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경궁리居敬窮理
《대학》 의 격물치지(格物致知)에 관한 주희의 이론.
주희의 격물치지론은 전체적으로 볼 때 거경궁리로 요약된다.
주희는 《대학장구》의 격물치지보망장에서 격물치지를
즉물궁리(卽物窮理)로 해석하여 객관적 사물의 이(理)를 탐구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즉 현실적 인간은 사물의 이(理)를 탐구하여 이를 자신에게 보태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물의 이를 탐구함에 앞서 경건함이 요청된다.
수기치인을 목표로 하는 유학에서는 객관적 사물의 이를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의 축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지식축척은 마음을 밝히고 인격을 연마하는 데로 전환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경(敬)이 요구된다. 거경과 궁리는 다같이 중요하다.
거경과 궁리는 주희의 격물치지론에서는 상보적(相補的)관계에 있다.
"배우는 사람이 할 공부는 거경과 궁리를 서로 발용하는 데 있다.
궁리할 수 있으면 거경공부는 날로 진보하고 거경할 수 있으면 궁리공부는 날로 세밀해진다.
비유하면 사람의 다리와 같아서 왼쪽 발이 나가면 오른쪽 발이 멈추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실재는 한가지 일이다." (《주자어류》).
그리고 또한 경은 본심을 보유하는 공부인 것이다. 마음이 존재한 후에 치지할 수 있고,
치지는 격물궁리로써 성품을 다하는 데 있는 것이다" (《주자문집》) 라고 했다.
또한 거경과 궁리를 내외 측면에서 말하면 거경은 내적 수양이요,
궁리는 외적탐방이다.
경은 주일무적(主一無適) 즉 정신을 한가지 일에 집중하고
물욕이 정신을 착란치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역》에서 敬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義로써 밖을 바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주희의 거경궁리설은 그의 성즉리체계(性則理體系)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성즉리설에 따르면 만물 속에는 태극으로서의 이(理)가 내재하는데
인간 안에서의 이는 성(性)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신체를 가진 인간은 理와 함께 氣의 요소를 갖고 있다.
즉 현실적 인간의 성은 이로서의 성인 본연지성(本然之性)과
기의 요소를 구유한 기질지성(氣質之性)으로 이해된다.
본인지성은 그대로 완전하여 천리(天理)이지만
기질지성은 불완전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본인지성은 선하지만 기질지성은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다.
이 기질지성을 회복하여 본연지성과 일치시키는 방법으로써
주희는 거경과 궁리를 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인간은 불완전하므로 객관적 이를 탐구하여야 하며
외물과 접촉에 의해서도 정(情)이나 욕심이 발동되지 않도록 경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브리태니커 1권 31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