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재건축, 강남發 훈풍에도 홀로 ‘꽁꽁’
[코리아리포스트=정훈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표정은 ‘울상’이다. 최근 강
남에서 불어온 ‘재건축 훈풍’이 이곳에는 미치지 않으면서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어서다.
이곳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인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돼 ‘통합 재건축’이 추진됐다. 하지만 이후 시장(市長) 교체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 프로젝트가 주춤하면서 여의도 재건축도 ‘된서리’를 맞았다.
이에 본보는 여의도 재건축의 현황을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그 앞날을 예측해 보았다.
재건축 대상 15개 단지 약 7800가구 산재허용연한 충족하나 사업 본격화 토대 미약
여의도에는 곳곳에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산재해 있다. 1976년 8월 21일 지정된 여의도(고밀도)아파트지구(이하 여의도지구) 내 11개 단지와 공작아파트(373가구), 서울아파트(192가구), 수정아파트(329가구), 진주아파트(380가구) 등 15개 단지가 그 주인공이다.
여의도지구는 총 4개 주구로 구분된다. ▲1주구 2개 단지(목화·삼부아파트) 1185가구 ▲2주구 4개 단지(대교·장미·한양·화랑아파트) 1520가구 ▲3주구 3개 단지(삼익·시범·은하아파트) 2510가구 ▲4주구 2개 단지(광장·미성아파트) 1321가구 등 11개 단지 6536구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모두 1970년대 준공이 이뤄져 서울시가 정한 재건축 허용연한은 충족한 상태이다([표] 참조).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제3조제1항제1호 및 별표1에 따르면, 1981년 12월 31일 이전에 지어진 5층 이상 공동주택의 재건축 허용연한은 ‘20년 이상’이다.
하지만 10층 이상 고밀도아파트로 구성된 여의도지구의 특성 상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위한 토대가 약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허용연한이 도래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재건축을 위한 필요조건을 충족했다는 의미일 뿐인 데다 여의도지구는 다른 고밀도아파트지구에 비해 도로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10여 년 전만 해도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열의가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의도지구는 여의도공원을 중심으로 그 서쪽 지역에 국회의사당 등 국가 주요 시설이 위치해 있어 고도 제한 등 각종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탓에 전면 철거 후 기존 층수보다 높은 건물을 신축하는 재건축사업이 설 자리가 없었다”며 “더욱이 서강·마포·원효대교와 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지하철 5호선이 강·남북을 이어주고, 섬 남측에 위치한 올림픽대로와 2009년 개통된 지하철 9호선이 서울 동·서부를 연결해주는 등 교통의 요지이면서 강남과는 차별화되는 부촌(富村)으로서의 이미지도 강해 주거환경 개선 필요성이 떨어졌던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규제로 사업 ‘주춤’… 단지별 이해관계도 엇갈려
2000년대 들어 여의도 일대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90년대 중·후반 재건축 허용연한을 채운 단지들이 속속 등장한 데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하에서 움츠러들었던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규제가 사업성을 떨어뜨린다는 평가 속에 단지별 이해관계마저 엇갈리면서 재건축 열기는 점차 시들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에 의해 개발이 추진됐던 여의도지구가 특히 사업성 제고를 가로막는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2001년 9월 서울시가 고밀도아파트지구의 용적률을 25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관련 조례를 개정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더욱이 2006년 1월 변경ㆍ고시된 개발기본계획(서울시 고시 제2006-21호) 역시 용적률 상한을 250%(기준 230%, 기부채납 통한 인센티브 20%)로 규정했다. 이는 기존 용적률이 210~250%에 달하는 여의도지구 내 11개 단지의 재건축 추진 의욕을 꺾었다.
실제로 삼익·은하아파트의 경우 기존 용적률이 256%에 달하며, 한양아파트도 기존 용적률(252%)이 상한선보다 높다. 기존 용적률이 각각 224%와 219%인 장미아파트와 화랑아파트도 상한선에 육박해 사업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단지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해졌고, 재건축 열기는 제대로 그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었다.
전략정비구역 지정으로 살아난 재건축 ‘불씨’기부채납 부담에 발끈한 주민 반대로 시들어
2000년대 중·후반 ‘냉각기’를 보낸 여의도 재건축시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2009년 서울시가 여의도를 비롯해 압구정·이촌·합정·성수 등 5곳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할 무렵을 전후로 해서 여의도 일대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도 급등했다.
여기에 여의도전략정비구역을 동북아시아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재건축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2011년 1월 서울시는 2년 전 발표된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여의도지구는 크게 2개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될 예정이었다. 1구역(여의도동 50 일대 45만2203㎡)에는 9개 단지(대교·목화·삼부·삼익·시범·은하·장미·한양·화랑) 6266가구가, 2구역(여의도동 28 일대 16만2071㎡)에는 2개 단지(광장·미성) 1906가구가 신축되는 내용으로 개발 밑그림이 그려졌다.
하지만 ‘기부채납’이 비상(飛上)하려던 여의도 재건축의 발목을 잡았다. 통합 재건축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기부채납이 거론되고 이 비율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극심한 주민 반발을 불렀기 때문이다.
같은 해 여름을 기점으로 여의도 일대 아파트 단지마다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는 시가 그해 1월 발표한 ‘여의도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의 철회를 촉구하기 위함으로, 여의도지구 내 11개 단지 주민들은 ‘여의도 11개 단지 아파트 소유주 연합’이란 단체를 만들어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특히 같은 해 8월 11개 단지 6300여 명의 소유주 가운데 과반수가 시 계획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동의서를 관할 구청과 시청 등에 제출함으로써 민관 갈등은 극에 달했다.
안전진단 통과 1곳 불과, 추진위 5곳 ‘유명무실’
주민 반발로 여의도 재건축은 또다시 방향을 잃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세훈 시장의 사퇴(2011년 9월)와 그에 따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좌초는 여의도 재건축시장을 침체의 늪에 빠뜨렸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 열기까지 사라지면서 여의도전략정비구역도 해제되기에 이르렀다. 서울시가 지난 3월 ‘여의도전략정비1·2구역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실효’ 고시(제2013-98·99호)를 낸 것.
이로 인해 여의도 재건축시장은 급격히 위축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여의도 재건축 15개 단지의 사업 추진 현황은 ‘백지’ 상태와 다름없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수정아파트 1곳에 그친다. 영등포구 등에 따르면,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설립된 곳도 5곳(수정·시범·목화·광장·미성)에 불과하다. 이들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게 소식통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여의도 재건축은 그 현황을 파악하기도 어렵다”며 “추진주체가 있는 곳도 소수에 그치는 데다 이들의 존재감이 유명무실한 탓에 관할 구청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에 공개된 여의도 재건축 단지는 ▲시범(추진위구성승인일 2008년 5월) ▲목화(2009년 3월) ▲광장(2009년 7월) ▲미성(2009년 9월) 등 4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들 모두 ‘일시중단’ 상태로 파악됐다.
“35층 이하로 재건축하자” vs “용도지역 변경 후 50층 이상 짓자”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여의도는 서울시의 ‘한강 중심의 도시공간 관리방향’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이 가능하다. 40%에 달했던 기부채납 비율도 15% 이내로 줄어들고, 용적률도 400%가량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지구 내 11개 단지의 통합 개발을 골자로 했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달리 개별 및 통합 개발 방식을 절충하는 방향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일반상업지역과 인접한 경우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 60층 안팎의 초고층 건축도 허용된다.
그러나 주민마다 층수와 기부채납 등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 재건축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역시 압구정 등과 마찬가지로 35층 이하로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측과 용도지역 변경 후 50층 이상으로 재건축하려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라며 “초고층 재건축을 원하는 측에서도 용도지역 변경으로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게 되면 그 반대급부로 기부채납 부담이 늘어날 것을 염려하는 토지등소유자 수가 많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고 전했다.
영등포구청 주택과 담당자 역시 지난 5일 “지금도 단지마다 개별적으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지만 현재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없다”며 “서울시가 용역을 진행 중인 ‘한강변 관리기본방향’이 확정돼야 그에 따른 사업 추진 움직임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사업 추진과 관련해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는 곧 아파트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여의도 재건축 대상 15개 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안전진단을 받은 수정아파트만 하더라도 한때 14억원에 달했던 전용면적 150㎡(공급면적 165㎡)의 매도 호가가 지난 4일 기준 8억80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저층 매물의 경우 8억3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로 조사됐다.
여의도동 Y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요즘 강남 재건축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여의도 재건축시장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의도 재건축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데다 주민들의 사업 참여 의지가 약해 당분간 가시적인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박재필기자 2013.12.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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