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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나무, 알멘드로나무
알멘드로나무의 울퉁불퉁한 뿌리 틈과 여기저기 움푹 팬 나무껍질, 엇갈려 뻗은 가지와 빗물을 머금은 나뭇잎 사이에는 숨겨진 세계가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양한 동물들이 우리를 반긴다. 나뭇가지가 떨어져 나간 구멍에는 큰초록마코앵무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무지개왕부리새는 알멘드로 열매를 먹으며 소란스럽게 떠들고, 이에 질세라 튼튼한 성대를 가진 고함원숭이들은 나뭇가지 사이를 오가며 소리를 지른다. 밤이 되면 과일박쥐와 아구티가 알멘드로나무를 찾아온다. 바로 알멘드로 열매를 먹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들을 노리는 동물이 있으니 바로 풀살모사와 적갈색떠돌이거미다. 풀살모사는 강한 독을 가지고 있어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로 꼽히는데 숲 바닥의 나뭇가지나 썩은 통나무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 적갈색떠돌이거미는 곤충들이 은신처로 삼는 잎 속에 미리 숨어 있다가 다가오는 먹이를 잡는다. 한편, 나무줄기에는 푸른모르포나비가 떼를 지어 쉬고 있고, 화살독개구리는 조심스럽게 나무를 오르고 있다. 가위개미는 알멘드로 잎을 잘게 씹어 집 안에 쌓아 놓은 다음 균류를 키워서 먹는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만 1000종이 넘는 동물들이 알멘드로나무를 집으로 삼거나 알멘드로 열매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중남미에서는 알멘드로나무를 ‘생명의 나무’라고 부른다. 하지만 반대로 동물들이 나무가 번식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동물들이 알멘드로 열매를 먹고 씨를 버리면 씨앗을 퍼뜨릴 수 있다. 또 아구티는 먹을 것을 땅속에 묻어 저장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렇게 숨겨 놓은 열매 중에서 미처 찾지 못하고 잊어버린 열매에서 싹이 터서 자랄 수 있다. 가위개미 무리는 여러 나무에서 조금씩 잎을 가져오는데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우거진 잎을 잘라 내면 그 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어린 알멘드로나무가 잘 자랄 수 있다.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동물들
열대 우림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아가는 만큼 동물들은 천적을 피하고 자손을 남기기 위한 저마다의 독특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부록에서는 앞에서 소개한 동물들의 습성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고함원숭이는 5킬로미터 밖까지 들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를 질러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 푸른모르포나비는 반짝이는 파란 날개를 가지고 있어 눈에 띄지만 오히려 이 반짝임으로 천적들을 놀라게 할 수 있고 날개 안쪽은 나무껍질 같은 회갈색으로 되어 있어 보호색 역할을 하는 동시에 눈 모양의 무늬 때문에 마치 올빼미나 매 얼굴처럼 보여 다른 동물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파충류나 거미들은 알을 낳은 뒤 새끼를 돌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화살독개구리는 알에서 올챙이가 깨어나면 올챙이를 등에 업고 나무를 오른다. 나뭇가지에 붙어사는 착생 식물에 고인 물로 옮기는 것인데, 땅에서 생활하는 포식 동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어 안전하기 때문이다. 적갈색떠돌이거미는 거미줄로 만든 알 주머니에 알을 넣어 부화할 때까지 지니고 다닌다.
많은 야생 동물들은 떼를 지어 생활하는데 무지개왕부리새나 고함원숭이, 아구티는 무리를 지어 살고 가위개미는 한 집에 300만~400만 마리가 모여 산다. 풀살모사는 한번에 50여 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암컷 적갈색떠돌이거미는 100여 개의 알을 낳을 수 있다니 한 그루의 나무가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나무가 열대우림에 10그루, 100그루가 있다고 생각하면 열대우림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살아가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열대 우림과 동물들을 지켜요
세계적으로 열대 우림의 면적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특히 알멘드로나무가 흰개미가 갉아 먹지 못할 정도로 단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목재로 쓰기 위해 많은 나무를 잘라 갔고 농장을 만들 땅을 얻기 위해 알멘드로나무를 마구 베어 냈다. 숲이 사라지면서 그곳에서 살고 있던 동물들도 집을 잃었고 큰초록마코앵무는 그 수가 크게 줄어 멸종되지 않도록 보호가 필요한 동물로 지정되었다.
열대 우림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으로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종의 동식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야 한다. 열대우림 생물다양성그룹과 세계앵무기금, 오사보전협회는 코스타리카 열대 우림을 보전하고 야생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동물원이 아닌 생생한 자연과 그곳의 동물들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배워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어떤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지, 알멘드로나무와 야생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 옹달샘 생태과학동화는…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 달려가 안길 수 있는 엄마의 품처럼,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품어 줄 준비를 하고 있는 ‘자연’을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숲이나 들보다는 집이나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은 ‘친구’이자 ‘가족’이라는 걸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옹달샘 생태과학동화〉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픈 마음을 담은 저학년 과학 그림책입니다. 마르지 않는 옹달샘처럼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생태에 대한 호기심을 퐁퐁 샘솟게 도와줄 것입니다.
징그러운 벌레와 무서운 동물들이 낯선 우리 아이들에게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호기심이 관심으로 이어져 건강한 가치관을 만들 수 있도록 알차게 꾸려갈 것입니다.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고운 마음씨 하나하나가 모여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 세상을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 글쓴이‧그린이‧옮긴이 소개
글쓴이 케이트 메스너
미국 뉴욕 주 메디나에서 자랐다. 뉴욕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방송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7년 동안 방송국에서 프로듀서와 리포터로 일했다. 이후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중학교에서 15년간 교사로 지냈다. 2009년에 첫 소설 『애나 Z의 찬란한 가을』로 E. B.화이트 리드 얼라우드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뉴욕 주 피츠버그에 살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정답을 알려 줄게』 『숲 속 동물들이 사는 눈 아래 비밀 나라』가 있다.
그린이 시모나 물라차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났다. 전 세계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60권 이상의 책에 그림을 그렸고, 일러스트레이터 협회로부터 은메달을 받았다. 현재 이탈리아 페사로에 살고 있다.
옮긴이 이충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교양 과학과 인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진화심리학』 『화학이 화끈화끈』 『사라진 스푼』 『도도의 노래』 『건축을 위한 철학』 『스티븐 호킹』 『쿵! 소리로 깨우는 과학』 『역사를 만든 발명의 힘』 등 300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