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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교員嶠와 신재信齋의 〈동국악부東國樂府〉⑧
번역 이 기 운
《한강문학》은 성기조 박사의 〈권두문학강좌〉(문예사조)를 분재(29호까지, 가을호, 2022)하여 문학도의 높은 호응을 받으며 대장정을 마쳤다. 이어서 30호(2023, 신년호)부터는 원교員嶠 이광사李匡師의 〈동국악부〉를 게재하기로 편집회의에서 결정하였다. 원교 이광사는 《서결書訣》을 남기고 〈동국진체東國晉體〉를 확립한 서법가書法家이며 강화학의 정신을 문학과 논문으로 표출한 문학가이자 사상가이다. 그러나 미술사학의 분야에서 크게 주목을 받아온 명성에 못지않은 문학, 학술사상에 관해서는 연구나 평가가 까닭 모르게 부족하여 왔다. 그리하여 강화학파 학맥을 세운 하곡霞谷 정제두鄭齊斗에서부터, 해방 이후 담원 정인보로 이어지는 한국 철학사상의 진정한 큰 맥脈을 이어가기에, 오늘날 숨 가쁜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원교의 문학, 학술사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동국악부〉를 분재하기로 결정하게 됐다. 〈동국악부〉에 담긴 사상은 한민족의 시원과 미래를 밝히면서, 시가詩歌에 담긴 철학은 심오할 뿐만 아니라 분량에 있어서도 방대하여, 문학도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으로 부득이 분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음을 밝힌다. 아울러 〈동국악부〉에 담긴 선현의 뜻을 재해석하여 옮기는 것만 하여도 벅차올라, 낯빛을 가다듬고 심지를 한층 끌어올려 선각, 선현의 철학과 사상을 옮김에 있어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도록 정진할 것임을 밝힌다. 〈권두문학강좌〉를 통해 원교를 지상紙上에 드러내기로 결정하기까지에는 한강문학 편집고문님들의 격려와 도움 그리고 담원 정인보님의 자제분 정양완 박사의 걸작《강화학파의 문학과 사상(2)》(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5)에 전적으로 의존하였음을 밝힌다.〈편집자〉 |
원교員嶠 초상화(국립박물관 소장) - 임오壬午(영조, 1762)년 부령富寧에서 신지도薪智島로 귀양지를 옮겨 정유丁酉(1777) 8월 26일, 그 섬의 금실촌金實村 우사寓舍(객사)에서 돌아가니 나이 일흔 셋이었다. 이 초상화는 바로 일흔 살 갑오甲午(1774) 겨울에 화사畫師 신한평申漢枰의 그림이다. 8월 28일은 곧 선생의 생신이다. 선생은 신지도에 있을 때 ‘수북노인壽北老人’이라 자칭하였다(원교 자신이 8월 회晦 경신庚申에 태어났다 하였는데, 8월 경신일은 바로 29일이다). |
〈동국악부東國樂府〉-전체 목차 | |
1. 태백단太伯檀 - 30호 게재 2. 황하가黃河歌 - 30호 게재 3. 성모사聖母祠 - 30호 게재 4. 임중계林中鷄 - 31호 게재 5. 우식곡憂息曲 - 31호 게재 6. 치술령鵄述嶺 - 31호 게재 7. 황창무黃昌舞 - 32호 게재 8. 참마항斬馬衖 - 32호 게재 9. 왕무거王母去 - 32호 게재 10. 양산가陽山歌 - 34호 게재 11. 파경합破鏡合 - 34호 게재 12. 조촉사朝蜀使 - 34호 게재 13. 현학금玄鶴琴 - 35호 게재 14. 만파식적萬波息笛 - 35호 게재 15. 월명항月明衖 - 35호 게재 | 16. 상서장上書莊 - 36호 게재 17. 포석정鮑石亭 - 36호 게재 18. 조룡대釣龍臺 - 36호 게재 19. 낙화암落花巖 - 37호 게재 20. 조촌석朝天石 - 37호 게재 21. 살수첩薩水捷 - 37호 게재 22. 성상배城上拜 - 38호 게재 23. 영천기迎茜旗 - 38호 게재 24. 절영마絶影馬 - 38호 게재 25. 창근경昌瑾鏡 26. 성제대聖帝帶 27. 문곡성文曲星 28. 백사가百死歌 29. 여재립女戴笠 30. 두문동杜門洞 |
*본고는 《江華學派의 文學과 思想(2)》(鄭良婉,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5, 초판본) 중 〈圓嶠와 信齋의 東國樂府〉를 모본母本으로 삼아 윤문하였음을 밝힙니다) *《한강문학》에 게재한 〈동국악부〉의 내용 중 ‘원교와 신재의 시’ 번역은 桑谷 이기운(시조시인, 문학평론가) 선생께서 맡아주셨음을 밝힙니다. |
〈동국악부東國樂府〉-해설
〈동국악부〉는 원교의 《두남집斗南集》(권4)에 30수가 실려 있다. 악부에 실린 30수의 제목에서부터 국조國祖 단군檀君을 비롯하여, 고려高麗가 망亡하였을 때 두문수절杜門守節한 역사적 사실과 그로 인한 변곡점에서 민족의 얼을 가늠할 수 있는 본보기를 가려 읊은, 역사의식歷史意識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作品들이다.
〈동국악부〉에 실린 각각의 수首는 모두 자주自註가 달려 있으며, 원교圓嶠 한 사람만 읊고 만 것이 아니라, 아들 신재信齋에게도 같은 주제主題로 역시 30首의 〈東國樂府〉를 새로이 짓게 하였다. 따라서 《신재집信齋集》 첫머리에 간략한 자주自註와 함께 실려 있음에서도, 원교가 민족의 얼을 아들에게 심어주려 하였고, 그 뜻을 아들이 품고 그에 대한감동을 녹여 읊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원교員嶠의 〈동국악부〉에 아들 신재信齋가 함께 한 〈동국악부東國樂府〉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의 질곡을 장엄하고, 숭고하게 그려내며, 때로는 처절悽絶하게 겨레의 발자취를 가려 적어 놓았기에 원교의철학과 사상을 새삼 확인確認하게 된다.
《信齋集》 첫머리의 〈東國樂府〉에 대한 자서自序는 다음과 같다.
“우리 아버지께서 〈東國樂府〉 30편을 지어, 영익令翊으로 하여금 이어 화답和答하도록 하셨다. 그러나 영익令翊은 시詩에 능能치 못하고, 억지로 본 딸 수도 없어서, 지을 수는 없건 만도,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어서, 여기 질박質朴하고 촌스러운 말로 엮게 된 터이다. 사적事蹟이 황당괴이荒唐怪異 한데서 나와, 정도正道에서 어긋나 의심疑心스럽고 기롱譏弄 당할 만한 것은 반드시 편제篇題에 기록記錄하고 詩에 드러내어 굴원屈原의 천문天問의 뜻을 스스로 붙이는 터이다” 하였다.
〈해동악부海東樂府〉
조선 후기에 오광운(吳光運)이 지었다. 연작의 영사악부(詠史樂府)이며 28편으로 되어 있다. 그의 문집인 목판본 《약산만고藥山漫稿》(권5)에 수록되어 전한다.
각 편은 〈태백단太伯檀〉, 〈황하가黃河歌〉, 〈성모사聖母祠〉, 〈임중계林中鷄〉, 〈우식곡(憂息曲〉, 〈치술령鵄述嶺〉, 〈황창무黃昌舞〉, 〈참마항斬馬巷〉, 〈왕무거王毋去〉, 〈양산가陽山歌〉, 〈파경합破鏡合〉, 〈조촉사朝蜀使〉, 〈현학금玄鶴琴〉, 〈만파식적萬波息笛〉, 〈월명항月明巷〉, 〈상서장上書莊〉, 〈포석정鮑石亭〉, 〈조룡대釣龍臺〉, 〈낙화암落花巖〉, 〈조천석朝天石〉, 〈살수첩薩水捷〉, 〈절영마絶影馬〉, 〈창근경昌瑾鏡〉, 〈성제대聖帝帶〉, 〈문곡성文曲星〉, 〈백사가百死歌〉, 〈여대립女戴笠〉, 〈두문동杜門洞〉 등 28편이다.
원교 이광사가 〈동국악부〉를 지을 때 모본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악부東國樂府〉에는 〈성상배城上拜〉, 〈영천기迎茜旗〉 2편을 더하여 30편으로 되어있다.
22. 성상배城上拜
당태종唐太宗이 안시성安市城 바로 지금의 봉황성鳳凰城이니, 우리나라 사람이 옛말로 “봉황성을 안시성이라 했다”고 함을 공격攻擊하였다가 이기지 못하고, 군사를 거느리고 돌아가는데 성주城主(이름은 양만춘梁萬春이라고 함)가 성상城上에 올라 태종太宗이 주는 것을 받았다.
唐太宗攻安市城, 卽今鳳凰城, 東人古言, 以鳳凰城爲安市城, 不克, 班師, 城主, 名云楊萬春, 登城, 拜賜
당태종공안시성 즉금봉황성 동인고언 이봉황성위안시성, 불극, 반사, 성주, 명운양만춘, 등성, 배사
臣各爲君 寔維古義 六師之臨 不敢回避 土山自隤 臣非能帥 哀閔小邦 或是天意 臣辜當死 迺勤重賜 天王有命 禮必拜受 危難之際 臣有所守 今拜于上 臣辜彌厚 無所報纘 願敶心髓 萬里征夷 糜爛赤子 耗費不億 得不爲武 失損威德 輕重孰愈 秦隋之轍 考驗易睹 願歸明德 調經風雨 運釐中國 宣達四裔 諸產畢遂 咸知肥惠 百宿重譯 孰不遵制 合同歸化 敬執壤幣 | 臣下란 저마다 제 임금을 위함이(신각위군) 실로 예로부터의 義理이니라(식유고의) 그러기에 六軍이 닥쳐오더라도(육사지림) 敢히 避하지를 않는 법이라(불감회피) 山이 절로 무너져 내리니(토산자퇴) 臣은 능력있는 장수가 아니라(신비능수) 작은 나라를 어여삐 여김이(애문소방) 혹시라도 하늘 뜻 일런지(혹시천의) 臣의 허물 죽어 마땅하온데(신고당사) 이에 위로하며 거듭 하사 하신다니(내근중사) 天子의 命이 있다면(천왕유명) 禮儀상 반드시 엎드려 받자와(예필배수) 危急할 때 일수록(위난지제) 臣下란 지킴이 있어야 하기(신유소수) 이제 聖上을 향해 배알하오니(금배우상) 臣의 罪는 더욱 깊삽건만(신고미후) 報答하고 계승할 바 없으니(무소보찬) 원하노니 속마음을 아뢰리이다(원진심수) 萬里길로 동국을 정벌함에(만리정이) 성상의 병사들을 죽고 썩게 함고(미란적자) 浪費함이 이루 헤아릴 수 없고(모비불억) 能히 勇猛하지도 못한 채(득불위무) 威德만 잃었으니(손실위덕) 중하지 않은 것과 중한 것 중 어느 편이 낫겠는가(경중숙유) 秦과 隋의 前轍은(진수지철) 옛 증험을 생각하면 분별이 쉬우리라(고험역도) 부디 돌아가 德을 밝히면(원귀명덕) 風雨도 順調롭고(조경풍우) 中國을 잘 다스리면 그 영향이(운리중국) 은덕이 四方의 변방에까지 미치게 되고(선달사예) 온갖 物産이 마침내 풍등하여서(제산필수) 모두가 풍성한 혜택 알게 되리라(함지비혜) 멀리 떨어진 모든 나라들도 그 혜택으로 편안하게 되니(백척중역) 그 누가 文物을 따르지 않으리오(숙불준제) 모두가 歸化하여(합동귀화) 공경스레 따르며 國土며 비단을 바칠 것이다(경집양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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寔-이 식, 隤-무너질 퇴, 閔-근심할 민, 辜-허물 고, 迺-이에 내, 際-이음새 제, 彌-미륵 미, 두루 미, 활 부릴 미, 敶- 진열할 진, 髓-뼛골 수, 孰- 누구 숙, 익을 숙, 愈-나을 유, 구차할 투, 轍-바큇자국 철, 睹-볼 도, 釐-다스릴 리(이), 복 희, 보리 래(내), 땅 이름 태, 줄 뢰(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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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師: 주나라(周) 때에, 천자(天子)가 통솔(統率)하던 여섯 개의 군(軍). 1군(軍)에 1만 2500명씩 모두 7만 5000명으로 이루어졌다.
미란糜爛: 썩거나 헐어서 문드러짐. 적자赤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아니한 아이. ‘임금이 갓난아이처럼 여겨 사랑한다’는 뜻으로, 그 나라의 ‘백성百姓’을 이르던 말. 백척百宿: (宿: 잘 숙, 고을 이름 척) 중국의 고을 이름 이였겠으나, 여기서는 변방국의 고을을 의미한다고 봄.
중역重譯: (이중번역) 여기서는 왕의 치덕의 효과를 2 tier로 볼 수 있다는 말.
四言 36句의 이 詩는 寘치(10句), 有(3句), 紙(2句), 虞우(2句) 및 霽韻제운(4句)으로 네 번 換韻하여 意轉 韻轉의 자취를 보여 주고 있다.
살수대첩薩水大捷이 이 겨레의 아픔의 자체이며 또한 벅찬 기쁨의 자체이기에, 員嶠는 한번 쓴 作品에 차마 滿足치 못하고 다시 쓴 것을 보아도, 겨레의 마음에 아픔의 그 자체를 새겨 주고 더구나 기쁨과 긍지矜持를 새겨 주고 싶어서 되읊었음을 後人으로서 가슴에 여미지 않을 수 없다.
信齋의 ‘城上拜’도 그 序가 員嶠것과 똑 같다. 다만 잔 註로,
(唐)太宗이, 꼰 실로 짠 비단 五千匹을 城主에게 내리니 城上에서 받았다. ‘太宗 賜城主縑五千匹 拜受于城上’ 라고 적혀 있다.
우리 사서에는 안시성 성주에 대한 자세한 이름 등이 나와 있지 않고, 또한 중국 측에도 정사에는 나오지 않고 후세에 씌어진 잡록이나 소설 등에 양만춘이란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그 정도 큰일을 이룬 사람이라 고구려 때 승전관련 비문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 고종 때 점령당하면서 파괴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혹시 당대 사람들이 땅에 묻어서 지금까지 어디에 남아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 측의 자료에는 패주해서 도주하는 황제가 비단을 하사했다는 등의 기록이 있는 데, 아마 이 기록을 근거로 시를 쓴 것 같다. 그러나 하사했다는 선물도 결국은 고구려의 여러 성을 함락시키면서 노획한 물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고구려의 여러 병력이 배후를 노리고 있기에 후퇴하면서 가져 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져 갈 수 없는 노획물을 안시성 앞에 쌓아서 남겨두고 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大君有賜 臣聞其禮 崇堂正席 擯相濟濟 下拜登受 傴僂九稽 疑難之際 禮有變遞 臣拜城上 非敢不韙 昔在后禹 化及島卉 東后扶婁 亦遠承篚 至于有周 澤流瀰瀰 四海波休 越裳來體 斯事久荒 未聞有幾 諒非外臣 先惠後匪 無或皇家 有德不亹 皇帝之始 神武英偉 夷隨同胡 順風下坻 左周右召 煌煌御扆 大事已畢 多意或啓 欲撫東土 大臨僻俳 環匡萬帀 我如蝨蟣 非天有警 敢曰能低 山川繚溒 霜露泥泥 唯願不諐 安寧歸抵 戎馬解放 兵甲痕洗 深居思道 運治敭煒 四國畢命 民人樂顗 六合之内 歸如祖禰 小方昧昧 敢不綏依 臣如不死 敬特薄菲 承將君命 盡禮天陛 | 大君의 下賜가 있게 되면(대군유사) 臣이 알기론 그 禮節이(신문기예) 높은 집에서 자리를 바로하고(숭당정석) 외국 재상을 접대할 땐 엄숙하고 장하였다네(빈상제제) 아래서 절하고 올라가 받고(하배등수) 등 굽으려 아홉 번 머릴 조아리는 것(구루구계) 의심스러워 決定키 어려울 때에는(의난지제) 變則的인 禮가 있는 법(예유변체) 臣이 城上에서 절함은(신배성상) 감히 어긋난 것이 아니라(비감불위) 옛날 禹임금이(석재후우) 그 敎化 섬의 草木에까지 미쳤다네(화급도훼) 우리나라 扶婁임금도(동후부루) 역시 멀리 그 나눠줌을 받았다네(역원승비) 周나라에 이르러서는(지우유주) 그 은택이 가득 차 넘쳐 흘렸네(택류미미) 四海에 물결도 잦아지고(사해파휴) 越裳氏가 조공을 바치러 왔는데(월상래체) 이 일이 오래 황폐해져서(사사구황) 몇 번이었는지 아직 듣지 못했지만(미문유기) 진실로 외부의 신하가 아니었네(량비외신) 은혜 먼저 베풀고 후에 은혜를 배 반하지 않 고(선혜후비) 혹시라도 皇室에 해가 되지 않도록(무혹황가) 德있다 하여도 게으르지 않는다(유덕불미) 皇帝가 처음에는(황제지시) 신성하고 위엄 있는 무력과 영웅적인 위 대함(신무영위) 동이족이 따르고 북의 오랑캐가 함께할 것 을(이수동호) 順風따라 낮은 곳으로 내려올 것을(순풍하저) 마치 왼편엔 周公 오른 편엔 召公이(좌주우소) 빛나고 빛나는 왕좌였는데(황황어의) 큰 업적 이미 끝나고(대사기필) 많은 뜻이 혹시 열릴 것이니(다의혹계) 동쪽 땅을 다스리고자(욕무동토) 크게 외진 곳에 왕림하려(대림벽배) 모든 방향을 둘러싸고 보호하네(환광만잡) 우리는 하찮아서(아여슬기) 하늘이 경고를 내린 것이 아니라면(비천유경) 敢히 낮출 수 있다고 말하리오(감왈능저) 山川은 둘러싸고 흘렀고(산천요원) 서리와 이슬은 흠뻑 젖었으니(상로니니) 오직 허물이 없기만 바랄 뿐이라(유언불건) 편안히 돌아가시어(안녕귀저) 전쟁에서 해방하여 주시고(융마해방) 武器와 갑옷의 흔적을 씻고(병갑흔세) 깊은 곳에 앉아 道를 생각하면(심거사도) 다스림을 드날려 빛나고(운치양위) 天下가 그 목숨을 다해 따를 것이며(사국필명) 백성은 즐겁고 고요하여(민인락의) 천지 사방 안에(육합지내) 조상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 같으리라(귀여조니) 작은 나라라 어득하여도(소방매매) 감히 편안히 의지하지 않겠는가(감불수의) 臣이 만약 죽지 않으면(신여불사) 공경하며 특히 작은 것이나마 바치리니(경특박비) 장차 君주의 명령을 받들어(승장군명) 대궐 섬돌에 禮를 다하리라(진예천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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擯-물리칠 빈(‘儐’과 통용), 傴-구부릴 구, 僂-구부릴 루(누), 상여 장식 류(유), 稽-상고할 계, 조아릴 계, 遞-갈마들 체, 갈 서, 두를 대, 두를 태, 韙-옳을 위, 卉-풀 훼, 扶-도울 부, 기어갈 포, 婁-끌 루(누), 篚-대광주리 비, 瀰-물 넓을
미, 물 흐를 니(이), 諒(량)-진실로, 과연, 亹-힘쓸 미, 골어귀 문, 隨-따를 수, 게으를 타, 坻-모래톱 지, 비탈 저, 扆-병풍 의, 畢-마칠 필, 그물 필, 撫-어루만질 무, 본뜰 모, 匡-바를 광, 앉은뱅이 왕, 帀-두를 잡, 蝨-이 슬, 蟣-서캐 기, 繚-감길 료(요), 溒-물 흐를 원, 諐-허물 건, 敭-오를 양, 煒-빨갈 위, 빛 휘, 顗-근엄할 의, 禰-아버지 사당 니(이), 아버지 사당 녜(예), 綏-편안할 수, 깃장식 유, 내릴 타, 陛-대궐 섬돌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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擯相: 擯接이 외국사신을 접대함이란 뜻인데, 응용해서 相을 사용한 것으로 보임. 濟濟: 제제 많고 성盛함. 엄숙嚴肅하고 장함. 至于: ~에 이르다. 瀰瀰: mǐ mǐ 水. 流盛滿的樣子(詩經.邶風.新臺). 越裳: 고대 중국의 문헌에 등장하는 명칭으로, 주로 지리적 위치나 민족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 정확한 위치나 의미는 학자들 사이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중국 남부 또는 동남아시아의 某지역이나 민족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고대 중국의 기록에서는 ‘越裳’이 주나라 시대에 조공을 바쳤다고 언급되기도 하여, 중국과의 교류 관계를 나타내는 역사적 맥락에서도 사용. 神武신무: 신성하고 위엄 있는 무력. 英偉영위: 영웅적이고 위대함. 下坻하저 : 낮은 곳으로 내려오다. 煌煌황황: 빛나다. 御扆어의: 왕좌 或啓:혹계: 혹시 열리다. 僻俳벽패: 외진 곳. 環匡환광: 둘러싸고 보호하다. 萬帀만잡: 모든 방향. 能低능저: 낮출 수 있다. 繚溒료원: 둘러싸다. 이니泥泥: 풀잎이 부드럽고 윤기가 있는 모양, 이슬에 흠뻑 젖은 모양. 不諐불건: 허물이 없다. 매매(昧昧): 동틀 무렵, 새벽, 깊은 생각에 잠긴 모양, 어두운 모양, 순후함. 薄菲박비: 적고 하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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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市城主 梁萬春을 읊은 詩로는 일찌기 牧隱의 〈貞觀吟〉(楡林關作)
을 들 수 있다(《牧隱詩》 卷二, 九十章(‘韓國文集叢刊 3’ p.527)
晉陽公子結豪客 風雲壯懷滿八極 赫然一起揮天戈 隋堤楊柳無顏色 已踵殷周成武功 宜進虞夏敷文德 持盈守成貴安靖 好大喜功多反側 三韓箕子不臣地 置之度外疑亦得 胡爲至動金玉武 啣枚自將臨東土 貔貅夜擁鶴野月 旌旗曉濕鷄林雨 謂是囊中一物耳 那知玄花落白羽 鄭公已死言路澁 可笑豐碑蹶復立 回頭三叫貞觀年 天末悲風吹颯颯 | 晉陽公子(李淵)가 豪傑과 손을 잡으니(진양공자결호객) 風雲兒의 씩씩한 氣象 온 천하에 가득(풍운장회만팔극) 불끈 일어나 하늘의 창 휘두르니(혁연일기휘천과) 隋나라 제방의 버드나무도 빛을 잃었네(수제양류무안색) 이미 殷周의 발걸음 따라 武功이뤘으니(이종은주성무공) 舜과 禹를 따라 文德을 폈어야 할 것을(의진우하부문덕) 成業을 유지하려면 편안히 다스림이 貴하거늘(지영수성귀안정) 큰일을 좋아하고 功세우려다 謀反이 많아지고(호대희공다반측) 三韓은 箕子가 복종하지 않던 땅이라(삼한기자불신지) 관심 밖으로 두니 의심 또한 샀더니라(치지도외의역득) 어찌타 金玉같은 무기를 휘둘러(호위지동금옥무) 말재갈 물려 친히 거느리고 東에 이르렀던고?(함매자자림동토) 사나운 장수는 한 밤 鶴野(고구려)의 달을 품고(비휴야옹학야월) 旌旗는 鷄林 새벽비에 젖었더란다(정기효습계림우) 이것은 주머니 속 물건 정도라 여겼더니(위시낭중일물이) 흰 깃털 화살에 눈알이 빠질 줄이야 뉘 알았으리(나지현화락백우) 鄭公은 이미 죽고 충언의 길이 막혔으니(정곡이사언로삽) 우습다 넘어뜨린 큰 碑 다시 세움이여(가소풍비궐복립) 고개 돌려 貞觀 시대를 세 번 외치니(회두삼규정관년) 하늘 끝에 슬픈 바람소리 쌀쌀도 해라(천말비풍취삽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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晉: 나아갈 진, 진나라 진. 踵: 발꿈치 종, 이을 종., 宜: 마땅 의. 虞: 염려할 우. 敷: 펼 부. 靖: 편안할 정. 胡: 오랑캐 이름 호, 어찌, 어떻게. 啣: 재갈 함. 枚: 낱 매. 貔: 비휴 비. 擁: 낄 옹. 謂: 이를 위. 澁: 껄끄러울 삽. 蹶: 넘어질 궐, 일어설 궐, 뛰어 일어날 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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晉陽公子(진양공자): 당나라를 세운 이연(李淵)을 가리킴. 赫然(혁연): 불끈 일어나다. 揮天戈(휘천과): 하늘의 창을 휘두르다. 虞夏 (우하): 순임금과 하우. 疑亦得(의역득): 의심도 샀다. 啣枚(함매): 말재갈 물리다. 貔貅(비휴): 표범의 일종, 사나운 장수. 鶴野(학야): 학야, 고구려 땅. 旌旗(정기): 깃발. 鷄林(계림): 신라. 囊中(낭중): 주머니 속. 玄花(현화): 눈알. 白羽 (백우): 흰 깃털, 화살. 鄭公(정공): 정공, 충신. 言路(언로): 충언의 길. 豐碑(풍비): 큰 비석. 蹶復立(궐복립): 넘어졌다 다시 세우다. 颯颯(삽삽): 바람 소리, 빗소리의 형용.
여기서는 楊萬春의 抗戰에 唐太宗이 한 눈을 白羽箭에 잃기까지 했다는 고사가 밝혀져 있다.
이 시는 당나라의 흥망과 통치자의 선택을 통해, 무력보다는 문치와 덕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오만과 잘못된 선택이 패배와 쇠퇴를 초래함을 비판하며,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과 통치자의 책임을 깊이 성찰하는 내용이다.
23. 영천기迎茜旗
漢光武 建武 八年(A.D 32, 儒理王 9년) 三月에 駕洛國의 九干이 물가에서 요사夭邪를 떨어버리는 상사일上巳日 춘계春禊를 지내고 술을 마시다가 바라보니, 구배봉龜背峯에 붉은 끈에 金合이 매어져 있고, 아래에 金빛 알 같은 것이 있어, 둥글기는 햇바퀴 같기에, 그 집에 모셔 두었다.
이튿날 여섯 개 알의 거풀을 깨니, 여섯童子가 되었다.
여나믄 날이 지나자, 키가 九尺이라, 여럿이 한 사람을 받들어 마침내 王을 삼으니 곧 수로왕首露王이다.
오래도록 王妃가 없더니 建武 二四年 七月(A.D 48)에 아유타국阿踰陀國 王女가 붉은 돛에 꼭두서니빛 기를 달고 바다를 건너왔다.
王이 宮中에 殿을 짓고 기다리자, 王后가 배를 매고, 뾰족히 솟은 山에 쉬면서 비단 고의를 벗고 山神靈에게 祭物을 드렸다.
천막전天幕殿에 맞아들이기에 이르렀고, 궁궐宮闕로 돌아와서는 王后를 삼으니, 이가 許王后다.
漢光武 建武八年三月 駕洛九干褉飲于水嬪 望見龜背峯 有紫繩繫金合 而下有金色如卵 圓如日輪 奉置其家. 翌日 六卵剖殼 爲六童子. 歷十餘日 身長九尺 衆遂奉一人爲王 卽首露王也. 久無配 建武二四年七月 阿踰陀國王女 緋帆茜旗 渡海而至. 王於宮中 設殿侯之 后維舟憩高嶠 解綺* 袴 贄于山靈. 及至迎入幔殿 還闕 立爲后 是爲許王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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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綺 : 裡里 소장본에는 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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褉-속옷 설, 繩-노끈 승, 여물 잉, 많을 민, 翌-다음날 익, 踰-넘을 유, 멀 요, 茜-꼭두서니 천, 憩-쉴 게, 嶠-산 쭈뼛할 교, 綺-비단 기, 袴-바지 고, 사타구니 과, 幔-막 만.
1. 수로왕의 탄생과 덕德
金海首露王 卵生多德輝 德多難爲配 年大無后妃 | 金海 首露王은(김해수로왕) 알에서 나왔는데 德이 찬란했다(난생다덕휘) 德이 높은지라 짝 될 王妃 찾기 어려워(덕다난위배) 나이가 많아도 王妃가 없었다네(년대무후비) |
2. 허황옥의 도착과 결혼
東海綵舡來 緋帆颺茜旗 阿陀國王女 天遣主閫闈 維舟陟高嶠 解袴贄山靈 天一前導引 太一胥壇形 華蓋撟翠羽 東皇掃地平 熒惑攡錦茵 阿明疊金屛 司命出伺候 長庚爲邀靈 泰顥敬薦藉 貪狼獻異馨 青雲傳敎今 明月擎燈檠 太極雙亞獻 混沌斟錄醞 蓬壺贛麟脡 瀛洲享侯鯖 觀音羞鑨簋 鉤陳羞鬻鉶 狙公捧榛栗 所見駭瞻聆 榛大如橘榴 栗大如鼎鐺 太上乃讀法 建武二四齡 事畢卽王宮 六禮婚姻成 | 東海에 채색 비단 배 오니(동해채강래) 붉은 돛에 꼭두서니 깃발이 펄렁였네(비범양천기) 阿踰陀國 王女를(아타국왕녀) 하늘이 보내어 대궐 살림 맡게 했네(천유주곤위) 배 매고 높고 뾰죽한 산에 올라(유주척고교) 바지 벗고 山神靈에게 祭物 바쳤네(해고지산령) 天一星이 앞서서 引導를 하고(천일전인도) 太一神이 붉은 壇 쌓기를 도왔다네(태일서단형) 아름다운 日傘엔 비취빛 깃 드날리고(화개교취우) 봄의 神은 땅을 쓸어 고르게 했네(동황소지평) 火星은 비단깔개 펴 놓았으며(형혹리금인) 東海神은 金屛風을 쳐 놓았네(아명첩금병) 司命星은 나가서 기다리고(사명출사후) 長庚星은 邀靈이 되고(장경위요령) 泰顥는 공경스레 자리를 깔고(태호경천자) 욕심쟁이 이리도 奇異한 香을 바쳤네(탐랑헌이형) 青雲도 敎今을 傳하고(청운전교금) 明月은 등잔걸일 바쳤다네(명월경등경) 太極星이 亞獻을 올리고(태극쌍아헌) 混沌이 맑은 美酒를 부었다네(혼돈짐록온) 蓬萊山이 麒麟脯肉을 내리고(봉호공린정) 瀛洲山에선 五侯鯖을 대접하였네(영주향후청) 觀音이 떡그릇을 바치었고(관음수롱궤) 鉤陳星이 죽과 국을 바쳤다네(구진수죽형) 狙公은 개암과 밤을 바치니(저공봉진율) 보이느니 눈에 설고 귀에 선 것 뿐(소견해첨령) 개암은 크기가 귤이랑 석류만하고(진대여귤류) 밤도 크기가 솥이나 노구만 해라(률대여정당) 天子가 이에 政令 十二敎를 읽으니(태상내독법) 때는 建武二四年이었네(건무이사령) 일을 마치고 王宮으로 나아가(사필즉왕궁) 六禮를 갖추어 婚姻이 成立됐네(육례혼인성) |
3. 허황옥의 아름다움과 덕
容姿耀一國 德澤似陽春 珍羞如山海 威儀難具陳 | 容貌며 姿態는 온나라에 빛나고(용자요일국) 恩德은 봄볕인 양 다사로왔네(덕택사양춘) 珍貴한 음식은 山같고 바다같고(진수여산해) 威嚴찬 몸가짐은 말하기도 어려워라(위의난구진) |
4. 자손의 번영
夜闌同枕席 情愛無比倫 明歲始生男 遂至生九人 良田無惡實 箇箇玉麒麟 | 밤 깊어 자리를 같이 하니(야란동침석) 그 사랑 비길 데 없네(정애무비륜) 이듬해 아들을 낳기 시작하여(명세시생남) 아홉을 낳기에 이르렀네(수지생구인) 좋은 밭에는 나쁜 열매 없어서(량전무악실) 한 사람 한 사람 玉같은 麒麟兒들(개개옥기린) |
5. 허황옥의 서글픔과 막내아들
許后心不樂 懷抱向王伸 生子父是重 母亦爲天倫 子皆承父姓 無人繼妾身 女心偏惆悵 古禮大不均 君王憐其言 末子母姓遵 | 許后는 마음이 즐겁지 않아(허후심불락) 품은 마음을 王께 아뢰네(회포향왕신) 자식을 낳음에 아비가 重하긴 하나(생자부시중) 어미 또한 天倫을 맺는 법(모역위천륜) 자식은 모두 아비 姓만 따르고(자개승부성) 妾의 姓 따르는 사람 없으니(무인계첩신) 女人의 마음은 유독 서글퍼(여심편추창) 古禮와는 크게 같지 않네요(고례대불균) 왕이 그 말을 가엽게 여겨(군왕련기언) 막내아들을 어미 姓 따르게 했네(말자모성준) |
6. 두 성씨의 번영
至今二千年 二姓何振振 相逢輒懽然 我是同姓親 | 이제껏 二千年을(지금이천년) 金, 許 두 姓이 얼마나 번영했는가?(이성하진진) 만나면 문득 서로 반기니(상봉첩환연) 우린 한 姓의 부계 혈족(아시동성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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綵 비단 채, 舡 배 강, 배 선, 颺 날릴 양, 閫 문지방 곤, 闈 문 위, 遣 보낼 견, 陟 오를 척, 얻을 득, 嶠 산 쭈뼛할 교
袴 바지 고, 사타구니 과, 贄 폐백 지, 움직이지 아니할 얼, 움직이지 않는 모양 집, 胥 서로 서/재주꾼 서, 撟 들 교, 바로잡을 고, 攡 베풀 리(이), 베풀 치, 邀 맞을 요, 顥 클 호, 薦 천거할 천, 꽂을 진, 斟 짐작할 짐, 짐작할 침, 醞 빚을 온, 贛 줄 공, 강 이름 감, 미련할 당, 麟 기린 린(인), 脡 포 정, 鯖 청어 청, 잡회 정, 鑨 갈 롱(농), 簋 제기 이름 궤, 鬻 죽 죽, 팔 육, 어릴 국, 鉶 국그릇 형, 狙 원숭이 저/엿볼 저, 榛 개암나무 진, 鐺 쇠사슬 당, 솥 쟁 姿 모양 자, 耀 빛날 요, 儀 거동 의, 陳 베풀 진/묵을 진, 麒 기린 기 遵 좇을 준, 輒 문득 첩, 懽 기뻐할 환, 하소연할 곳 없는 모양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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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靈산령: 山神靈산신령. 太一태일: 중국中國 철학哲學에서, 천지天地 만물萬物이 나고 이루어진 근원根源 또는 우주宇宙의 본체本體를 이르는 말, 음양가陰陽家에 서, 북 쪽 하 늘에 있으면서 병란兵亂, 재화災禍, 생사生死 따 위를 맡 아 다스린다고 하는 신령神靈한 별. 振振진진: 마음이 인후한 모양, 성대한 모양, 신의심이 두터운 모양, 떼 지어 나는 모양, 혼자 잘난 체하여 우쭐거리는 모양. 東皇동황: 오방신장五方神將의 하나, 봄을 맡고 있는 동쪽의 신神. 熒惑형혹: 정신精神이 어수선 하고 의혹疑惑함. 熒惑星형혹성: 火星화성. 司命사명: 인간의 수명壽命을 맡은 궁중宮中의 작은 신神, 나 라에서 봄에 제祭를 올렸다, 사람의 생명生命을 좌우左右할 권한權限을 가지는 것, 제주濟州 무당들이 신神이 내리기를 빌 때에 쓰는 기旗. 長庚장경: 長庚星장경성, 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金星’을 이르는 말. 太極태극: 우주宇宙 만물萬物이 생긴 근원根源이라고 보는 본체本體, 하늘과 땅이 아직 나뉘기 전의 세상世上 만물萬物의 원시元始의 상태狀態, 역학易學에서 시작始作하여 송나라 때에 대성大成한 철학哲學 사상思想임. 混沌(渾沌) 혼돈: 마구 뒤섞여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 또는 그런 상태狀態, 하늘과 땅이 아직 나누어지기 전前의 상태狀態. 蓬壺봉호: 봉래산蓬萊山의 다른 이름, 모양模樣이 병甁과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由來한다. 瀛洲영주: 전라북도 부안扶安에 있는 변산邊山의 다른 이름,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漢拏山의 다른 이름, 신선神仙이 있는 곳. 鉤陳구진: 별의 이름, 북극北極에 가장 가까운 여섯 별 중의 하나, 후궁後宮을 이르는 말. 狙公저공: 원숭이를 달리 이르는 말, 예전에 원숭이를 가지고 재주를 부리게 하여 돈벌이를 하던 사람. 太上태상: 가장 뛰어난 것, 천제天帝의 아들, 즉 하늘의 뜻을 받아 하늘을 대신代身하여 천하天下를 다스리는 사람. 珍羞진수: 보기 드물게 진귀珍貴한 음식飮食, 맛이 썩 좋은 음식飮食. 威儀위의: 위엄威嚴이 있고 엄숙嚴肅한 태도態度나 차림새, 예법禮法에 맞는 몸가짐. 개개箇箇: 하나하나, 낱낱, 각각.
첫句부터 제8句까지는 미운微韻(旗는 支韻이나 通韻됨)으로 네 번 押韻하여 金首露王과 王妃 許后와의 만남을 읊었고, 第9句(維舟陟高嶠)로부터 36구(六禮婚姻成)까지는 靑, 경운庚韻(서로 通韻됨)으로 押韻하여 金首露王과 許王后와의 婚姻 모습을 華麗하게 그렸다.
다음 37句(容姿耀一國)에서부터 끝句(我是同姓親, 第60句)까지는 金, 許 兩氏가 同姓親으로 한 집안임을 서술한 結果가 되는데, 許氏가 自己의 집안을 뒤이을 아들을 要請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父系가 强化된 뒤에도 외손봉사外孫奉祀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情感的인 孝誠으로 可能한 일이라 여겨지는 同時에, 특히 母의 姓인 許氏를 잇겠다는 주장에서 首露王 당시만 하여도 모계의 權限이 적지 않았던 자취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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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구에서 제4구까지는 김수로왕의 탄생과 덕을 읊었으며, 운은 輝, 妃로 평성 微韻계 글자를 사용하였다.
-. 제5구에서 제28구까지는 허황옥의 도착과 결혼에 대해 읋었다.
이 시는 수로왕과 허황옥의 결혼, 그들의 자손, 그리고 두 성씨(金氏와 許氏)의 번영을 노래한 것이다. 특히 허황옥의 서글픔과 막내아들이 허씨 성을 잇게 된 이야기는 가야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이 시는 고대 한국의 전설과 역사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두 성씨의화합과 번영을 강조하며, 가야국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信齋의 序도 員嶠의 그것과 같은데 다만 뒤에
우리나라 사람이 허풍떨기를 매우 좋아하여, 首露王의 사적도 또한 모조리 믿을 만하지는 못하다. 그뿐더러 이처럼 荒唐 奇異한 것인데도, 傳해지는 것이 거의 다 비슷하니 어찌 괴이하지 않은가?
東人好誇已 首露王之事 亦不宜盡信也. 且荒異如此者 其傳擧多相似豈不怪哉?
하여 傳說의 非科學性을 말하자면 否認하고 있으나, 한편 이런 황당무계한 傳說이 수없이 전해지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 의아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山有石兮 海有波 風冉冉兮 送余 宜福綏兮 萬年使我人兮 說譽 | 山에는 바위 있네(산유석혜) 바다에는 波濤가 있네(해유파)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오네(풍염염혜) 나를 보 내줬네(송여) 마땅히 福되고 편안하리니(의복수혜) 萬年두고 우리 겨레에게(만년사아인혜) 자랑케 할 테 지(설예) |
이런 傳說을 萬年이고 되뇌이면서 우리나라 사람은 자랑삼아 이야기 하리라는 것을 우습게 보고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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冉-나아갈 염, 나라 이름 남. 綏- 편안할 수, 깃장식 유, 내릴 타. 冉冉염염-길 가는 모양, 나아가는 모양, 부드럽고 약한 모양, 세월이 흘러가는 모양, 움직이는 모양.
24. 절영마絶影馬
견훤甄萱이 絕影島의 驄馬를 麗祖(태조 왕건)에게 바쳤었다. 뒤에 들으니 참언讖言(예언)으로 “절영명마絶影名馬가 이르면 백제百濟가 망했다” 하므로, 이에 뉘우쳐 사람을 시켜 그 말을 돌려 달라 하자 王이 웃으며 그러라 하였다.
甄萱獻絕影島驄馬於麗祖. 後聞識云 絕影名馬至 百濟亡 乃悔之 使人請還其馬 王笑而許之.
爾將聽命於馬乎 吾寧聽命於天 爾將篤於物乎 吾寧篤於仁 獻馬者爾也 還馬者爾也 吾何與焉 爾不惟德之懋 是馬也猶爲人守 戒之哉 | 그대는 말에게 順從하겠는가(이장청명어마호) 난 차라리 하늘에 順命하리라(오녕청명어천) 그대는 外物에 정성을 드리려나(이장독어물호) 난 차라리 仁에 정성을 드리리라(오녕독어인) 말을 보낸 자는 그대며(헌마자이야) 말을 돌려 달라는 자도 그대니(환마자이야) 나와는 무슨 상관인가(오하여언) 그대는 德에 힘쓰질 않을뿐 아니라(이불유덕지무) 말도 사람을 위해 지킴 있거니(시마야유위인수) 경계할지어다(계지재) |
讖言에 흔들리는 人間의 어리석은 마음을 차라리 말[馬]만도 못하다고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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讖-예언 참, 甄-질그릇, 구울 견, 질그릇 구울 진, 萱-원추리 훤, 驄-총이말 총, 篤-도타울 독
信齋도 序文이 똑같다.
西土賊雞也 不可以司夕 西土賊車輿也 不可以乘澤 西土賊馬也 不可以守國 | 西土는 닭을 害친다니(서토적계야) 저녁을 맡을 수 없겠네(불가이사석) 西土는 수레를 害친다니(서토적차여야) 진펄에 탈 수 없겠네(불가이승택) 西土는 말을 害친다니(서토적마야) 나라를 지킬 수 없겠네(불가이수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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賊-도적 적(이 곳에서는 동사로 훔치다, 죽이다 학대하다, 해치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輿-수레 여, 명예 예
五言 六句의 이 詩에서는 마운馬韻의 也와 맥陌(職과 通韻) 韻의 夕, 澤, 國(職韻)을 격구隔句로 호운互韻하여 押韻하고 있다.
아무리 必要하고 要緊한 것이라도 참언讖言에 솔깃하다가는 國家도 지킬 수 없으리라고 讖言을 極端으로 물리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