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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입력 2009.09.21 22:53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울산
(영주=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죽기 전에 오빠와 동생을 볼 수 있겠나 싶었는데..."
경북 영주에 사는 박초형(88) 할머니는 동생 문섭(81)씨가 남쪽에 사는 누나를 찾는다는 소식에 두 귀를 의심했다.
설마 살아 있을까 싶었는데 분명히 60여년 전에 헤어졌던 동생에게서 소식이 왔다는 얘기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어야 했다.
박 할머니가 동생 문섭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해방 직후 잠시 친정에 들렀을 무렵이었다.
당시 문섭씨는 17살 늦깎이 초등학생이었고 박 할머니는 일찌감치 영주에 시집을 가 있었다.
안동군 남선면의 몹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박 할머니는 위로 누나와 오빠(박연섭), 아래로 문섭씨가 있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이라 딸들은 일찌감치 시집을 갔고 집안에는 부모님과 아들 둘이 남아 농사를 짓고 있었다고.
그러나 박 할머니가 친정나들이를 다녀간 뒤 몇 년 안 있어 6.25 전쟁이 터졌고 멀리 피난을 갔다 오니까 친정에서 두 아들이 북으로 끌려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먹고 살기에 바쁘다 보니 오빠와 동생의 비보에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는 박 할머니는 그 뒤 부모님과 언니를 차례로 여의었고 지금껏 그저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오빠와 동생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아왔다.
박 할머니는 "오빠가 살아있다면 올해 91살이지만 동생 소식만 들려온 걸 보니 아마도 돌아가신 것 같다"라며 "그래도 어릴 적 업어 키웠던 막내를 볼 수 있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기쁘기 한량없다"라고 말했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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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입력 2009.09.21 20:22 | 수정 2009.09.21 20:33 .
추석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강인선씨
(제주=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돌아가신 줄만 알고 40년 넘게 제사며 차례까지 다 지냈는데 이렇게 만난다니 놀랍고도 기쁩니다."
추석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에 포함돼 오는 28일 북한의 둘째 누나 강선옥(76)씨를 만나러 가는 강인선(59.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씨 남매는 며칠 전 전화 한 통을 받고 깜짝 놀랐다.
16세 때 "돈도 벌고 학교도 다니겠다"며 서울 방직공장에 일하러 간 뒤 이듬해 6.25전쟁이 터지면서 연락이 끊겨 돌아가신줄만 알았던 누님이 북한에서 남한에 있는 동생들을 찾는다는 연락을 대한적십자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6.25전쟁이 나던 해 태어나 누이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강인선씨는 "누님은 형제 중에서도 유난히 요망지고, 일과 공부에 욕심이 많아 시골에서 농사일도 곧잘 도왔고, 제주4.3사건 때 중산간마을에서 바닷가로 몸을 숨길 때도 아버지를 도와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명절마다 차례상에 절을 하며 누님을 생각했는데 이번엔 직접 뵐 수 있어 생애 최고의 추석이 될 것 같다"며 "누님의 손을 꼭 잡고 1990년 돌아가신 부모님 제삿날을 알려드리고 싶다"며 반가워했다.
그는 "7남매 중 큰 누님(80)은 연로하고 몸도 불편해 이번에는 모시고 갈 수 없지만 언젠가 통일이 되면 북에 계신 누님도 고향에 오실 수 있을 것"이라며 "선물로 생필품이라도 정성껏 준비해야 겠다"고 덧붙였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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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입력 2009.09.21 19:57
(대구=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11살 때 헤어진 뒤로 돌아가신 줄 알고 제사까지 지낸 형님이 살아계신다니, 꿈만 같습니다"
금강산에서 열리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할 고재현(74.대구 서구 내당동)씨는 21일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헤어졌던 친형 고재학(77)씨를 6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만주에서 살던 고씨 가족은 광복 이후 고향인 경북 성주로 내려오기 위해 짐을 쌌지만 당시 14살이던 형은 혼자 학업을 위해 만주에 남았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남북 간 왕래가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기 때문에 잠시만 헤어져 있으면 다시 남쪽에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남북 간 왕래가 끊기고 6.25전쟁이 터지면서 고씨 가족의 기대는 60여년 세월에 묻혀버렸다.
고씨는 형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채 북에서든 만주에서든 살아있기만을 기도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형의 소식을 들을 길이 없어지자 형의 제사를 지내며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왔다.
형을 만나기 위해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으나 명단에 들지 못한 고씨는 이번에는 북측의 형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형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고씨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상봉 행사 안내문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부인과 아들 부부, 손자까지 데리고 형님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을 만나면 63년 세월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듣고 싶다는 고씨는 "형님도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을 몰라 답답했을텐데, 이번에 만나면 두 손을 꼭 잡고 그동안 못 나눈 형제간의 우애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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