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비때문에 못 갔던 놀이마당, 3달만에 처음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놀이 활동가 분들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습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놀이마당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했다. 중학교 이상의 나이대로 보이는 참가자들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고등학생 이상 나이대의 자원봉사자들과 유아, 초등학생 참가자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내가 어릴 적에 놀았던 기억을 돌이켜보면 중학교 들어가서 교복을 입게된 동네 형, 누나들은 더 이상 골목길에 나와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날 나왔던 자원봉사자 중에 몇몇은 정말 놀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래 사진에 나오는 두 아이의 놀이 방식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다. 망줍기 놀이를 (나는 어렸을 때 팔방뛰기라고 불렀다.) 하다가 룰을 바꾸어서 한 아이는 아래(땅)에, 다른 아이는 하늘에 서서 동시에 망을 던지고 동시에 깽깽이를 뛰는 것이었다. 놀이의 이론 강의를 들을 때 자유로운 변형이 특징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 장면을 우연히 찍게 되었다.
물론 이 새로운 룰로 놀이를 진행했을 때 한 판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경로가 겹쳐서 부딪히고 넘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래도 팔방 그림이 하늘을 빼고 보면 정확히 위 아래 대칭이라는 관찰이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발상이 아니었을까. 나는 항상 저 그림을 보면서도 대칭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너무 익숙한 그림이라서 그런걸까.
아래 사진에 나오는 참가자는 (다른 후기에도 나오지만) 비석치기 놀이를 하면서 기발한 동작들을 생각해냈다.
아래 사진 처럼 비석을 양 손에 끼우고 걸어오면 자전거, 달려오면 오토바이라며 새로운 동작들을 만들어내고, 닭다리싸움 할 때의 자세를 하고 비석을 발목에 올려놓는 등 창의성이 돋보였다.
놀사 서울지부 활동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단체사진
아이들은 놀고 싶다. 상근자로 일하면서 나 역시 놀이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 투호 놀이를 하는 곳에서 한 어머니와 두 형제가 놀고 있었다.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은 옆에서 불만스럽게 지켜보고 있는데 두 형제는 투호를 던지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중간부터 보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 분은 아이들이 너무 정신없고 소란스럽게 하는 것이 불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순서를 지키지 않고 마구잡이로 투호를 던지거나, 즐겁게 놀다 소리를 지르는 등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짜증을 내고 아이들에게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조금씩 흥이 깨지는 듯했지만) 여전히 재미있게 놀았고,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투호를 던져 넣는데 실패한 아이가 괴성(?)을 지르며 안기자 그 분의 얼굴에도 얼핏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 집에도 내 밑에 남동생 하나가 있는데 나와 동생이 얼마나 거칠고 정신없게 놀았는지 기억한다. 이날 보았던 수많은 장면 중에 유독 이 장면이 기억에 남은 까닭은, 그 분의 얼굴에서 우리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 보여서가 아니었을까. 기억속의 아버지는 늘 주말에 가족끼리 어디에 놀러 가도 없을 때가 많았고, 우리 어머니는 두 형제의 육아를 전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분의 짜증스러운 모습이 낯설지 않았던 것도 같다. 주말과 저녁까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일을 해야만 가정경제가 굴러가는 저임금 노동환경에 대해서, 또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두 형제의 육아를 전담해야 했던 어쩔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해서, 놀이가 모든 해결책이 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쁘고 신산한 세상에서 잠깐 한숨 돌리고 웃을 수 있도록 짬을 내어 노는 게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첫댓글
후기 글이 너무 따뜻하네요. ^^
다음 마당에도 함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