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새벽 2시에 울산을 떠나 등반여행을 간다.
전날 배낭을 꾸리면서 이번등반은 침낭과 매트가 필요없는
럭셔리하고 블링블링한 등반이란 선배님의 말씀에 카고백에
간단히 짐 챙겨넣고, 잠을 청하니 도통 잠이 들지 않는다.
항상 그러하듯, 어렷을 적 운동회나 소풍전날 같은 묘한 설레임이
기분좋게 한다.
약속된시간이 되자 암장에 한분 두분 다 모이시고,마지막 장비 점검 후
화천 용화산으로 힐링등반여행을 떠난다.
강원쪽은 벌써 울긋불긋 가을정취가 물씬풍겨 눈이 호사스럽다.
새남바위 어프로치는 너무 편하고 좋다.국도에서 초입쪽으로 찾기
어려우면 근처에 용암초등학교가 있으니,거기서 왼쪽 오르막으로
쭉 올라오시면 도로 끝나는데까지와서 주차하면 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팁인데요... 자동차에 기름은 까득 채우고 오셔야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습니다...길이 굉장히 가파르고 꾸불꾸불 해서
자칫 시동이 꺼질수도 있구요... 수동기어는 필히 숙련된 기술자만이 운전
요합니다...^^)
주차장에 주차후 화장실도 가고 식수도 담고 숨한번 돌린 후, 조금 내려가니
새남바위가 딱 서있다.새가난다는 형상이라는데,그런대로 ... 대신 용화산의 전설은
멀리서도 멋진 오버행을 자랑한다.
거인길 1피치는 70~80도 정도의 좌향크렉을 8미터정도 먼저 오르는데,크렉 상태는
양호한 편으로, 중간에 볼트가 하나있어 블렉다이아몬드캠 0.3~0.75 정도 3~4개
정도 설치해가면서 비교적 편안히 오를 수 있다. 그 다음이 크럭스인데, 가파른 슬랩을
지나, 손가락이 들어가지않는 묘한 발란스를 요하는 우향크렉이 좀 어렵다.
기존길의 좌측길과 페이스성슬랩의 우측길로 나뉘는데,나는 좌측길로 택했다.
마이크로캠 00과0을 설치후 올랐는데.다음에는 레이백 형태로 올라볼 참이다.
우향크렉의 끝부분에 쌍볼트가 피치종료 지점이다.
거인길 2피치는 먼저 가파른 슬랩 3~4미터를 오르면, 1피치의 좌향크렉보다 손맛이
더좋은 크렉이 나타난다.다만 볼트가 거의 상단 부분에 1개있기 때문에,블렉다이아캠
1~2호 정도 설치후 진행하면 편안히 오를수 있다. 끝부분에 잡목근방이 피치종료지점이다.
거인길 3피치는 반침니 구간인데, 침니 경험이 부족한 나는 끝내 발걸음이 떨어지지않아,
황금궁전길로 먼저 등반하신 도용선배님의 탑로핑으로 겨우 올랐다.
볼트가 1개 있는데,6미터는 족히 올라야 클립할수 있는형태의 침니라 장비 설치도 되지
않으니,두려움에 출발 자체가 되지 않았다. 침니등반은 많은 경험이 있어야 된다는
선배님의 말씀에 앞으로 더많이 몸으로 부대끼는 수밖에 없음에 숙제로 남겨두고
피치종료했다.
거인길 4피치는 용화산의 전설 우측 크렉으로 오르면 되는데, 그래도 최고의 하일라이트인
용화산의 전설 루트로 등반하기로 했다.가까이서 보니 위용이 있다. 침니에서 힘을 다뺀
나는 점점더 자신감도 위축되어, 선등자의 자질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결국 진희형님과 명환형님과의 합의 후 우회하기로 하고, 손맛만 보자시던 진희형님께서
중간정도 갔다가 오버크렉과 발자리가 좋다는 결과를 얻고서 우회하여 피치종료했는데..
형님들께 죄송하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자꾸 커지는 것 같다.
다음엔 꼭 등반해보기로 하고 60자 하강 두번후 완료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배가 너무 허기진다. 누나표 샌드위치에 형수님표 베트남커피가
너무 맛있다.시간이 좀 지나니 평안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휴식후 황금궁전 루트 1피치를 등반하는데, 역시 5.11대의 슬랩은 과연 어렵다.
힘이 좀 빠져서인지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지만, 나중에 선등은 설수 있을 것 같다.
장비 정리후 차에 오르니 용화산의 전설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 혼란스럽다...
조금더 열심히 해서 담에는 꼭 뛰어넘으리라는 다짐으로...
설악산 적벽으로 향했다... 가는중간에 대포항에 들러 회도 한접시 싸서
힐링등반의 최고봉인 샤워할수있는 숙소에서 두루치기에 회도 먹으면서
선배님들과 이런저런 얘기거리로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첫댓글 같이 해서 더 행복한 등반이였습니다!
멋찐후기 잘읽었습니다!!!
"등반이란, 고통과 인내의 예술이다." -보이테크 쿠르티카 (폴란드 등반가)-
예술로 승화하기 위한 과정은 어렵지만
이미 그 과정을 즐기고 계시는 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후기 읽으니 기억이 새롭네여
나도 써야 하는데 ㅎㅎㅎ
수고 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