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들이 좋아하는 돈은?"
"할머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 있게 답했다. 그리고 냉큼 선물을 받아 신입생 학우에게 증정했다.
집에 오자마자 남편이 말했다.
"할아버지들은 할머니보다 아주머니 좋아해."
오늘 2024년 8월 24일 국어 국문학과 신편입생 입학식 및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1차는 대강당에서 모든 과를 통합해서 시작했다. 각과마다 특색이 있었다. 컴퓨터 학부는 20대의 젊은 학생들이었고 생활체육지도 학과는 근육의 찢어지고 붙는 맛을 아는 몸짱들이 많았다. 경영학과는 신사 같은 남학생들이 넘쳤다. 국어 국문학과는 영원히 철들기 싫어하는 문학소년, 소녀들로 구성되어 있다.
2차는 306호 강의실에서 과별로 진행되었다. 4학년 선배들이 미리 준비해 두었다. 내년엔 3학년의 몫이다. 제인 버킨이 에르메스 버킨백보다 사랑했던 라탄 바구니에 바게트와 드라이한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과 삼각형으로 자른 카망베르 치즈를 담아 피크닉을 다녀온 느낌이다. 오늘 하루 먼 길을 달려오신 학우님들과 임원진 여러분들의 손길을 기록하고자 손때묻은 승정원일기처럼 써 내려간다.
실로 위대한 자는 대단한 자가 아니라 소소한 것들을 챙기고 사랑할 줄 아는 자이다. 바라는 것 없이 넉넉하게 베푸는 자이다. 아직 세계는 여기저기 전쟁 중이고 폭염은 계속 진행 중이고 천조국은 변화를 시도하려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두려움의 장벽을 걷어내고 언제든 스위트함이 머무는 곳, 이곳은 현대판 낭만시대를 꿈꾸고자 하는 문학도들의 모임이다. 아직도 세상이 얼마나 달달한 곳인지를, 파티에서 돌아온 여자로 살아가고 싶다. 1학년 배숙 후배님은 알파걸이다. 못하는 게 없다.
그녀가 준비해온 맵짤이 맛 된장과 주머니처럼 싸먹는 초록 초록 호박잎과 보리밥은 최고의 성찬이었다. 손수 농사를 지어 준비해온 거룩한 식사였다. 새벽에 태양빛을 타고 날아온 페가수스가 목을 추길 것 같은 천상의 우물물로 기른듯한 배추김치는 내 생에 혀가 발화될 것 같은 최고의 맛이었다.
단아함과 우아함과 당참을 다 지닌 매력적인 김영희 학회장님의 손길도 감동 그 자체였다.
삶이 팍팍해서 이제서야 대학문을 찾았다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학우님의 꿈틀거리는 열정의 근육을 살짝 훔쳐 왔다. 더 많이 나누고자 하는 손길들이 고마워서 아직도 취기가 남아있는 기분이다. 이번 학기는 학습 부장이 되기로 했다.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잘 하고 싶어서이다! 12시가 가기 전 남기고 싶은 열망에 마구 서둘러 지르는 글,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냈다.
정말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자들, 자격증이나 학위보다 어린 시절 문학 소년 소녀들이었던 그들이 돌고 돌아 되돌아온 그런 곳이다.
나를 위한 치유의 글, 이 글을 읽는 내내, 당신도 행복하길 바라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