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가든]
내연산 보경사까지는 확 트인 시원한 동해바다를 따라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다가 송라에서 꺾어 들어서면 된다.
전국적으로 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명산 내연산 산꾼들이 찾아가는 집이 `삼보가든`(054-262-2224)이다. `삼보가든`의 주인 김옥진씨는 `보경사 산누나`로 통하는 사람이다. 포항을 위시한 인근 지역 대부분의 산악회 회원들의 단골집으로, 이 집을 찾는 사람들은 실제로 친누나의 집에서와 같이 행동들을 한다고 했다. 호칭부터 경상도사투리로 `누부야`로 부른다.
음식을 주문했다가 부족하면 주방으로 들어가서는 챙겨 나오기도 하고, 장독대와 김치독은 산꾼들에게 항상 개방되어 있는 상태다.
식당 문을 연 지 23년. 여러 산악회가 연초에 지내는 산제는 당연히 이 집에서 준비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손님 모두가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편안한 집이다. 록크라이머들의 의리에 끌려 그들의 뒷바라지에는 온갖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조난을 당해 유명을 달리한 산 친구들의 제사를 준비할 때는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일금 오천원을 내고 먹는 자연산나물비빔밥은 전국 어느 곳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이 지역 산꾼들의 품평이었다.
특히 이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경상도 호박전을 먹어본 서울 손님들은 돌아가서 전화를 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바다가 가까운 곳이라 해물파전도 푸짐하다. 여기다가 취나물과 손두부 등을 안주로 삼고 하산주로 걸치는 찹쌀동동주에 이 집 단골 산꾼들은 언제나 `보경사 산누나`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를 든다고 한다.
식당 2층은 욕조가 딸린 8칸의 민박방이라 내연산 산행의 베이스캠프로는 이 이상의 집이 없을 것이다.
[백번횟집]
폭포와 소와 암벽의 산 내연산의 동쪽 해안에는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포항시에 속해 있는 월포와 칠포, 그리고 영덕군의 장사 해수욕장에는 특색 있는 집들도 여럿 있다. 이 근처 바다는 한 차례 들러 물 속에 몸을 담가볼 만큼 물도 깨끗하다.
서울을 떠나기 전에 대산련 경북연맹(054-273-8848)에다가 전화했더니 이영관 사무국장은 월포의 `백번횟집`(054-232-3600)을 꼭 들르라고 당부했다.
80세의 이후석 할머니가 4남5녀 자녀 중 셋째 며느리 김귀남씨와 함게 운영하는 횟집인데 고부간에 모습뿐 아니라 생각마저 신기하리만큼 같다고 했다.
청송이 고향인 할머니가 영천 이씨 집안으로 시집온 것은 22세 때. 통조림공장을 운영하는 남편을 찾아오는 손님이 수도 없이 많았다고 한다. 바닷가에 위치한 공장이라 찾아오는 손님 모두에게 회 대접을 해야만 했던 것이 `회 뜨는 일`의 시초였다고 한다. 실로 58년이라는 긴 세월을 회 뜨는 일로 살아왔으니 그 솜씨야 어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특히 그 당시는 일제 때라 일본 손님들이 많았고 그 인연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경주를 찾아오는 일본 관광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허름하기 짝이 없는 오두막 같은 이 집을 찾아와서는 만족해 하며 계속 손님들을 보내주고 있다고 했다. 유창하게 일본말을 구사하는 할머니를 만나 즐거워하며 그들은 회값을 내는 것이 아니라 회는 공짜고 팁만 할머니께 드리고 간다며 고마워한다고 했다.
이후석 할머니는 지금도 식당 아래 바닷가 공판장에 나가 가장 싱싱한 횟감을 가장 싼값으로 구입한다. 하루 한 차례는 꼭 회를 드신다면서 자신의 허리가 굽지 않는 것은 회 덕분일 것이라며 건강하게 손님들을 맞고 있다.
할머니의 초장 조리법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한다고 하지만, 아마 며느리 한 사람만은 알 것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귀띔한다. `백번횟집`이라는 옥호는 수동식 전화를 사용하던 시절의 이 집 전화번호가 100번이었던 데서 유래했다.
[봉성영덕대게]
강구항은 내연산이나 주왕산 산행 뒤풀이로 찾아가는 먹거리 산책의 단골 코스다. 전국 유일의 대게잡이 전문 포구이자 영덕대게의 본고장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강구포구는 MBC-TV의 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 장소로도 소문나 사랑받게 된 곳. 지척에 삼사해상공원도 있다.
이곳을 찾았다면 우선 게 한 품목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으로 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많은 집들이 횟집을 겸하고 있는데 대게와 홍게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봉성영덕대게, 홍게 도매센타`(054-733-7177)가 직영하는 식당을 알아두면 완벽하게 대게의 참맛을 보고 돌아올 수 있다.
이 집은 `현대수퍼대게타운`을 25년이나 운영해온 배추일씨가 대게를 올바르게 구입하고 그 참맛을 제대로 시식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에서 대게타운 바로 옆에다 차린 대게 전문식당이다.
대게는 동해안 전역에서 서식하지만 강구에서 축산에 이르는 3마일 해상에서 잡히는 것이 가장 맛있다. 서식 조건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해역에서 잡히는 대게보다 다리가 길고 속살이 꼭 차 있을 뿐 아니라 맛이 담백하고 쫄깃쫄깃하다. 속살이 박달나무처럼 야무지다 하여 `박달게`로도 불리는데, 고려 태조 때부터 임금님 주안상에 올려졌다고 한다.
우리가 먹는 대게는 모두가 수컷이고 암컷은 `빵게` 라고 불리는데, 빵게는 연중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대게와 비슷한 크기로 껍질 색깔이 붉고 값이 싼 게가 홍게다. 잡아서 바로 삶아먹으면 그 맛이 대게 못지않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이 홍게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다리 속살만 먹고 게장이 든 맛있는 몸통살을 못 먹는 것인 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맛도 맛이지만 대게는 칼슘이 부족한 어린이, 노약자, 골다공증이 염려되는 중년에게 좋은 건강식품이기도 하다. 대게의 몸통은 게 뚜껑을 연 후 연한 껍질을 하나하나 벗기면 맛있는 몸통살이 드러난다. 참기름을 몇 방울 게장에 떨어뜨려 뜨거운 공기밥에 비벼먹으면 대게의 참맛을 모두 보게된다.
대게는 어떻게 삶느냐에 따라 그 맛이 크게 좌우된다. 산지 도매가격에 전국으로 택배까지 하고있는 이 집에서는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해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주비넬]
포항의 꾼들이 즐겨 찾는 암벽 하나가 있다. 포항에서 주왕산으로 가는 31번 국도상의 죽장면 소재지에 있는 학담암이 바로 그 바위다. 30m 높이의 독립암이다.
이 바위에서 크라이밍을 즐기고는 귀로에 꼭 들르는 산꾼들의 집이 있다. 김무하씨가 지어놓은 `주비넬`(054-278-9997)이 바로 그 집이다.
차도 마시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 말하자면 레스토랑인데 산꾼들은 이곳을 `포항 산꾼들의 아지트`라고 한다.
110평 규모의 통나무로 크게 2층으로 지어진 이 건물 옆 600여 평 공터에는 인공벽을 조성해서 보다 많은 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산꾼들은 `주비넬`에서 주로 모듬정식이나 돈가스를 시켜놓고 술안주를 겸한다고 한다. 포도주 글라스에 포도주와 철철넘치는 산꾼들의 뜨거운 우정까지 함께 담아서 건배를 한다는 것이 이 집의 분위기였다.
[황소막창]
내연산 산행을 위해서는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을 경유해야 할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를 생각해서 터미널 가까운 곳에 있는 특색 있는 음식점 한곳쯤은 미리 챙겨두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대구나 포항에서 먹을 수 있는 별미 중 하나가 소막창이다. `황소막창`(054-282-3452)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 터미널에서 보이는 교보빌딩 뒤쪽에 있다. 소 한 마리를 잡으면 얼마 되지 않는 막창을 이 집에서는 직접 3일 정도 각종 과일에 절여두었다가 짙은 과일향의 막창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이 과일향 막창을 굽는 구수한 냄새가 이 집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중으로 된 석쇠에서 구워낸 막창이 천연 감식초에 절인 양파와 함께 소주잔을 계속 비우게 했다. 과일에 오랫동안 절인 탓인지 막창은 매우 부드러웠고 양파 맛 또한 상큼했다.
`황소막창`에는 열무김치에 고추장과 된장찌개를 넣어 비벼먹는 보리비빔밥도 있다. 입맛 떨어지기 쉬운 계절에 입맛 돋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사태살과 양지살로 12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의 냉밀면을 먹은 일행 모두는 뒷맛이 무척이나 깔끔하다고 평했다. 막창을 굽는 석쇠 위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때묻은 우리의 일상과 근심 걱정도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