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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리뷰 《The Tower.더 타워》 세로토레 초등을 둘러싼 논란과 등반기록.
켈리 코르테스 지음. 권오응 옮김. 2019년 하루재.
글. 이용대. 코오롱 등산학교 명예교장.
하루재 클럽의 역사물 시리즈 중 세로토레에 관한 책이 출간된 것은 이번으로 두 번째다. 이미 2014년에 독자들에게 소개된바있는 라인홀드 메스너의《세로토레. 메스너, 수수께기를 풀다》가 있지만 메스너는 스스로 밝혔듯 단 한 번도 세로토레를 오른 적이 없다. 반면, 이 책을 쓴 켈리 코르데스는 실제로 세로토레를 등정했다. 그는 2007년에 직접 세로토레에서 새로운 등반 선을 만들어 정상에 올랐다.
그런 만큼 이번에 출간된 역서는 메스너의 저서와는 그 내용에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세로 토레에 관한 이야기를 저자 코르데스 보다 더 잘 쓴 사람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 그는 알피니즘을 가장 진지하게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가 자신을 글쓰기와 등반에 온전히 바치는 방식을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극찬하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누구나가 좋아할만한 스토리 텔러다. 세로 토레에 관한 이야기를 그보다 더 잘 쓴 사람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그는 2년여에 걸쳐 이 책을 쓰는 동안 7개국을 여행하며 릭 리지웨이. 이본 취나드. 롤란도 가리보티. 존 할린3세. 톰 혼바인. 알렉산더 후버. 존롱. 체사레
마에스트리. 라인홀드 메스너 등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했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이 책을 완성한다. 또한 138점의 역사적인 가치가 담긴 사진들을 실어 책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세로토레는 찰텐(chalten.)산군에 있다. 이 산이 사람들의 눈에 띤 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이 지역의 인디언들은 구름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화산으로 믿었으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 찰텐 이라는 이름은 붙였다. 서양인으로서 이 봉을 처음 본 사람은 스페인 탐험가 데 비에드마이며 1782년의 일이다.
찰텐은 폭풍설이 몰고 온 구름이 늘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진 바다 날씨에 노출된 곳에 토레와 피츠로이 연봉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마치 두 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땅에서 나란히 솟아난 것 같은 모습이다. 피츠 로이(Fitz Roy)라는 지명은 비글호를 타고 이 지역을 탐험하면서 연안지도를 만든 영국의 탐험가 피츠로이(PitzRoy)선장의 이름이다. 세로토레라는 산명은 “Cerro는 산” “Torre는 탑”이란 의미이며 탑(Tower)모양의 산이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산들과 달리 높이로만 따지자면 이 봉들은 별 볼일이 없다. 세로토레 정상이 3128m에 불과하고, 피츠로이 연봉 중 가장 높은 봉이 3405m 밖에 안 된다. 그러나 세로토레는 세계 어느 산보다 등반의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산이다. 에베레스트나 K2에서 어려운 길이나 알프스의 어떤 빙벽루트도 세로토레에서 가장 쉬운 루트보다 경사가 센 곳은 없다. 또한 많은 등반가들이 등반 불가능한 봉으로 이해해 온 것은 얼음갑옷이 화강암바위 표면을 덮고 있으며, 바람과 폭풍설이 끊임없이 난타하는 “작지만 보다 어려운” 슈퍼 알피니즘의 정신을 구현해야만 오를 수 있는 봉이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에서 대규모원정이 성행하던 1950년대는 전위적인 산악인들 사이에서 색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기술적으로 더 어렵고 더 가파른 산의 어려운 등반 선을 따라 오르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하자 당시 파타고니아의 침봉들은 유럽 정상급 등반가들의 관심의 대상이었고 세로토레는 도전대상 1순위에 올라있었다. 당시 마에스트리가 세로토레에 시선을 돌린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다.
세로토레가 세계 알피니스트들에게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1952년 이후 부터다.
1952년 2월 리오넬 테레이와 마뇽은 피츠로이 정상 초등에 성공했다. 그는 피치로이 정상에서 세로토레를 바라보며 “아, 저기는 목숨을 한 번 걸어볼만한 봉우리네”라고 소리쳤고 이 말은 당시 정상급 등반가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봉이 도전의 대상지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이 때 부터다.
이미 세계 등산계에 널리 알려진 세로토레 초등을 둘러싼 의혹은 1959년 체잘레 마에스트레의 거짓말로부터 시작된다. 아마도 지구위에 있는 모든 산을 통틀어 보아도 세로토레 처럼 등반역사가 복잡하고 논란의 문제가 얽혀있던 산은 없을 것이다. 《The Tower》는 지금껏 나온 어떤 책보다 세로토레에 관한한 가장 깊이가 있고 완벽한 책이다.
세계의 유명 등반가들의 도전무대였던 세로토레의 중요 등정과 도전의 기록을 살펴보기로 하자.
이 벽을 최초로 시도한 사람은 1958년 이탈리아의 발터 보나티와 카를로 마우리다. 같은 해 반대편의 동벽을 시도하던 데타시스는 이곳을 오르는 것을 자살행위로 간주하고 등반을 포기한다.
1959년엔 거짓등정으로 유명해진 체사레 마에스트리(이하 마에스트리)가 토니 에거와 함께 북벽 북쪽 리지로 올라 초등이라 주장했으나 등정의혹을 증폭시켰으며 하산 중에 토니 에거가 추락사한다.
1970년엔 마에스트리가 남동 리지로 두 번째의 원정을 이끈다. 공업장비제조사의 후원을 받은 그는 가솔린엔진 컴프레서를 끌어 올려 볼트 400개를 박으며 등반했지만 정상등정은 실패한다. 컴프레서를 동원한 혐오스러운 루트를 만들어 일생일대의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긴 후 산악계의 이단자가 되었다. 이 루트가 ‘컴프레서 루트’로 알려진 곳이다.
‘돌로미테의 거미’ 마에스트리는 단독자유등반의 달인으로 불렸던 사람이다. 그는 왜 등정의혹을 증폭시켜가면서 이토록 토레에 집착한 것일까?
그가 이루어낸 초등기록은 3000번이 넘었다. 그 중 1000번이 단독등반일정도로 탁월한 등반가였다. 그의 등반기술은 투지만큼이나 전설적이었으며 단독등반덕분에 “돌로미테의 거미”로 불렸다. 등반은 그의 모든 것이었다. 그는 “나는 섹스를 할 때도 팔의 근육을 강화하려고 팔굽혀펴기 자세로 섹스를 했다”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훈련을 한 등반가다.
그는 세계2차 대전 때 나치정권과 무솔리니의 파시스트에 맞서 저항하는 레지스탕스에도 참여했다가 사형선고를 받고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1954년 이탈리아 K2원정대에서 배제되어 국가적인 등반가가 될 최고의 영예를 잃기도 했다. 이는 그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이 원인이었으나 어딘가 석연치 않았으며 그는 모욕감을 느꼈다. 그러자 그는 보란 듯이 돌로미테에 있는 1000m에 가까운 험난한 봉우리 13개를 로프도 없이 연달아 오르내렸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3600m로 K2의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의 높이였다. 더구나 그는 이 연속등반을 불과 16시간 만에 끝낸다. 이런 위업은 K2원정대 탈락에 대한 시위였으며 이때의 등반은 곧 뉴스거리가 되었다. 이를 본 아르헨티나 이주자 체사리노 파바가 마에스트리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리로 오게 자네의 입에 딱 맞는 떡이 있다네” 이 말의 의미는 마에스트리의 명성과 능력에 걸맞은 산 세로토레가 있다는 뜻이었다.
1974년엔 이탈리아의 카시미로 페라리 일행이 ‘레코의 거미’루트를 개척하며 세로토레의 진정한 초등정을 이룩한다. 수년간 등반이 불가능했던 토레는 결국 페라리 일행에 의해 최초로 완벽한 등반을 마무리한다. 페라리는 4년간 이산에 전력투구했으며 산은 그에게 초등이란 선물로 보답했다. 그는 토레의 초등으로 전설이 되었고 2001년 그곳에 영원히 잠들었다.
1979년엔 미국의 짐 브리드웰 일행이 컴프레서 루트를 속공으로 올라 정상등정에 성공한다. 이 등반이 컴프레서 루트를 통한 초등이다. 1985년엔 이탈리아의 파올로 카루소일행이 컴프레서 루트 동계초등을 이룩했고, 스위스의 마르코 페드리니가 컴프레서 루트의 첫 단독등반에 성공한다. 2005년엔 이탈리아의 벨트라미와 아르헨티나의 가리보티가 북벽을 통해 처음으로 정상까지 오른다. 2007년엔 《The Tower》의 저자 미국의 켈리 코르데스와 헤일 리가 처음으로 ‘잃어버린 시간과’과 거미루트를 연결해 정상까지 오른다.
2008년엔 가리보티와 헤일리가 푼타에론 -토레에거-세로토레를 연결하는 2200m의 토레 그룹 종주등반(5.11. A1)을 최초로 성공시킨다.
2012년엔 미국의 케네디일행이 남동 리지를 오른 후 하강하면서 컴프레서 루트에 있는 볼트 120개를 제거한다. 같은해 오스트리아의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출신의 다비드라마와 페터 오르트너가 남동 리지에서 정당한 방식에 의한 자유등반 초등을 이룩한다. 다비드라마의 세로토레 자유등반 동영상은 토렌토 산악영화제에도 출품된 작품으로 2014년 한국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The Tower》는 지구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찰텐 산군의 악명 높은 봉우리 세로토레의 등반역사다. 여러 사건들을 역사적인사실에 근거해 미스터리를 풀어내듯이 이야기한다.
어떤 과정을 거쳤던 간에 1959년의 마에스트리와 에거의 뛰어난 선구적 시등이 바탕이 되여 15년 뒤에 토레의 초등정이 마무리된다.
등반불가능이란 판정을 받아왔던 이 봉이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돌로미테의 거미’라 불렸던 체잘레 마에스트레의 공인 셈이다. 등정의혹을 증폭시켰던 1959년의 첫 등반과 세계 산악 계를 경악케 했던 1970년 40kg의 컴프레서를 동원한 기상천외한 등반방식과 이 봉을 중심으로 일어난 수많은 알피니스트들의 의혹에 쌓인 행적의 비밀을 이 책이 밝히고 있다.
책 말미에는 1958년부터 2012년까지의 복잡한 세로토레 중요등반기록을 연대순으로 정리했으며, 컴프레셔 루트가 아닌 곳으로 세로토레를 오른 팀이 이제는 14개로 늘어났다. 중요등장인물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독자들의 책 읽기에 많은 도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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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건강하사죠 벌써 the tower 한권을 다 읽은것 같습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