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정리 이야기 - (2) 노트정리는 과연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가?
노트정리 이야기 - (1) 어떤 노트, 필기구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다면 고등학교 재학시절 노트는 어떻게 생겼을까?
의대생의 노트를 파헤쳐보자.
얼마전 '의대생의 노트를 파헤쳐보자'와 '고교 재학시절 노트'로 블로그가 한바탕 홍역을 치뤘습니다.
적지않은 사람들과 메신져, 핸드폰 등을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일주일이 다되가는 아직까지도 꾸준히 덧글을 통해서 문의해오는 방문객들이 있습니다.
대개 비슷한 내용으로 문의해오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이글루스 회원이 아닌 분들의 경우 본인이 남긴 비공개 덧글에 대한 답글을 재차 확인이 어려워 E-메일 회신을 부탁하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자주 물어오시는 몇가지 질문과 앞서 두 포스팅에서 밝히지 못했던 이야기를 지난 20여년간의 학창시절의 추억과 함께 정리해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누차 말씀드렸지만 필자는 공신이나 어린 시절부터 계획되어 생산된 최상위 등급의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지방소재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그 안의 한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난 대한민국 평균 학생이었죠. (명확히 따지자면 평균 이하일런지도 모르겠군요.)
수학선생 어머니를둔 탓에 무척이나 어려웠던 수학의 장벽을 무사히 넘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학원 문턱을 밟아본 적이 거의 없었으며 그나마 다녔던 영어 학원도 채 한달을 넘기지 못했었죠.
아마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하는 공부가 아니면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개인적 습성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여러분과 '학습'에 관한 긴 여정을 떠나기에 앞서서
첫째, 제가 소개하는 방법들이 절대적 비결이나 왕도는 아니라는 점, 더불어 지극히 개인적 가치관, 경험, 기억에 의존하여 쓰여졌기에 모든 이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기는 힘들다는 점을 꼭 당부드리고 싶습니다다. 포스팅을 읽으시면서 이 두가지를 꼭 참고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떤 노트를 고를까?
많은 분들이 어떤 노트와 필기구를 사용했는지 물어오셨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노트 선택에 있어서 몇가지 고려해야할 사항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시중에는 참 많고 다양한 노트들이 판매됩니다.
저 역시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노트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정리용 노트를 구매하는데 있어서 '아무거나' 선택하는 것이 나중에 수많은 고민거리와 후회를 안겨다 줄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노트를 적절히 선택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먼저 노트 표지가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제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겉표지가 종이나 얇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제품은 가방 속에 담거나 보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위 사진처럼 손상받기 쉽습니다.
겉표지가 망가지게되면 그 영향이 속지까지 미치게 되어 힘들게 정리했던 노트가 깔끔히 보관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지요. 따라서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반드시 겉표지가 튼튼한 제품을 산택하시길 권유드립니다.
저는 위와같이 스프링 연습장을 사용하였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위와같은 연습장을 사용하실텐데, 정리용 노트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제대로 된 스프링 노트를 선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론 철로 구성된 두줄 스프링을 추천합니다. 한줄 스피링의 경우 철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것이 많으며, 이 경우 쉽게 부러지거나 빠져버려서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정리용 연습장을 선택하시려면 철로된 두 줄 스프링을 사용하시길 권유드립니다. (혹시나 후에 재구성을 염두해두시더라도 일단 그 전까지 사용하시기엔 두줄 스프링이 좋습니다.)
일반 노트(비스프링)의 경우 배우는 과정선상에서 수정되거나 추가되는 내용을 적절히 끼워넣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대개 이러한 경우 노트를 분해하여 다시 스프링으로 처리하는 번거로운 일을 반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스프링 노트의 경우 후에 스프링을 제거하고 위 사진에서 보이는 다섯번째 노트처럼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링을 이용하여 재구성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의학의 경우 내, 외, 소아, 산부인과 등에서 중복되는 내용이 많기에 이 경우 내용별로 분류하여 하나로 묶어두면 공부하기가 훨씬 수월하지요.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대개 학생들은 '연결성'을 잊어버리고 '두번' 새롭게 공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되도록 비슷한 내용이거나 성격을 지닌 내용이라면 한꺼번에 묶어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편리합니다.
위 사진은 내외과에서 동시에 배우는 급성 췌장염의 합병증과 치료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처럼 내외과에서 중복되는 설명은 하나로 묶고 차이가 있는 부분만 따로 정리해두면 양도 줄어들고 나중에 해당과목에서 공부할 때도 훨씬 수월하지요. (물론 경우에 따라서 내-외과의 관점이 다른 경우도 더러 있지만 정리하는데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노트 선정에 있어서 스프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노트 속지입니다. 위 사진은 그동안 제가 사용해왔던 노트 속지들입니다. 크기는 모두 188*220mm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공책 크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휴대성이 떨어지긴하지만 문제집이나 교과서등에서 필요한 사진, 그림등을 오려 붙이거나 정리하기엔 딱 적당한 사이즈라 생각합니다. (저는 병원실습 당시 휴대하는데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세번째의 경우처럼 세로선이 없는 노트도 사용해보았고 첫번째나 두번째 경우처럼 세로선이 있는 노트도 사용해보았는데 정리용도라면 세로선이 있는 노트를 사용할 것을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세로선이 없었던 노트와 있었던 노트입니다. 세로선은 정리하는데 여러가지 기능을 하는데 대표적으로 소단원의 분류, 중요한 내용-기출문제 체크, 추가사항 기재, 잡소리 등의 역할을 합니다. 세로선이 없는 노트는 정리가 산만해지고 긴 내용의 경우 시간이 흐뒤 재차 노트를 열었을때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사진은 무리해서 그려본 세로선 없는 노트의 모식도입니다. 소항목으로 분류가 잘게 나누어 질수록 내용을 기재하는 부분이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와같은 문제는 몇가지 기술적인 방법으로도 커버가 가능하지만 '세로선'이 있는 노트를 활용한다면 더욱 원활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뒷부분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세로선을 활용하여 정리한 소화기내과의 Achalasia 파트입니다. 훨씬 보기가 편하죠?
노트를 선택하는 방법을 몇가지 알아보았습니다. 단단한 겉표지, 스프링의 구성, 속지 두께-형태 등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하여 튼튼하고 단단한 노트를 고르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노트는 '반딧불'이라는 회사의 제품으로써 2년전까지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했었는데 어느새 사라진 중소기업회사의 제품입니다. 가격은 권당 2500원으로 저렴한 제품이었으며 개이적으론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제품인지라 대형마트 판매가 중단되고 난 후 재구매를 위해서 전국을 수소문 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 후 다행히 회사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주문해서 사용했는데 지금은 어떨런지 모르겠습니다. (반딧불 홈페이지, 노트)
필기구는 어떤 것으로 선택할까?
노트 선택만큼 중요한 것이 필기구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이 사용하고있는 필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눈과 손에 익숙하기에 피로감도 덜하고 낯설지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사진의 두제품을 사용하였는데 위쪽의 제품을 본과 1학년때까지 사용하였고 이후에는 아래 제품으로 갈아탔습니다.
펜 두께는 0.3~0.4로 너무 얇거나 두껍지않은 중간형이었습니다. 얇은 제품(대표적으로 하***)은 노트가 쉽게 찢어지거 고장률이 높아서 펜을 채 쓰지도 못한채 버리는 경우가 많았고 두꺼운 제품(탱**)은 잉크가 새거나 두꺼운 글씨로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단점이 있어서 위 제품을 선택하여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쓰던 도중 펜이 바뀐 이유는 상단의 제품 판매가 중단되었기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아래 제품이 구하기도 쉽고 사용하기에도 용이해서 '판매중단'은 잘된 일이 아니었나 싶네요. 가격은 개당 500원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물론 정리 이외에 공부에는 제약회사 볼펜을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펜들은 잘 미끄러지긴해도 똥을 많이 싸놓는지라 정리용으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죠.)
본1~본2, 2년간 사용했던 펜들을 모아놓은 통이 집에 있었습니다. 2년여 시간동안 2~3일에 한개씩 거의 2백여개에 육박하는 펜을 사용하였더군요. 대학 진학 후, 형광펜이나 색연필로 알록달록하게 정리하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기에 검정펜들이 많이 보이네요. (사실 알록달록하게 보이는 노트들은 재차 보면서 밑줄을 긋고 공부했던 흔적입니다.)
그 외 필기구로는 풀을 많이 사용했었습니다. 정리하는 일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방대한 양을 모두 기재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필요한 부분은 교과서나 정리집에서 그대로 오려다 붙였습니다. 의과대학의 경우 판이 바뀌거나 선배들이 교과서를 버리는 일이 많기에 그런 책들을 물려 받아서 필요한 부분만 오려서 사용했습니다. 책이 워낙에 두꺼운지라 다시 보기엔 무척이나 불편하고 휴대도 힘들기에 복잡한 해부학 도면이나 필요한 부분들은 과감하게 책을 오려다 붙였지요. 고교시절에는 풀도 본의아니게 모았었는데 당시에 50여통 정도 사용했으니 아마 대학시절 사용한 풀은 그 두배정도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관해선 사람마다 견해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제 경우엔 보지않는 책을 책장에 꽂아두는 것보다는 오히려 필요한 부분만 오려서 보기 용이한 형태로 가지고 다니는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습니다. 고교시절에도 버려지는 수많은 문제집이나 교과서들이 이런 형태로 많이 활용했었구요. (참 이상한게 -내용은 거진 비슷한데- 판이 바뀌면 후배들은 새교과서를 많이들 사더군요. 저한텐 쌩큐지만,)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졸업을 앞둔 선배나 친구들이 버리는 책을 잘 수거해두셨다가 이렇게 활용하시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몇분께서 문의하신 노트와 필기구 선택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셨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워낙에 덧글이 복잡하게 달려있는지라 찾을 수 없어 이렇게 포스팅으로나마 대신 답변하여 드리는점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내일은 '노트정리 누구에게 필요한가?'를 시작으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