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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파리로 가는 길 - Paris can wait >
잘 나가는 영화 제작자로 전형적
워커 홀릭인 남편 마이클(알렉 볼드윈 분)의
출장길을 따라 프랑스 칸에 들른 중년 여성
앤(다이안 레인 분).
"부다페스트는 거르고 바로 파리로
가야겠어요!"
그녀는 애물단지 귀앓이로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게
마이클의 동료이자 대책 없이 낭만적인
프랑스 남자 자크(아르노 비야르 분)와
단둘이 파리로 동행을 하게 됩니다.
"파리엔 저녁에야 도착할텐데' 라며 은밀히
경계하는 마이클에게 자크는 거침없이
답하지요.
"안 잡아먹을테니 걱정하지 말게나!"
하여,
'남편있는 여자 앤'과 '남편 친구 자크',
이 두 남녀는 '푸조 505 시리즈 클래식 카'를
몰고서,
칸에서 파리로 이어지며 짜릿한 일탈의
자유로움을 선사할 여정을 향한,
그 운명적인 '출발'의 시동을 겁니다.
자크와 앤은 여행 초반부터 은근스런
밀당을 나누어 가지요.
"목적지도,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게
떠나는 척 해봅시다.
긴장되세요?"
"아, 글쎄요..."
"안 잡아먹겠다는 말 믿지 않았군요."
'서둘러 파리로 가야 해요'라며 앤은
애써 다짐받으려 하지만,
자크는 그저 영화 제목처럼 무심히
답할 뿐입니다 .
"파리가 어디 도망가나요!"
(Paris can wait!)
그렇게,
우연찮은 인연(?)으로 품어지게 된
미국 녀 '앤'과 프랑스 남 '자크'의
'트립 투 파리'...
왠지 불안하면서도 감미롭게 설레이는
이 로맨틱 트립은
다름아닌 모차르트의 '하이든 현악 사중주
마지막 곡인 제 19번 C장조, 일명 '불협화음'
(Dissonance)의 첫악장 서주와 함께 시작되고
있지요.
처음엔 거슬리게 다가오는 '불협화음'처럼,
난폭하기 이를데 없는 자크의 운전 모드에
기겁하던 앤이었지만,
그녀 역시 어느덧 그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에
동화되며 익숙해져 갑니다.
근대 회화의 아버지 세잔의 고향으로
유명한 엑상 프로방스를 지나며 자크는
앤에게 차창 너머 보이는 ‘생 빅투아르 산’에
대해 얘기해 주지요.
'프로방스'가 로마제국 시절 변방의 '지방'을
가르키는 의미였다는 설명도 곁들이면서
말입니다.
영화 속 화면에는 세잔이 살아있는 동안
60번이 넘게 그린 일화로도 유명한
생 빅투아르 산 그림과 실제의 모습이
연이어 등장하며,
서로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생 빅투아르 산의
모습을 비추어 주고 있지요.
이처럼 프랑스 시골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경관을 뽐내는 엑상 프로방스와
2천년 전 고대 로마인들의 손길이 남아있는
가르 수도교, 또한 가르동 강의 그림 같은
풍광은,
앤의 불안감과 경계심을 불현듯
무장해제시키고 맙니다.
더욱이나 '대단한 석공들이었죠'라며 ,
슬며시 앤의 손을 스치고 들어오는 자크의
스킨십은 절묘하기 그지 없습니다만,
주유소에서 돌연 사라져 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자크.
하지만 낭만 가득 그 자체인 자크는 뜻밖에도
장미 한바구니를 구해오며, 장미꽃 향기로
충만한 여행을 즐기게 하지요.
"난 파리로 가야 하는 데,
왜 자꾸 문제를 만들죠?"
"아니 아니, 점심부터 먹어야죠.
가실까요!"
이처럼 여유로워도 너무(?) 여유로운
자크 덕분에,
앤의 소녀표 찬사처럼 '너무나 예쁜'
라벤더 꽃 들판을 지나고,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프랑스의 심장’으로 불리는 리옹에
머물기도 하며,
단 7시간이면 충분한 파리를 이틀 동안에
걸쳐 가게 됩니다.
덕분(?)에 이 두사람 간에 슬금슬금
피어나는 사랑의 감성...
이를 절묘하게 품어내는 음악으로,
파리의 괴짜 음악가 짐노페티의 몽환적인 곡
'나 그대를 원해요'(Je te veux)가 자못
은유적으로 흐르지요.
'난 그대를 원해요
금빛 천사여 , 도취된 열매여
마력의 눈동자여
나에게 그대 몸을 맡기세요
그대를 원해요
그대는 반드시 나의 소유가 되리라...'
앤과 자크는 '짐노페티는 입던 셔츠를 한번도
빨지 않은 채 버렸다'는 그의 기행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만,
"파리는 어때?"
'아직 못갔어요'라는 앤의 대답에
남편 마이클은 화들짝 놀라며 안절부절합니다.
"뭐라고?
여보, 자크 그 친구도 프랑스 남자라는 걸
명심해!"
첫 장면 말고는 전화 목소리를 통해서만
등장하는, 거의 카메오 급의 남편 마이클 속은
속절없이 타들어만 가지요.
"신용카드가 필요한데 혹시 있어요?
호텔 예약해 두려고요, 돌려 줄께요."
"네? 호텔이라뇨, 파리로 갈거 잖아요?"
놀라는 앤...
"맞아요, 당연하죠.
근데 가다가 좀 쉬어야 해요!"
그렇게...
천상유수같이 거침없는 언변으로 앤의
혼을 쏙 빼놓더니 이젠 크레딧 카드까지
빌려 호텔 예약까지 하려드는 이 남자 자크의
정체와 속셈은 과연 무엇일까요?
"전 꼭 여기에서 묵어요.
기막힌 식당들이 있거든요!"
어쨌든 남편이 아닌 외간 남자와 그것도
고급 호텔에서 다시는 느낄 수 없을 줄
알았던 데이트의 설레임을 갖게 된 앤.
"샤토되프뒤 파프,
와인 한잔 할래요!"
자크의 권고에 첨엔 사양하던 앤 또한
'프랑스 법을 따라야죠' 라며, 감미로운 와인
향기에 그윽히 빠져듭니다.
"울랄라!
정말 좋네요!
저 취하게 할 거예요?"
이토록 은밀한 감성으로 모두가 한껏
달아오른 순간, 자크는 앤에게 갑작스레
묻습니다.
"행복하세요?"
'결혼은 괜찮아요'라며 답하는 앤에게
자크는 그걸 물은게 아니라며 다시금
묻습니다.
"행복하세요?"
우리 프랑스인들은 결혼에 대해 생각이
달라요.
가족과 결혼을 존중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열정에 충실합니다."
'자연스런 열정'(natural passion)이라!
이야말로 앤을 향한 자크의 돌직구성
연정이 아닐런지요...
느닷없이 날라온 직격탄에 곤혹스러워진
앤.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와인을 테이블에
쏟아버리고 말지요.
하지만 계속해서 자크는 영화계의 풍토를
운운하며,
'마이클이 무명 여배우의 간절한 출연 부탁에
안타까운 나머지, 그녀에게 자신이 차고 있던
비싼 로렉스 시계를 주었다'고 해선 안될
얘기까지 털어놓습니다만,
"그 로렉스는 내가 마이클에게 선물한
시계였는데...
나한테는 잃어버렸다고 했지요!"
상심한 앤은 그만 자리를 뜨고 맙니다.
"속상하게 하려고 얘기한 건 아니었는데,
정말 미안해요!"
애써 사과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로
상황 종료의 위기를 맞게 된 자크는 난감해
합니다.
하지만 자크가 누구인가요!
남편을 넌지시 흉보는 얘기에 감정이
상해버린 앤에게 자크는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그답게 너무도 멋진 선물을 보내,
봄볕에 눈녹듯이 그녀의 맘을 활짝 열리게
하지요.
"브릴레 양, 좋은 아침!
커피, 차, 그리고 '초콜릿'이에요!"
앤이 전날 밤 제일 좋아한다고 자크에게
귀속말로 고백했던 비밀 취향, 바로 앙증맞게
빚어낸 그 초콜렛을 말입니다.
갈 길은 바쁘기만 한데,
자꾸만 샛길로 새는 남자 자크,
그럼에도 그런 그를 딱 거절못하는 앤...
"파리에 가긴 하는 건가요?"
조바심내는 앤과는 달리,
천하태평이기만 한 자크.
"1년 안에 가면 되는 걸로 하지요!"
신의 계시인지, 우연인지...
그 잘 나가던 자크의 푸조 차 또한 실로
적절하기 그지없는 타이밍에 맞춰 멈춰
서주고 맙니다.
'맙소사,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네요'라면서도,
이 상황을 오히려 느긋하게 즐기는 자크.
"주위를 봐요, 너무 아름답잖아요!
소풍이나 즐깁시다.
호텔에서 먹을 걸 좀 가져왔습니다.
이쯤이면 5성급 피크닉이지요 "
에두아르 마네의 유명 작품 '풀밭 위의 식사'
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포즈까지 취하며
멋드러진 오찬을 마친 후,
'아메리칸 우먼' 앤은 자신의 스타킹으로
자동차의 팬 벨트를 직접 고쳐 내며
수리 문외한인 자크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합니다.
"미국 여자들은 천재에요!"
어느덧 연인 같아진 이들 두 남녀는
세계 최초로 영화를 제작한 뤼미에르 형제의
역사와 그들이 촬영에 사용한 카메라
‘시네마토그라프’ 등이 전시되어 있는
‘뤼미에르 박물관’ 외에도,
앤이 관심을 쏟는 ‘직물 박물관’, 그리고
리옹에서 가장 큰 시장인 ‘폴 보퀴즈 시장’
등을 둘러보며,
대자연의 풍경과는 또 다른 차원의 도시 속
세련됨과 여유로움의 조화를 만끽합니다.
아울러, 2천 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프랑스 소도시 ‘비엔’의 오벨리스크도 살짝
엿보기도 하지요.
부르고뉴 지방의 작은 마을로 막달레나
마리아의 유골이 있다고 알려진 베즐레.
이곳의 한 식당에서 흐르는 음악에 맞추어,
앤과 자크가 흥겹고도 여유롭게 춤을 추는
장면 또한,
르누아르의 회화 ‘부지발의 무도회’와
자연스레 연결되며, 세기의 명화를 마주하는
호사로움을 헌사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머무는 호텔과 박물관마다 곳곳에 스며있는
자크의 사랑 흔적을 발견하면서,
그를 향한 앤의 호기심은 관심을 넘어선
미묘한 질투(?)의 감정으로 바뀌게 됩니다만,
그녀는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베즐레 성당의
'슬픔의 성모(聖母哀傷 - Stabat Mater)'상
앞에서,
태어난지 37일 겨우 지난 아들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야만 했던 아픔을
떠올리며 오열하죠.
애써 숨겨 왔던 앤의 슬픔과 고통을 자크가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은 더욱 서로를 이해하며
가까워지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파리로 가는 마지막 길목,
"여보, 나야 보고 싶어서..."
앤은 전화해보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남편 마이클의 음성이 아닌,
휴대폰의 건조한 기계음 뿐이었지요.
"사서함이 가득해 음성을 남길 수 없습니다."
이토록 무심하기 짝이 없는 남편과는
대조적으로,
다정다감하고도 달콤한 매력을 끊임없이
발산해 오는 자크를 생각하며 앤의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지요.
하여,
남편의 꽉 채워진 사서함 대신 미묘한 감정을
오롯이 채워 나가는 자크와 앤.
그들은 둘만의 여행으로 너무도 많은 게
달라졌다며, 자못 감성어린 소회를 서로에게
되뇌이지요.
"티끌 하나 안건드린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같군요."
"누구에게 약속했는데요?"
"나에게요..."
그렇게,
먹고(Eat), 마시고(Drink), 여행하며(Trip),
까마득히 잊고만 살았던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는 영화 < 파리로 가는 길>의 피날레.
앤과 자크는 아쉬운 마음을 첫 입맞춤으로
달래려 하지만,
야속하게도 엘레베이터 문은 굳게 닫히고
맙니다.
하지만 다음 날...
'장미를 잊으셨네요'라며 찾아온 자크를 향해,
앤의 마음은 스르르 열리게 되지요.
자크는 고백합니다.
"당신은 아름답고 멋진 여성입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당신에게서
배웠지요."
그리고 , 스페인에서 선물받았다며 소중하게
간직해온 그의 팔찌를 앤에게 선물합니다.
하지만 놓쳐서는 안될 순간도 있지만,
내려놔야 할, 놓쳐야만 할 순간도 맞아들이는
앤.
세월의 흐름과 지혜가 담긴 그녀의 미소가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만,
사랑 속의 열정어린 삶을 되찾고자 하는
'사랑 사냥꾼' 자크,
그의 포기할 줄 모르는 구애는 과연 어떻게
결실을 맺게 될런지요...
1. 영화 < 파리로 가는 길 - Paris can wait >
예고 영상물
https://youtu.be/h0mqpORUH3o
1980년대 할리우드의 대표 청춘 스타였던
다이안 레인이 다양한 매력을 선사하며,
이른바 '프랜치 로드 트립' 시네마로 다가오는
< 파리로 가는 길 - Paris can wait >은,
영국 출신의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꽃보다 중년, 두 잉글리시 품격 듀오'의
지적인 5박 6일 이탈리아 음식과 예술 기행'을
그려낸,
수다스럽지만,
결코 수다스럽지만은 않은 성찰의 영화
< 트립 투 이탈리아 >를 절로 떠올리게
합니다.
이 영화는 전설적인 명작 < 대부 > 시리즈와
< 지옥의 묵시록 > 등을 연출한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부인이자,
< 매혹당한 사람들 >로 2017 칸국제영화제
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소피아 코폴라의
어머니인,
엘레노어 코폴라 감독의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으로,
칸에서 파리까지 약 이틀에 걸쳐 여행했던
그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요.
엘레노어 코폴라는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
이전에 < 회상, 지옥의 묵시록 > 등 약 10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으며,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설치미술가,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그녀는 파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남동부의
풍경을 다채로운 색감과 미려한 영상으로
담아내며,
여행의 즐거움 위에 두 남녀의 '사랑과 일탈'을
담담하게 새겨 놓았는데요,
에피타이저와 앙트레부터 메인 요리,
그리고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미슐랭 가이드의
스타 맛집 레스토랑들의 환상적인 음식들
또한,
앤과 자크의 발목을,
나아가 마음까지 번번히 사로잡으며,
눈으로나마 '본 아페티'(Bon Appetie)의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의 영화 < 테이큰 >과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 매혹당한 사람들 >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약해 온
실력파 작곡가 로라 카프먼.
그의 테마곡인 ' Paris can wait" 를 필두로
‘On the Road’, 'Lunch in Provence’,
'La Croisette’, 'Playing Hooky’ 등의
영화 속 OST 음악들은 주요 장면들을
멋드러지게 빛내주고 있습니다만,
특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겸 샹송 가수인
샤를 트레네의 '우리의 사랑에 무엇이 남아
있을까?(Que Reste-t-il de Nos Amours?)'를,
자크 역할을 맡은 아르노 비야르가 새롭게
부르며,
영화 < 파리로 가는 길 > 속 화면을 우아한
감성의 에스프리로 감싸주고 있지요.
- 李 忠 植 -
2. 모차르트의 '하이든 현악 4중주' 제 19번
C장조, K 465. '불협화음' (Dissonance)
모차르트는 1782년 말에서 1785년 초 사이에
현악 4중주 여섯 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1785년 가을, 그는 이 여섯 곡의
악보를 함께 묶어 출판하면서 표지에
존경하는 선배이자 절친한 친구인
요제프 하이든에게 바치는 헌사를 실었지요.
이들 4중주곡은 다름 아닌 하이든의
'러시아 4중주’에서 영향을 받아
탄생한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6곡의 일련의 작품들은 일명
‘하이든 4중주’(The Haydn Quartets)로
불리고 있지요.
‘하이든 4중주’의 원전이 되었던 하이든의
‘러시아 4중주’(The Russian Quartets,
Op.33)는 현악 4중주 장르의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로 여겨지는 작품입니다.
모차르트가 1773년의 ‘빈 4중주’(전 6곡)
이후 거의 10년 만에 현악 4중주 장르로
다시 눈길을 돌린 것도 바로 이 '러시아 4중주’
에서 받은 자극과 영감 때문이었지요.
그는 1782년 12월의 ‘14번 G장조’를
시작으로,
1783년 여름의 ‘15번 D단조’와 ‘16번 Eb장조’,
1784년의 ‘17번 Bb장조’를 거쳐,
1785년 1월의 ‘18번 A장조’와
'19번 C장조’를 끝으로,
이른바 ‘하이든 현악 4중주’ 연작을
완결지었습니다.
이 '하이든 4중주' 연작의 마지막 곡인
'19번 C장조, K.465'의 대담하고도 심오한
기법과 명쾌한 구성은,
마치 앞선 다섯 곡에서 이루어진 예술적
진화를 결산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 곡이 '불협화음(Dissonance) 4중주’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유는,
여섯 곡 가운데 유일한 첫 악장의 ‘서주’
부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악장: 아다지오 - 알레그로
소나타 형식으로, 전곡을 여는 느린 서주는
무척 독특하지요.
곡이 시작되면 첼로, 비올라, 제2바이올린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Ab장조의 6화음을
구성하지만,
제1바이올린은 대사 관계(false relation)를
이루는 A음을 출현시킵니다.
이것은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그리 어색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18세기 후반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부자연스런 불협화음이었습니다.
그로 인한 불안정하고도 긴장된 분위기가
20마디 가까이 지속되다가,
말미에는 이 악장의 주된 조성인 C장조가
암시된 후 서주가 마무리되지요.
주부로 넘어가면 앞서의 분위기를 일소하는
제1주제가 빠른 템포로 등장하여 감상자를
한결 밝고 맑고 활기찬, 새로운 세계로
안내합니다.
이 주제는 다섯 번 나타날 때마다 화성을
달리하여 ‘무한한 동경’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만,
경과부에서는 카논이 등장하며, 제2주제는
좀 더 차분한 듯 아기자기하면서도 여전히
경쾌하고 우아하게 풀어집니다.
제1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발전부는
기법적으로 바로 앞 작품인 K.464의
피날레를 이어받은 것으로,
코다에서는 낭만적인 색채가 강화되는데,
마지막에 제1바이올린이 높이 비상하다가
가라앉아 피아니시모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되지요.
- 하겐 사중주단(Hagen Quartet)
https://youtu.be/3ct972QPhe4
3. 에릭 사티의 '나 그대를 원해요'
(Je te veux)
시대를 앞서간 음악가이자, 독특한 음악세계를
가진 작곡가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작곡가
에릭사티의 아름답고도 달콤한 사랑 노래
'나 그대를 원해요 '(Je te veux)...
에릭 사티는 드가 , 르느와르 , 로트렉 등
유명 화가들의 모델로도 유명했던 여성 화가
수잔 발라동과의 열애로 유명하지요.
그녀와의 이별 후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아무도 그의 집에 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에릭 사티가 사망하고 나서야, 그의 친구들이
그의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사티의 방에는 사티가 그린 수잔 발라동의
초상화는 물론, 그녀가 직접 그려준 그의
초상화도 있었다고 합니다.
끝내 부치지 못한 한 묶음의 수잔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그렇게,
단 한번 사랑이었던 수잔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가 바로 '나 그대를 원해요'(Je te veux)
였지요.
'난 그대를 원해요
금빛 천사여 , 도취된 열매여
마력의 눈동자여
나에게 그대 몸을 맡기세요
그대를 원해요
그대는 반드시 나의 소유가 되리라
와서 내 고독을 돌봐주세요
나의 여인이여
우리는 최고의 행복을 맞을거에요
그 순간 기다리기 어렵군요
그대를 동경합니다
- - - - -
그래요
그대 눈동자에는
거룩한 약속이 빛나고 있어요
그대의 사랑스런 마음은
나의 입맞춤을 두려워하지 않을거에요
영원히 타는 것 같은 사랑의 불길 안에서
황홀한 사랑의 꿈 속에서
우리들의 영혼은 하나가 되는 것이겠지요'
- 다니엘 바사노의 피아노
https://youtu.be/_NL8Xq_W_o0
- 소프라노 파트리샤 페티봉의 노래
https://youtu.be/p2CzbUABKhk
- 소프라노 리네 사울의 노래
https://youtu.be/ezSSxB-vqeA
4. 포레의 '시실리안느(Siciliene), Op.78.'
1893년, 포레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을
주제로 작곡했다고 전해지는 '시실리안느'.
실제로도 시칠리아섬은 미술과 음악의 많은
소재로 쓰였지요.
본래 몰리에르의 극음악 < 평민귀족 >의
일부로 사용되었으며,
그 후에 작곡된 극음악 < 펠레아스와
멜레장드, Op.80 >에도 같은 멜로디가
쓰였습니다.
- 고튀에 카피숑의 첼로와
미카엘 달베로의 피아노
https://youtu.be/VJNsA67hVzg
- 클로에 트레버의 바이올린
https://youtu.be/jC-Sm4u_3hM
- 프란지스카 칸네비셔의 플룻과
막달레나 짐머의 하프
https://youtu.be/5YPdC7fla0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