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옥화봉
청원군 운암리와 옥화리에 걸쳐 있는 옥화봉(512.7m)은 주목할 만한 특징도 없고 높이도 낮은 편이지만, 청주 청원지역의 유일한 청정지역인 옥화9경의 주산이라 할 수 있으며, 능선 자락에는 옥화자연휴양림을 끼고 있어서 청주 청원지역의 사람들이라면 알아둘만한 곳이다.
옥화봉은 백두대간이 속리산 문장대에서 갈라지며 묘봉~활목고개~금단산~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연릉의 끝부분에 솟은 산으로 연봉들은 청원군 미원면과 보은군 산외면의 경계를 이룬다.
원래 이름 없는 봉우리였으나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옥화봉이라 이름 짓고 작년 5월에 정상 표지석을 세워놓았다. 오늘의 산행은 위 지도에서 가는 오랜지색 선으로 표시된 순환코스를 이용하였다.
옥화봉을 등반하려면 옥화자연휴양림 입구를 거쳐야 한다. 옥화자연휴양림은 99년도에 청원군청에서 산림욕과 자연체험 코스 및 간단한 편의시설 등을 조성하여, 숲속에서 가족단위로 휴식과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곳이다.
청원군청에서 직접 관리하다가 얼마 전부터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가족단위의 휴양객이 많이 눈에 띄는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관리사무소 남쪽의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체력단련 시설물이 설치된 능선을 따라 오르면 정자가 설치된 주능선에 올라선다. 정자옆의 소나무에는 청주삼백리에서 작년에 달아놓은 등산로 안내표지가 붙어 있었다.
옥화봉을 향해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은 경사가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좁은 능선길 양쪽은 가파른 비탈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며 시야를 가리지만 걷기에는 좋은 편이고 수목사이로 능선길 좌우의 경관을 살피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옥화봉 정상 표지석이 무성한 풀 속이지만 말끔한 모습으로 일행을 반기고 있었다.
표지석 주위의 잡초를 제거하다가 불개미 떼의 습격을 받았다. 불개미는 집을 건드리게 되면 순식간에 떼거지로 사람에게 기어올라 옷속을 파고 들면서 피부를 물어뜯는 성질이 있다. 저 놈들도 그곳에 살 권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옥화봉을 찾는 다른 분들에게 불쾌한 기억을 줄 수 있으니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준비없이 간 일행에게는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옥화리와 월룡리의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불개미떼를 피한 위치에서의 맛있는 점심과 즐거운 대화, 그리고 하산...
하산은 완만한 경사가 길게 이어지는 북서쪽 능선을 이용했다. 조망이 좋아서인지 묘자리가 많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진의 우측 아래는 하산길에서 올려다본 옥화봉 주 능선과 정상부의 모습이다.
옥화봉에서 내려오는 작은 골짜기의 물은 깨끗하였다. 돌을 들치면 튀어나오는 가재들이 이곳이 청정 지역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옥화봉 자락에는 자연휴양림이 자리잡은 데 어울리게 다양한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조록싸리, ??, 산딸나무, 국수나무, 물푸레, 이팝나무..
고사리, 도라지, 고비, 미역취.... 사진에는 없지만 참취도 많았다.
옥화봉의 야생화들. 민백미, 뻐꾹채, 으아리, 은방울, 원추리, 찔레...
인근 속리산과 화양계곡 주변에 명산이 즐비한 지리적 위치상 옥화봉은 등산코스로서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옥화봉이 등산코스로서 가치를 지니려면 옥화9경과 자연휴양림,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수목이 자생한다는 특징을 잘 살려 계절별 테마산행 코스를 계획하여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산림욕과 자생하는 수목 관찰의 기회를 만드는 것은 기본일 것이며, 식생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봄철의 고사리 채취, 산나물 채취, 도라지 채취 등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코스를 개발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등산로 곳곳에 나무와 풀의 이름을 표시해 놓는다든지, 각 봉우리와 골짜기의 이름을 붙여 표시한다든지, 주요 갈림길에 방향과 약도를 표시하는 등의 작은 노력을 깃들인다면 청주청원의 시민과 학생들이 즐겨찾으며 기억에 남는 명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 옥화9경
옥화봉 북쪽에 자리한 옥화9경은 청주 청원지역의 유일한 청정지역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속리산에서 한남금북정맥의 북사면을 타고 서쪽으로 흘러내리던 남한강의 지류 달천의 상류(박대천)가 미원면 운암리에서 미원천(상당산성에서 낭성과 미원을 거쳐 흘러내리는 천)과 합류하면서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굽이치면서 빚어 놓은 아름다운 경관이다. 청원군의 최 동단인 미원면 운암리에서 시작하여 옥화리, 월룡리, 금관리, 어암리, 계원리에 걸쳐 약 15km 길이의 박대천 강안에 절벽과 소, 흰 자갈밭 등을 빚어 놓은 곳으로 10여년 전만 해도 오지로 불릴 만큼 교통이 불편한 관계로 자연경관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곳이다.
청원군은 삼일민족대표 33인중 6명을 배출한 곳이며, 수많은 명인열사들의 사당과 묘소 등이 많은 인물의 고장이다. 옥화대 일대 역시 파평윤문, 함양박문 등의 후손들이 수십대를 살아오는 곳이다.
옥화9경의 이름은 조선중기의 문인인 서계 이득윤 선생이 여러 곳에 이름을 붙인 것을 기반으로 하여 1990년 청원군이 군정자문위원회를 통해 재 선정한 것이라 한다.
제1경은 찍게 등 구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는 운암리의 청석굴(사진 없음 ^^).
제2경 용소. 옥화리 용고개 아래 절벽 밑으로 검푸른 물이 깊은 소를 이룬다. 승천하던 용을 한 아낙이 지켜보는 바람에 떨어져 이무기가 되어 살고 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제3경 천경대(天鏡臺). 달빛이 맑은 물에 비친다고 하여 하늘을 비치는 거울이라는 뜻으로 옛부터 부르던 이름이다.
제4경 옥화대. 작은 언덕의 고목 숲 사이로 추월정 만경정 세심정 등의 누대와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는 이득윤 윤승임 박곤원 등 3인과 윤사석 등 4인의 위패를 모신 숭현사가 있는데, 숭현사는 조선숙종 42년(1717년) 세워졌고, 이듬해에는 옥화서원 서계서원 등으로 불리는 서원이 창건되었으나 고종 8년(1871년) 서원철폐령으로 철폐되어 1989년 다시 세워진 것이라 한다.
옥화대 맞은 편의 멋진 공동화장실. 외부는 전통 이미지를 적용하여 설계했고, 내부는 최신식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지금까지 본 대한민국의 공동 화장실 중 가장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5경 금봉과 금봉골의 모습. 편무암 절벽사이로 굴곡을 이루며 굽이치는 강 흐름이 곳곳에 깊은 소와 여울, 모새사장과 자갈강변을 만들어 놓았다.
차량진입이 어려우며 도로에서 떨어져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치는 곳이기도 한다. 그 덕분인지 자연경관이 가장 잘 남아 있어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여건의 제9경 박대소와 함께 옥화9경 중 최고로 꼽고 싶은 곳이다.
제6경 금관숲. 금관리 개울가에 울창한 참나무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함양박씨 문중 소유지라는데 일반에게 개방을 한 이후 훼손이 많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제7경 가마소뿔과 제8경 신선봉의 모습. 가마소뿔은 어암리에서 계원리로 가는 길 아래로 강변의 절벽과 깊은 수심을 이루고 있다. 신선봉은 속리산 묘봉의 능선이 활목고개와 금단산을 거쳐 솟은 봉우리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으나 그 때문에 자연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옥화9경의 끝자락 박대소. 어암리 아래쪽에서 강물이 깊은 굴곡을 이루어 굽이치며 강안의 절벽과 넓다란 자갈밭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 역시 차량진입이 어려워 자연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옥화대 일대는 올갱이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옛날 같지 않으며 개체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옥화대 일대의 지반은 잘 갈라지고 쪼개지는 편무암층으로 되어있다. 화강암반으로 되어있는 인근 화양계곡와 선유계곡 등에 비하면 풍광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수량이 풍부한 박대천이 굽이치면서 형성한 여울과 소, 강변의 자갈밭 등이 가족이나 친지들끼리의 물놀이나 천렵 등을 즐기기 좋게 되어있다. 또한 큰길에서 떨어져 있어 자연스런 풍광이 잘 남아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또한 넓은 농경지와 산업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청주 청원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청정지역이이다.
그러나 최근 '수질'에 대해서는 청정지역이라는 용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기에는 마음이 개운치 못하다. 생활 환경의 변화와 축산시설의 증가, 그리고 옥화대 일대에 대량으로 들어선 팬션시설과 대형음식 점 등은 청정지역 옥화대의 위상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점은 옥화대 하류의 달천유역 전부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달천유역은 2000만 수도권 국민의 상수원 지역이기도 하다. 보은-청원-괴산군에서는 달천 유역의 오염상황과 주요 원인을 파악하여 개발 이용과 환경보존이 조화를 이루는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