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머레이-'고스트버스터즈'와 '사랑의 블랙홀' 이 두편으로 빌 머레이를 봤고 언젠가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를 하는 걸 봤다. 별 개성이 없는데 미국사람들이 좋아하는게 신기했고 재밌지도 잘생긴 것도 재주도 없어 보이는데 미국의 배운 사람들이 제법 평가하는 배우라는게 이상했는데 이 영화를 보니 확실히 이 캐릭터가 미국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 단순한 루저(실패자)가 아닌 아웃사이더, 어깨에 힘이 빠졌는데도 딴지거는 것 같은 사람, 그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다. 중년의 권태와 몰개성이 이미 한물간추리닝패션으로 잘 표현되고 (그래도 줄무늬 쫙 들어간 두벌의 추리닝을 교대로 입는다) 어떤 낭패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는 무표정으로 젊은 시절을 여성편력과 컴퓨터로 일관한 나름대로의 인생 고수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력과 낭패감의 표정을 한 시간 이상 보는 건 예술영화를 사랑(?) 하지 않고는 참 힘들었다. 미국인들은 드물게 볼지 모르지만 난 이런 표정을 매우 많이 봤다.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브로큰 플라워는 유명 여배우들을 오랜만에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짐 자무시영화라니까 줄리델피며 제시카 랭 샤론 스톤등이 나왔나본데 망가진 여인들 (어쩌면 주인공땜에?)역할들을 각자의 개성대로 잘 보여줬다. 그들은 각각 한때 육체(샤론스톤) 와 지성(제시카랭)과 순정(프란시스 콘로이)과 야성(틸다 스윈튼)이라는 매력으로 주인공을 사로잡았지만 이제는 별스럽게 망가져서 그 누구에도 안착하지 않고 돌아섰던 이 바람둥이 개인주의자에게 당혹과 불편함을 주는 것이다. 이 여자들 누구에게서 내 아들이 나왔단 말인가. 느닷없이 나타난 아들이라는 흔적을 찾아나섰던 주인공은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다만 현재를 살 뿐' 하면서 사이비 불교적 인생관을 흉내내며 버티던 인생에서 현실체로 등장한 과거(아들)로 인해 정말 하기싫은 되돌아보기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교훈이나 메시지용은 아니지만 지독한 허무와 황량함을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면서 좀더 따뜻하게 관계맺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에 빌 머레이는 아들이라고 믿고싶었던 젊은이가 자신의 갑작스런 접근에 놀라 도망치자 쫓아가다가 놓치고 그 상실감에 정말 패닉상태에 빠진다. 카메라는 계속 빌 머레이를 뱅글뱅글 패닝하고 .....다 버렸는데 DNA가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