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식패권시대 ◈
‘미쉐린가이드 뉴욕’에서 별을 한 개 이상 받은 식당은 72곳 뿐인데
이 중 한식당 9곳, 프랑스 식당 7곳이 포함 되었지요
뉴욕타임스는 “한국 음식이 ‘프렌치’ 요리의 패권을 끝냈다”고 했어요
전 세계적 현상이지요
뉴욕의 고급 식당 꽃(Cote), 샌프란시스코의 쌀(Ssal),
베를린의 고추가루(Kochu Karu), 벨기에의 마루(Maru)...
며칠 전 레스토랑 ‘쌀’에서 식사했다는 20대 여성은
“두 명이 코스 주문하고, 와인 한 병 먹었더니
1000달러가 넘게 나왔다”고 했어요
1982년 개봉한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이 배경이지요
일본 브랜드와 일식당이 가득한 로스앤젤레스를 그렸는데,
당시에는 ‘기발한 상상력’이라 평가받았어요
촬영 장소를 섭외하는 ‘로케이션 매니저’들은 2, 3년 후
가장 인기 있을 장소를 섭외하는 게 능력이지요
3, 4년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
한식당이 슬쩍 슬쩍 지나갔어요
한인 타운의 토속적 한식당은 물론 ‘정식’ ‘꽃’ 같은
고급 한식당의 매력을 눈 밝은 사람들은 몇 년 전부터 알아챘지요
전 세계 유명 셰프들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맨해튼에서
스테이크 하우스 중 유일하게 2023년 미슐랭 별을 획득한 식당은
한국계 사이먼 김이 운영하는 ‘꽃(COTE)’이지요
그는 “식당에 들어찬 수많은 손님 중 한국인을 보면
반찬 하나라도 더 주고 싶더라”라고 했어요
1937년 한국에서 태어나 1949년 미국에 정착한 재미(在美) 작가
존 배 프랫 인스티튜트 명예교수는
“처음 왔을 때는 냄새 난다고 밖에서 김치도 못 먹게 했는데
이제는 어디를 가도 한국을 얘기한다”며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했지요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유대인이 사는 뉴욕의 메이저 유대교
회당을 이끄는 수석 랍비 앤절라 워닉 북달도 서울에서 태어났어요
그는 “한국은 교육을 중시하고 가족에게 충성하는 나라”라며
“한국을 존경한다”고 했지요
2011년 한식당으로 세계 최초 미슐랭 별을 받은 후니 김 셰프,
미국에서 ‘식용 곤충 전도사’로 이름을 높이는 조셉 윤 등
많은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이 뿌리인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어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8억원을 들여
‘떡볶이 R&D센터’를 열고 ‘떡볶이 세계화’를 선언했어요
그러자 ‘떡볶이 대학은 안 만드냐’는 비아냥이 나왔지요
전문가들은 “절대 못 한다. 떡의 끈적한 식감을 외국인은 혐오한다.
한식 자체가 어렵다”고 했어요
그런데 BTS가 떡볶이를 먹는 영상을 올리며 분위기가 반전됐지요
지난해 3월 NBC뉴스는
‘떡볶이(Tteokbokki)가 미국 시장을 점령했다’고 썼어요
MB가 헛짚은 게 아니었지요
여기에 또 냉동 김밥까지 가세했어요
지난해 9월 중순까지 쌀가공식품 수출액이 1억4500만달러로
전년비 두 자리 상승세 였지요
경북 구미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230g짜리 냉동 김밥은
3.99달러짜리 초도물량 250t이 미국에서 순식간에 매진됐어요
요즘 공장을 풀가동 중이지요
채식주의자들이 열광하며 “10점 만점에 15점”이라고 극찬했어요
2013년 타이거 우즈와 경쟁하던 스페인 골퍼가
“내가 마스터즈에서 우승하면 우즈에게 치킨을 대접하겠다”고 말했다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욕을 먹었지요
치킨이 ‘노예제’를 상징하는 음식이라는 걸 몰랐던 탓이지요
솔 푸드란 말처럼, 음식은 집단의 마음과 연결되고 있어요
‘혀로 느끼는 정체성’ 때문 이지요
“마늘 냄새 난다”고 타박받던 한국인이
세계에서 음식 성공담을 연일 만들어내고 있어요
70년 전, 미군 부대 뒷구멍으로 나온 재료로 부대찌개를 끓여 먹던
바로 그 민족이 쓰고 있는 음식 신화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미국 뉴욕에 이어 마이애미에서 고급 레스토랑의 성공담을 쓰고 있는 레스토랑 '꽃(Core)'.
▲ 미국 대형마트 '트레이드조'가 출시한 냉동식품 김밥. /트레이드조
▲ 美 한식당 물회면, NYT ‘2023년 최고의 요리’에 뽑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