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식권이 분실, 훼손, 순환의 문제점 등의 문제가 있어 급식전자카드를 도입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한꺼번에 모았다가 피자나 햄버거를 사먹는 등으로 영양 불균형 문제가 일어나고, 음식점 등은 식권 결재가 한 달에 한 번 이뤄져 모아놓은 것이 없어지기도 하고, 흐지부지되어 손해가 나고 공무원들의 관리도 어려웠다고 한다.
급식전자카드는 소지도 용이하고, 단말기에 그때그때 아이들이 결재하면 일주일치 비용이 음식점으로 한꺼번에 자동으로 입급된다고 한다. 음식점의 손해도 줄고, 공무원들의 관리도 그만큼 수월해진다고 한다.
종이식권은 음식점에서 직접 사용해야 하지만, 음식점으로 가기가 쑥쓰러운 아이들이 집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또는 부모들이 동네 반찬가게에서 식권 여러 장으로 반찬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식권은 아이들 앞으로 나온 것이기에 부모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이 쓰면 안되는 것이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이 식권을 들고 음식점을 가기가 어려운 사회 분위기를 생각할 때 사용의 융통성이 있었다고 여겨진다.
또한 식당이 있는 중고등학교에서도 점심식사를 하러 갈때 종이식권을 내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여, 사실 저소득층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방학 중에 배부되는 종이식권은 그리 생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음식점에서 발행되는 쿠폰 정도로 인식하기도 한다.
실제로 쿠폰을 잘 사용하면 공짜로 음식을 제공받기도 하니까,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면 아이들의 거부감은 아주 크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급식전자카드는 다르다.
일단 음식점에 직접 가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한창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카드를 들고 음식점을 전전해야하고, 음식점 주인을 마주 대해야 한다. 한 끼에 3,500원!
김밥, 떡볶이, 순대, 만두, 라면, 햄버거..아주 싼 식당의 순두부백반, 중국집의 자장면(짬뽕은 4,000원이므로 안됨) 정도가 해결할 수 있는 메뉴등이다. 대부분의 메뉴가 간식류이고, 영양의 균형을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한 끼에 7,000원 이틀치를 한꺼번에 결재할 수도 있다고? 그렇다면 다음날은 굶어야 한다.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배달도 할 수없고, 부모가 동네 반찬가게를 이용할 수도 없다.
당연히 사용의 융통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숫기없는 아이들이 차라리 굶을지언정 식당엘 가지 않는다면 아이들 주머니에서 카드는 애물단지가 되고, 아이들의 열등감을 조장하는 주범이 되고 만다.
이게 어떻게 아동들의 배고픔을 걱정한다는 나라의 정책이란 말인가?
식당이 있는 어떤 중고등학교에서는 급식전자카드를 사용한다는 말을 들었다.
식당문을 통과할 때, 급식비를 안낸 아이카드가 지날 때 "삐~"하고 소리가 나서 급식비 미납이 공개되어 아이에게 수치심을 안겨 주기도 한다는...
종이식권은 실제로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간혹 급식비를 미납하여 종이식권을 배부받지 못하여도,
아이들끼리 상부상조한다고 식권을 꿔주기도 하고, 창문으로 몰래 건네기도 하여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삐~"소리나는 전자카드보다야 훨신 인간적이다.
그렇다면 종이식권 사용이 조금 더 인간적이고, 융통성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분실의 부분만 제외하면 사용자에게는 크게 불편한 제도가 아니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급식전자카드는 사용자의 인권이 무시당하고, 비인간적이며, 융통성이 발휘되지 못한다.(여기서 융통성은 사용자의 편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편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은 급식전자카드는 공무원의 행정 편이성, 무료급식을 시행하는 음식점의 관리 용이성이 우선된 것이지 사용자인 아동의 인권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아이들의 배고픔이 걱정된다면, 카드를 들고 음식점을 기웃대거나 음식비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분식류나 자장면으로 국한해서는 안된다. 5,000원 상당의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다음날은 굶도록 해서도 안된다.
그러려면 물가 등을 고려하여 하루 한끼 급식비를 적어도 5,000원으로 인상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카드를 들고 오는 아이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거나 불친절하게 대해서도 안된다.
동정의 눈빛, 불친절하거나 무시하는 태도 등 사회적인 편견이 사실 가장 걱정이다.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이 과연 이런 편견을 이겨내며 당당히 카드를 들고 음식점엘 갈 수 있을까?
급식전자카드를 시행하려면, 무료급식을 실시하는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인식개선 교육과 아동인권 교육 등을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하고 교육이수를 의무화해야 한다.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은 센터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를 사랑과 따뜻한 관심 속에서 나눠 먹으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존중받는 아이들로 성장하고 있다(현재 급식비는 후불제로 센터에서 사용금액을 구청에 청구하면 일시불로 센터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반면, 급식전자카드는 센터의 급식비를 아이들이 카드로 결재하는 방식을 취해 아이들이 개입하게 된다. 즉 예전에는 관공서와 센터와의 지불관계가 센터와 아이들의 지불관계로 바귀게 되고, 센터와 아이들은 상거래를 하게 되는 셈이 된다.)
여하튼 그래도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사용이 불편한 종이식권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주말 결식을 걱정하여 일괄적으로 센터 아이들에게도 급식전자카드를 나눠준다고 하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주중엔 카드로 센터나 식당 중 택일을 하고, 주말엔 식당을 이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주말 결식 문제 해결을 위해 전자카드를 발급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
주말 결식 문제는 돈문제가 아닌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가 원인이기도 하다.
아동 식사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부모가 지도록 하며, 그것을 어떻게 지역이 도울 것인지 고민하며 대안을 생각해야지,
그 모든 걸 급식전자카드 하나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는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용이하지 않은 정책을 만들어놓고, 그걸로 자신들의 소임을 다했다고 뒷짐지겠다는 무책임한 처사다.
급식전자카드가 도입되어 센터에서 사용하게 되면...
이제 센터는 정을 나누는 대안가정의 역할이 아닌 아이들이 급식카드를 손에 쥔채, 선택을 하는 많은 식당들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몸에는 좋지만 아이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나물류나 버섯, 야채류의 음식은 만들지도 말고,
아이들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음식만을 만들어야겠다.
적어도 아이들이 즐겨찾는 단골 식당이 되려면...
종이식권에 대해, 급식전자카드에 대해 비교해가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고,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도저히 내 머리로는, 내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아동급식전자카드란 제도...
혹 저와 생각이 다르시다면 댓글이나 글로 올려주시고, 장단점을 추려나가면서 대안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