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타고 윤샘의 동네 전철역에 내려 지상으로 나오니 4시 지난다. 그 사이 비가 내린다.
식육점과 과일 야채 가게에서 장을 봐 들어와 늦은 점심을 그른 이른 저녁을 삼겹살 구이로 먹었다. 우리 집에서 가져온 김장김치가 한 맛을 더한다. 김치도 고기도 모두 맛있다고 이구동성이다.
저녁 8시 라이브카페로 초대받았기에 조금 쉬었다가 가기로 하고 사이잠이 들었는데 무비가 왔다고 깨운다. 지난가을 한국 와서 통영 우리 집에 왔다간 튀르기에 출신 콩각시(Mubi)와 반갑게 재회한다. 외출 시간이 다 되어 서둘러 준비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벌써 차림 하여 현관문 밖에서 기다린다. 바쁘게 문을 닫고 나가는데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윤샘의 단말마 외침이다.
“안에 열쇠 놓고 나왔어요!”
”꽝! “
문은 닫혔고 열 수는 없고 순간 모두가 페닉상태가 된다.
ㅠㅠㅠㅠ…..
우왕좌왕하다 문따(허가증 있는 문따는 업자)에게 전화하니 $160.00 내란다. 금요일이라 이 가격에 하든지 말든지 하란다.
긍정과 열정의 윤샘이 우리들 기분 망칠까 봐 걱정 말라며 정 안되면 무비집에서 문 열 때까지 지내면 된다며 약속된 카페로 가자며 우리 일행을 내몬다. 이미 8시가 지났다. 넷이서 지하철을 타고 내려 걸어서 간 곳 라이브 카페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찼고 한창 연주 중이다. 윤샘을 따라 맨 앞으로 가니 우리를 이곳으로 초대한 어제 공항 라이더가 자리를 준비해 놓고 있다. 연주되고 있는 것은 재즈다. 알토색소폰 베이스기타 피아노가 연주하는 재즈다. 근데 피아노가 지난가을 아이팍에서 연주회를 가졌던 그 연주자다.
색소폰과 피아노의 두 연주자는 나이가 들어 노숙미를 넘어 노회 하다. 피아니스트만 싱싱해 보이고 실제 싱싱하게 리더해 간다. 앙코르까지 끝날 때는 작은 홀에 사람 앉을자리가 없다. 이어지는 순서가 그룹밴드이고 춤을 출 수 있어야 하기에 우리가 앉은자리는 비우란다. 이중구조로 되어있는 긴 홀을 빠져나와 도로변에 설치된 파라솔밴치에 가니 역시 앉을자리가 없다. 합석을 요청하고 비가 와서 젖은 의자를 휴지로 닦고 앉았다. 하인피아니스토와 그 남편이란 사람과 자연스레 인사하고 함께 자리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밴드 연주에 춤추러 가자며 윤샘이 가기 싫다는 오샘과 다른 일행들을 이끌고 간다. 이들이 다시 돌아와 앉기에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중구조의 첫 번째 홀에서도 피아노 연주가 되고 있고 내실 같은 안쪽 홀 무대에서는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고 더러는 춤을 춘다. 영화에서 보던 전형적인 서구의 뮤직카페다. 사진 몇 컷을 하고 들어온 김에 화장실을 찾았는데 소변기가 얼마나 높게 다렸는지 까치발을 해야 겨우 볼일을 볼 수가 있다.
그사이 출입구 쪽 홀에서는 이곳 사장인듯한 사내가 피아노 반주를 하고 만화 심슨을 닮은 사내가 노래를 한다. 아마 이 공간은 누구든 하고 싶은 사람이 연주하고 노래는 자유로운 공간인 모양이다. 하얀 피아노가 나란히 두대 있고 심슨 같은 남자가 열심히 노래하는 중에 청중에서 여인 하나가 맞대응하듯 일어나 같이 노래를 한다. 모두는 박자를 맞추고. 그런데 집중하는 사람 따로 술 마시고 떠드는 사람 따로라 노래가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하는 사람은 열정적이다. 자유롱운 분위기와 사람들이 친근히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형태고 분위기라 장단에 맞춰 몸을 흔들며 컷을 담는데 순간적으로 윤샘이 끼어들어 남자의 노래애 하이로 맞춘다. 제대로다. 순간 분위가 업되고 마지막 소절의 노랫소리가 천장에 닿자 온 객들이 하나가 되어 브라보를 외친다. 이 찰나에 윤샘은 빠져나가고 사람들이 열광한다. 즉흥적인 쇼, 윤원주의 특기가 발휘됐기 때문이다. 정말 재미있다. ㅎ
사람들이 앙코르로 찾는 함성을 뒤로하고 우리는 빠져나와 여벌 열쇠를 가지고 있던 윤샘의 친구와 모비랑 굿 나이트 하고 우리 셋은 피아니스트 송의 남편이 차로 집에 왔다. 다행히 여벌 열쇠를 가진 덕에 앞전 소동은 에피소드가 되었고 문제없이 집에 들어와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