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법,
표준어 규정
‘표준어 규정’은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한 현대 사회에서 각지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투리로 말하면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적어도 공적인 공간에서만큼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표준적인 말로 대화를 나누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무래도 서울이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중심이 될 뿐만 아니라 각지의 사람이 다 모여 사는 곳이라는 점에서 서울말이 표준어의 근간을 이루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표준어 규정’은 ‘제1부 표준어 사정 원칙’과 ‘제2부 표준 발음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준어 사정 원칙’은 말 그대로 경합하는 두 어휘 가운데 어떤 어휘를 표준어로 삼을 것인가를 규정해 놓은 것이고,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로 정해진 것을 어떤 원칙에 따라 발음할 것인가를 규정해 놓은 것입니다. 결국 표준어를 잘 구사한다는 말을 들으려면 발음을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표준어 규정은 ‘말하는 법’에 대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말하는 법’은 듣는 사람의 편의를 위한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말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말은 누군가가 들으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적는 법,
한글 맞춤법
‘한글 맞춤법’의 성격은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총칙 제1항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우선 ‘한글 맞춤법’은 국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표준어’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각 지역의 방언은 한글 맞춤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외래어도 한글 맞춤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한글 맞춤법’은 소리나 어법에 맞추어 적는 법을 정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표준어 규정’이 말하는 법과 관련된 것이라면 ‘한글 맞춤법’은 글자를 적는 법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따라서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적는 법’은 읽는 사람의 편의를 위한 것이므로, 적는 사람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읽는 사람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적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은 누군가가 읽으라고 적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풍요로운 언어생활을 위한
국어 어문 규정
‘표준어 규정’과 ‘한글 맞춤법’을 이렇게 이해하면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 놓았는지-실제로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를 알 수 있습니다. 자기가 내키는 대로 소리를 내거나 적도록 하게 하면 그 부담은 그대로 듣거나 읽는 사람에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결국 부메랑이 되고 말 것입니다. 처음 익힐 때 조금 힘이 들어도 제대로 익혀 두면 상호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 언어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말은 듣는 사람을 위주로 해야 하고, 글은 읽는 사람을 위주로 적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만 새긴다면 우리 어문 규정이 더 이상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글을 적다 보면 간혹 쓰게 되는 외래어를 외국 문자가 아닌 한글로 적을 때의 규칙을 정해 놓은 것이고 ‘로마자 표기법’은 거꾸로 한국어를 한글이 아닌 로마자로 적을 때의 규칙을 정해 놓은 것입니다. 우리말에서 외래어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외국과의 교류도 부쩍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외래어 표기법’과 ‘로마자 표기법’이 우리 언어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도 커지고 있으므로 잘 익혀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