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카와 슌타로,『이십억 광년의 고독』(문학과지성사)
13년전, 신주쿠에서 윤상인 교수님(한양대)께서
유학 온 지 얼마 안되는 저에게, 식사하시다가 네프킨에 적어주신 시인 이름.
- 다니카와 슌타로, 우주 소년 아톰 주제가 지은 시인.
며칠 뒤, 헌 책방에서 시집 한 권 사 두었는데, 한 권 한 권 읽다가 40여권을 읽었습니다.
기억날 때마다 한 편 한 편 번역해서 모았는데 100여편이 넘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 117편을 번역하여,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판했습니다.
이 분 시를 읽고 번역할 때, 묘한 평안을 느낍니다.
그래서 두 권 더 번역하고 있습니다.
봄날 봄나물 향내 나는 편한 시 소개합니다. (2009.4.7)
━ 다니카와 슌타로 작사 [철완 아톰] ━
そらをこえて ラララ ほしのかなた ゆくぞアトム ジェットのかぎり 하늘을 넘어서 랄랄랄 별의 저편으로 가자 아톰 제트의 힘으로
こころやさし ラララ かがくの子 じゅうまんばりきだ 鐵腕アトム 마음이 착한 랄랄랄 과학의 아이 수백만마력의 힘이다. 철완 아톰
みみをすませ ラララ めをみはれ そうだアトム ゆだんをするな 귀를 기울여라 랄랄랄 눈을 크게 떠라 그렇다. 아톰, 방심하면 안된다.
こころただし ラララ かがくの子 ななつのいりょくさ 鐵腕アトム 마음이 착한 랄랄랄 과학의 아이. 7명의 힘이다. 철완 아톰
まちかどに ラララ うみのそこに きょうもアトム にんげんまもって 도시의 어딘가에서라도 랄랄랄 바다의 저편이라도 오늘도 아톰, 사람들을 지켜라
こころはずむ ラララ かがくの子 みんなのともだち 鐵腕アトム 즐거다. 신바람난다. 랄랄랄 과학의 아이. 우리 모두의 친구 철완 아톰 |
대산세계문학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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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억 광년의 고독 | 다니카와 슌타로 지... | 2009/02/27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김응교 옮김
2009년02월27일 신국판, 253 쪽 ISBN : 978
-89-320-1945-1 04830 978-89-320-1246-9(세트) 10,000 원
※ 원서명 : 二十億光年の孤独 ※ 원저자명 : 谷川俊太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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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 반세기가 넘는 시작 활동, 그 경쾌하고 깊고 아름다운 언어의 향연
첫 시집부터 최근작까지 총 31권의 시집에서 고른 대표시 117편 수록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의 81번째 책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선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이 출간되었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일본 국민의 대부분이 누가 쓴 작품인지 의식하지 않은 채 무심코 흥얼거릴 수 있는 시”(마이니치 신문)를 쓴, 말 그대로 일본의 “국민 시인”이다. 1950년 문예지 『문학계』를 통해 데뷔한 이후 최근까지 80여 종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판하는 동안, 10만 부 이상 팔린 시집이 여려 권 있을 정도로 일본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그의 시는 중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으며, 류이치 사카모토・야노 아키코 등 일본의 많은 음악인들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요미우리 문학상, 아사히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평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반세기가 넘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시를 쓰고 발표해온 시인의 시 세계를 단 몇 줄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비롯한 초기 시들이 ‘깔끔한 청순함’과 ‘풍부한 서정성’으로 주목받았다면, 이후에는 『정의』(1975), 『코카콜라 레슨』(1980) 등 다분히 실험적인 시를 쓰기도 했으며, 『아이노래』(1981), 『일학년생』(1988) 등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노래한 동시까지 발표하는 등 시인의 시 세계는 실로 무변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작풍(作風)과는 상관없이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는 평이한 시어를 사용하면서도 시를 읽는 동안 독자들을 생(生)의 깊은 곳으로 안내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캄차카의 젊은이가 기린 꿈을 꾸고 있을 때 멕시코의 아가씨는 아침 안개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의 소녀가 미소 지으며 잠을 뒤척일 때 로마의 소년은 기둥 끝을 물들이는 아침 햇살에 윙크한다 이 지구에서는 언제나 어딘가에서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들은 아침을 릴레이하는 것이다 경도(經度)에서 경도로 말하자면 교대로 지구를 지킨다 자기 전에 잠깐 귀 기울여보면 어딘가 먼 곳에서 알람시계가 울리고 있다 그것은 당신이 보낸 아침을 누군가가 잘 받았다는 증거인 것이다 —「아침 릴레이」 전문
1968년 출간된 시집 『기도하지 않아도 좋은가』에 수록된 시 「아침 릴레이」는 다니카와 슌타로 시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쉬운 단어들이 의미 없이 나열되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나열에는 어떤 정렬된 이미지가 있어, 나열된 단어를 읽어나가다 보면 독자들의 뇌에 이미지가 축적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총체적으로 느끼게 되는 상상력의 융기(隆起)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괴테는 “아이들이 읽으면 동요가 되고, 젊은이들이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읽으면 인생이 되는 그런 시가 좋은 시”라고 말한 바 있는데,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가 바로 괴테가 정의한 “좋은 시”에 정확하게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시는 일본 내에서 높이 평가되어 산세이도(三省堂)에서 출판된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 2004년에 한 커피 회사의 TV 광고에 삽입되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시인으로뿐만 아니라 작사가, 그림책 작가, 번역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림책 작가로서는 산케이 아동 출판문학상을, 번역가로서는 일본번역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또한 데츠카 오사무의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나 이치가와 곤 감독의 대표작 「도쿄 올림픽」(1965)의 주제가 등을 작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3)의 엔딩을 장식하는 주제가 「세계의 약속」의 가사를 쓰기도 했다.
1. 눈물 속에 흔들리는 미소는 태초부터 시작된 세계의 약속
지금은 혼자라도 함께했던 어제부터 오늘은 태어나 빛나지 처음 만났던 날처럼
추억 속에 당신은 없어 산들바람이 되어 뺨을 스쳐오네
2. 나뭇잎 사이로 햇살, 오후의 이별 후에도 결코 끝나지 않은 세계의 약속
지금은 혼자라도 내일은 끝이 없어 당신이 가르쳐준 밤에 숨겨진 상냥함
추억 속에 당신은 없어 시냇물의 노래에 이 하늘의 색깔에 꽃향기에 언제까지나 살아 —「세계의 약속」 전문
그의 시 세계가 일본 내에서만 높이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그의 시집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슬로바키아어, 덴마크어, 중국어, 몽골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다. 1983년 미국에서 그의 시선집(The Selected Poems of Shuntaro Tanikawa, North Point Press)이 번역․출간되었을 때 『뉴욕타임스』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는 이 세계를 위로의 공간으로 바꾸어놓는다”는 평과 함께, 이레적으로 번역 시집을 ‘타임스의 책Books of The Times’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책은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실린 시를 중심으로,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세계를 오롯이 담은 시 117편과 산문 3편을 엄선하여 수록하고 있다.
인류는 작은 공[球] 위에서 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며 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 그러나 때때로 지구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것은 확실한 것이다
만유인력이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
우주는 일그러져 있다 따라서 모두는 서로를 원한다
우주는 점점 팽창해간다 따라서 모두는 불안하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나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이십억 광년의 고독」 전문
다니카와 슌타로, 谷川俊太郎 1931년 도쿄에서 철학자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1950년 도요타마(豊多摩)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문예지 『문학계』에 「네로」 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되었다. 1952년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출판하여 황막하고 우울했던 1950년대 일본 전후(戰後) 문단에 참신한 상상력을 보여준 신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후 『62의 소네트』 『사랑에 대하여』 『그대에게』 『21』 『정의(正義)』 『코카콜라 레슨』 『매일 매일의 지도』 등의 시집을 발표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시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2006년에는 시집 『좋아』를, 2007년에는 시집 『나』를 펴내는 등 꾸준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집 외에도 동화, 그림책, 산문집, 대담집, 소설집, 번역서 등 2백여 종의 저서를 발간했다. 요미우리 문학상, 아사히상, 일본번역문화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김응교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도쿄외국어대학을 거쳐,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비교문화를 공부했다. 1998년 와세다대학 객원교수로 임용되어 10년간 한국학을 강의했다. 1987년 『분단시대』에 시를 발표하고, 1990년 『한길문학』 신인상을 받은 시인으로, 시집 『씨앗/통조림』을 냈다. 이 밖에 지은 책으로 『한국시와 사회적 상상력』 『박두진의 상상력 연구』 『시인 신동엽』 『이찬과 한국근대문학』 『韓国現代詩の魅惑』(東京: 新幹社)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오스기 사카에 자서전』(윤영수 공역), 『부활을 믿는 사람들』과 일본에서 낸 고은 시선집 『いま、君に詩が来たのか』(東京: 藤原書店, 사가와 아키 공역) 등이 있다.
목차 ----------------------------------
한국의 독자들에게―「시」와 <시>
제1부 1952: 『이십억 광년의 고독』
먼 나라에서―서문을 대신하여 | 생장 | 나는 | 운명에 대하여 | 세대 | 그림 | 안개비 | 봄(春) | 정류장에서 | 기도 | 슬픔 | 비행기구름 | 지구가 너무도 사나운 날에는 | 서력 1950년 3월 | 경고를 믿는 노래 | 한 자루의 검은 우산 | 전차에서의 소박한 연설 | 책상즉흥 | 향수 | 숙제 | 주위 | 밤 | 봄(はる) | 화음 | 박물관 | 이십억 광년의 고독 | 나날 | 네로―사랑받았던 작은 개에게 | 하늘
제2부 1953~1974
소네트 31 | 소네트 41 | 소네트 50 | 소네트 62 | 해질녘 | 사랑―파울 클레에게 | 빌리 더 키드 | 지구로 떠나는 피크닉 | kiss | 두 개의 4월 | 시인 | 창―R.M.R에게 | 슬픔은 | hymn | 부탁 | 반복 | 9월 | 입맞춤 | 낯선 시남 | 황색 시인 | 아침 릴레이 | 강 | 아름다운 여름 아침에 | 새의 깃 1 | 산다 | 사랑의 시작 | 아침 축제 | 내가 노래하는 이유
제3부 1975~1989
일부 한정판 시집 『세계의 모형』 목록 | 잔디 | 질문집 | 좋은 아이 | 치통 | 운다 | 물의 윤회 | 그 사람이 노래를 부를 때 | 물을 읽는다 | 신문 | 죽은 남자가 남긴 것은 | 슬픔에 대해서 | 안녕 | 거짓말 | 알몸 | 비밀 | 전차 | 아(あ) | 다카시 군 | 심심해 | 만약에
제4부 1990~
자기소개 | 똑바로 | 5월의 노래 | 8월의 노래 | 9월의 노래 | 10월의 노래 | 11월의 노래 |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 미생 | 탄생 | 심장 | 이름 | 메아리 | 강 | 함께 | 여기 | 죽음 | 굶주림과 책 | 밤의 라디오 | 요케이 산 | 모차르트를 듣는 사람 | 세계의 약속 | 하얀 개가 있는 집 | 백세가 되어 | 숲에게 | 바람 | 재의 기쁨 | 사랑에 빠진 남자 | 이야기의 미래 | 책과 나무 | 음악 앞의…… | 있다 | 대지 | 상자 | 의자 | 끈 | 책 | 연필 | 노래해도 좋겠습니까 | 믿는다
제5부 산문 한 편의 시가 완성되기까지―자기와의 분리 | 시인과 우주 | 시인 옮긴이 해설․ 하늘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 --------------------------------------------------------- |
2009-03-19
日 베스트셀러 시인 다니카와 씨 한국서 첫 시선집“푸른 하늘 저 멀리/힘차게 하늘을 나는/우주 소년 아톰….” 다니카와 슌타로 씨(78·사진)는 일본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된 시집을 여러 권 낸 베스트셀러 시인이자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 주제가의 작사가다.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그의 시들은 노래로 만들어져 애송되고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그의 시선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문학과지성사) 출간을 맞아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 독자들도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엔딩곡 ‘세계의 약속’을 친숙하게 느낄 텐데…. “음악을 동반한 시는 강력한 호소력을 지니는 것 같다. 등단 후 경제적인 문제로 그림책 쓰기, 작사, 각본, 번역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일본 시단의 폐쇄적인 경향이 싫었고 많은 사람이 시를 즐겼으면 했다. 다양한 경험 덕분에 내 시의 지평과 상상력을 넓힐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작품세계는 무엇인가. 30권이 넘는 시집 중 대표작을 꼽는다면….
“어려운 시로 독자들과 멀어지는 대신 일본어의 영혼과 풍부함을 시로 전하고 싶다. 나는 들꽃 같은 시를 쓰고 싶은 꿈이 있다. 들꽃처럼 섬세하고 미묘하고, 소박하고 아름답게, 존재 자체로서 감동시키는 시. 언어를 그런 차원에서 쓴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대표작은 그때그때 새로 쓰는 시다.” ―일본 현대시의 현황은 어떤가. 한국 시인들의 작품을 접해 본 적은 있나. “일본은 현대시(자유시)보다는 하이쿠, 단가 등의 전통적인 정형시가 인기 있다. 한국 시인들과 직접적인 교류는 없지만 최근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흥미롭게 읽었다.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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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語로 펼친 우주적 감수성… ‘이십억 광년의 고독’
[국민일보] 2009년 03월 20일
이십억 광년의 고독/다니카와 슌타로/문학과지성사
"인류는 작은 공 위에서/자고 일어나고 그리고 일하며/때로는 화성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화성인은 작은 공 위에서/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혹은 네리리 하고 키르르 하고 하라라 하고 있는지)/그러나 때때로 지구에 친구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그것은 확실한 것이다//만유인력이란/서로를 끌어당기는 고독의 힘이다"('이십억 광년의 고독')
다니카와 슌타로(78·사진)는 21세 때 낸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래 거의 모든 출판물이 대박을 터뜨리는 일본의 국민시인이다. 일본이 정치적으로 혼란했던 시기에 화성을 노래했으니 그의 감수성은 지구가 아니라 우주를 날고 있는듯 하다. '우주소년 아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가를 작사한 것은 물론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그의 시들은 노래로 만들어져 애송 되고 있다.
총 31권의 시집에서 고른 대표시 117편을 수록한 시선집은 평이한 시어를 사용하면서도 시를 읽는 동안 독자들을 생의 깊은 곳으로 안내한다. "캄차카의 젊은이가/기린 꿈을 꾸고 있을 때/멕시코의 아가씨는/아침 안개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뉴욕의 소녀가/미소를 지으며 잠을 뒤척일 때/로마의 소년은/기둥 끝을 물들이는 아침 햇살에 윙크한다"('아침 릴레이' 중)
쉬운 단어들이 나열된 듯 보이지만 그 나열에 어떤 정렬된 이미지가 깃든다. 의미의 총체성은 천진한 시구들을 입속에서 우물거리는 동안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으로 녹아내린다. "내일 아침에 또 신문이 온다/그런 생각을 하자 그는 울고 싶어졌다/(중략) /살인사건을 옛날 이야기처럼 읽고/주가 상승을 낯 간지러워하고/쿠데타에 얼굴 붉어지면서/그는 세계의 끝없는 잔인함을/변기에 앉아 마음껏 맛본다."('신문' 중)
정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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