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31일, 화요일, Salt Lake City via Chicago (오늘의 경비 US $48: Copenhagen 공항택시 272, 콜라 15, Salt Lake City 공항택시 $29, 환율 US $1 = 6 DKK) 드디어 이번 자전거 여행을 끝내고 미국 행 비행기를 타는 날이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덴마크가 나에게 또 오라고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오늘 비행기 스케줄은 오후 3시 55분에 SAA 항공으로 Copenhagen을 출발하고 10여 시간 날라서 같은 날 오후 5시 45분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Chicago O'Hare 공항에 도착한다. 그리고 두 시간 기다린 다음 7시 55분에 출발해서 10시 반에 딸네 집이 있는 Utah 주 Salt Lake City 공항에 도착이다. 어제 자전거 빈 박스를 얻어온 후 오늘 아침 10시 공항으로 나갈 때까지 숙소에서 보냈다.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아서 안 나갔다. 오늘 오전 11시경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 체크인하면서 좀 긴장했다. 우선 항공사 직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음성 결과를 내 휴대전화기 화면에 올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체크인 카운터에 가기 전에 올려놓았어야 했는데 카운터 앞에서 하다가 그렇게 되었다. 직원이 쳐다보고 있으니 더 잘 안 되었다. 화면에 올려서 직원에게 보여주었더니 화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더니 오케이라고 한다. 나중에 내가 올린 화면을 보니 맞는 화면이 아니었다. 그래서 직원이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다가 결국 오케이를 한 것 같은데 무얼 보고 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서류는 요구도 안 했다. 다음에는 자전거 박스에 든 것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대답을 잘못할까봐 좀 긴장을 했다. 자전거가 들었다고 하면 때로는 특별 취급을 하려고 하고 아주 귀찮아질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machine parts - 기계 부속품"이 들었다고 한다. 항상 그렇게 대답하는데 완전히 틀린 대답은 아니다. 9 11 테러 사태 이후로 비행기 타는 것이 너무 까다로워졌다. 버스나 기차 타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옛날이 그립다. 다시 그렇게 되는 날이 올 것 같지 않다. 체크인을 마치고 탑승구 구역에 도착하니 12시 10분이었다. 너무 일러서 아직 탑승구 번호는 정해지지 않았다. 나는 항상 이렇게 일찍 공항에 나가는 습관이 있다. 드디어 출발시간이 되어서 비행기에 올랐다. 내 좌석은 제일 뒷줄 바로 앞줄의 창가 자리다. 좌석이 셋 있는데 가운데 좌석에는 아무도 없고 복도 좌석에는 덩치가 큰 남자가 앉아있다. 화장실 가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비행기가 출발하기 직전에 다른 좌석으로 옮겨가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대강 정리를 하면, - 우선 우비 재킷을 잃어버려서 비가 거의 매일 내린 덴마크에서 고생이 많았다. 덴마크 들어가기 직전의 독일 도시 Flensburg 에서 잃어버렸는데 자전거를 기차를 싣고 기차를 타고 다음 도시로 갔더라도 우비 재킷을 찾았어야 했다. 찾으려고 했더라면 틀림없이 찾았을 것이다. 아주 나쁜 선택을 했다. - 덴마크에서는 거의 매일 비가 내려서 고생이 많았다. 실제로 비를 맞는 고생보다 비를 피해보려는 심리적인 고생이 더 많았다. - 독일과 스웨덴에서는 아주 즐겼다. 볼거리도 많고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 길도 좋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러시아에서 고생스러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그리던 유럽 자전거 여행 그대로였다. - 자전거 길은 세 나라 모두 너무 잘 되어있었다. 그리고 지형도 거의 평지여서 쉽게 달릴 수 있었다. 지겹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구릉지역은 없었다. - 여행 중에 물건을 참 많이 버렸다. 이번 여행에 쓸 것 같지 않은 것들은 모두 버렸다. 처음부터 가져 오지 말 것을 가져와서 버리니 좀 아까웠다. 예를 들면 등산용 head lamp를 버릴 때는 많이 아까웠다. 가볍게 여행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옛날 한양에 과거보러 천리 길을 홀로 걸어가던 가난한 젊은 선비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음 여행에 또 불필요한 것을 가지고 떠나지 않도록 짐 리스트를 만들었다. 소형 접는 스툴의자 같이 새로 가져갈 것도 있다. - 여행 경비는 대강 60일 여행을 했으니 최소 하루에 $120 씩 60일 해서 $7,200에 미국-덴마크 왕복 항공료 $1,200을 합해서 약 $8,400을 쓴 것 같다. 숙박료 비율이 지나치게 높았는데 특히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그랬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서 볼거리가 훨씬 적은 덴마크와 스웨덴 여행은 짧게 할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 Booking.com으로 예약한 숙소는 두 곳이 펑크가 났다. 한 곳은 가보니 폐업한 곳이었고 또 한 곳은 선불을 해야 하는 곳인데 은행 송금으로 요구했다. 그런 줄 모르고 숙소에 도착했다가 못 들어갔다. 두 곳 다 돈 손해는 안 보았다. - Brompton 접이식 자전거가 말썽 없이 견디어 주었다. 타이어 펑크도 안 났다. 너무 고맙다. - 5일에 한 번씩은 타이어 공기를 체크하고 공기를 더 넣었다. 80-80 psi 압력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딱 한번 공기를 더 넣기 전에 압력을 체크했는데 40 psi이었다. 그런데 80 psi로 넣은 다음에 달려보니 아무런 차이를 못 느꼈다.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서 스웨덴에서 마지막 8일 동안은 공기 체크를 안 하고 달렸는데 아무 문제없었다. - 자전거가 제일 더러워지는 부분이 체인이다. 그래서 체인 청소를 하는 스프레이로 3일 정도에 한 번씩 청소를 했는데 청소를 한 다음에 달려보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자전거가 아주 잘 나갔다. 그래서 나중에는 거의 매일 청소를 했다. 하는 것도 아주 쉽다. 휴게소에서 쉴 때 자전거를 거꾸로 세워놓고 스프레이와 키친타월로 했다. 잘 지워지지 않는 기름때는 헌 칫솔로 했는데 다음 여행에는 자전거 청소용 솔을 사야겠다 (있었는데 짐을 줄이느라고 버렸다). 10분이면 충분했다. - 자전거를 타다가 딱 한 번 넘어졌다. 자전거를 탄 첫날에 넘어졌다. Copenhagen에서 Hillerod로 가는 길에서 높이 3-4cm 되어 보이는 길턱을 넘다가 자전거 바퀴가 미끄러져서 넘어졌다. 직각으로 넘었더라면 미끄러지지 않았을 텐데 사각으로 넘다가 미끄러졌다. 금방 털고 일어났는데 무릎에 상처가 생겼다. 매일 저녁 샤워를 한 다음에 상처를 알코올로 닦고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새 반창고로 덮었는데도 상처가 완전히 아무는데 3주 정도 걸렸다. 내 나이엔 그렇게 오래 걸린다.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닌데 조심을 해서 상처를 안 만드는 것이 상책이다. - 결론적으로 올 여름의 자전거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벌써 내년 유럽 자전거 여행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도 약 2개월 동안 독일 중부지역을 남북으로 흐르는 Weser 강 자전거 코스를 북해 (North Sea) 근처까지 달린 다음에 북해 해안을 따라서 남쪽으로 달리면서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지나고 프랑스의 Seine 강 입구에 이르러서 Seine 강 자전거 코스로 들어서서 프랑스 수도 파리까지 달리는 여정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하게 되면 올 여름 자전거 여행에 못지않은 아주 좋은 자전거 여행이 될 것이다. 이번 여행에 부족했던 점을 모두 보완해서 (날씨만은 내 맘대로 안 되지만) 100% 즐기는 여행을 해볼 생각이다 공항으로 나가기 전에 방안 거울을 이용해서 찍었다 내 짐은 자전거 박스에 든 자전거, 자전거 가방, 소형 배낭, 그리고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소형 허리 가방이 전부다 Copenhagen 국제공항 대합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