원 등에 주력한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국토부와 경찰청과의 공조를 통해 피해유형을 관리하고 전세사기 의심사례를 공유해 확산을 방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 14일 제주경찰청은 전세사기 피의자 13명을 검거한 공로로 우수수사관 및 수사팀을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제주도정과 제주경찰청은 지속적인 공조를 통해 전세사기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도정은 피해자들이 다시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사회초년생들이 절망에 몰려 생을 마감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