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1 일본 대지진]
바닷물 투입 30시간 주저… 原電재앙 막을 기회 놓쳤다
이길성 기자 atticus@chosun.com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이재원 조선경제i기자 true@chosun.com
기사입력 : 2011.03.17 03:01 조선일보



Q&A로 풀어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의문점들
원전 멈췄는데 왜 위험?… 핵연료 한동안 분열 계속, 냉각수 없으면 달아올라
바닷물 투입 왜 늦었나… 수조원 원자로 못 쓰게 돼 원전회사측 계속 망설여
냉각수 왜 더 못넣나… 원자로 안은 초고압 상태, 가스 빼기 전엔 안 들어가
작업인력 피폭 위험은… 특수 방호복에 산소마스크 1회 최대작업시간은 15분
지진과 쓰나미에 강타당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들이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래 최악의 원전사고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 도대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상황을 맞게 됐을까?
Q: 후쿠시마 원전은 왜 이 지경이 됐나?
A: 핵연료를 식히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원자로는 가동을 멈춰도 물을 계속 넣어 그 안의 핵연료를 식혀줘야 한다. 안 그러면 온도가 3000도까지 올라가면서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
Q: 발전을 멈추면 자동으로 식는 것 아닌가?
A: 아니다. 핵연료봉은 우라늄이 농축된 것이다. 여기에 중성자를 쏘면 핵분열이 일어나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이 열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는 게 원전이다. 한 번 중성자를 쪼인 핵연료봉은 원전이 정지해도 핵분열을 계속한다. 이 과정에서 열을 낸다. 발전을 중지해도 찬물을 계속 공급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Q: 시뻘겋게 달아오른 쇠막대기도 하루면 식는다. 도대체 핵연료봉은 식는 데 얼마나 걸리나?
A: 냉각수를 정상 공급해도 핵연료봉이 식는 데 최소 한 달, 길게는 6개월이 걸린다. 이번처럼 냉각수 펌프를 돌릴 수 없는 상황에선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Q: 그래서 바닷물을 넣어 식히려는 것으로 안다. 그 작업은 왜 잘 안되나?
A: 그게 쉽지 않다. 원자로 안은 이미 수소와 수증기, 방사성물질로 가득 차 압력이 엄청나게 높다. 터질 듯한 풍선에 바람을 더 불어넣는 것처럼 어렵다.
Q: 원자로 안에 수소와 방사성물질은 왜 가득 찼나?
A: 원자로가 냉각이 안돼 2000도가 넘으면 핵연료봉에 함유돼 있던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성물질이 기화(氣化)돼 나온다. 또 달아오른 핵연료봉을 감싸고 있는 지르코늄이라는 금속은 원자로 안 수증기와 만나 수소를 발생시킨다.

Q: 이를 밖으로 빼내 압력을 낮추면 되지 않나?
A: 이미 한번 빼냈다. 수소와 수증기 때문에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용기의 압력이 안전기준(4기압)의 2배가 넘는 8.2기압에 이르렀다. 파손을 피하기 위해 이 기체들을 격납건물로 빼다가 수소폭발이 일어나 외벽이 폭발(1·3호기)했다. 2호기는 격납용기 안 일부가 깨졌다. 세 원전 모두 이 과정에서 방사성물질이 유출됐다.
Q: 그렇다면 애초에 방법이 없었다는 건가?
A: 아니다. 냉각수 공급이 끊긴 직후 바닷물을 넣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측은 30여 시간을 허비하며 타이밍을 놓쳤다. 바닷물을 원자로에 넣으면 수조원짜리 원자로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Q: 왜 시기가 늦었다는 것인가?
A: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원자로 안에 뒤늦게 바닷물을 넣자 이 물이 금세 증발하며 연료봉이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원자로 안에서 수소와 방사성물질이 대거 생겨났다.
Q: 이미 그렇게 생긴 수소와 방사성물질을 한번 빼냈다고 하지 않았나?
A: 그게 바로 후쿠시마 원전이 처한 딜레마다. 바닷물을 늦게 넣는 바람에 방사성물질이 너무 많이 생겼다. 이를 완전히 빼내려면 방사성물질이 대량 유출될 게 뻔하다. 그렇다고 바닷물을 넣지 않으면 핵연료가 녹아 원자로가 아예 녹아내리거나 추가 폭발이 일어나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될 수도 있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Q: 현장 작업인력이 50명이라는데 한번에 수만명을 동원하면 빨리 끝낼 수 있지 않나?
A: 전기공급이 끊겨 위험한 작업을 모두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16일 2호기 주변의 방사선량은 400밀리시버트(mSv)에 달했다. 일반인들이 1년간 노출되는 방사선량의 수백 배에 이르는 양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꺼번에 여러 명이 달라 붙어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Q: 현장 작업자는 어떤 보호장비를 쓰나?
A: 미국 듀폰사가 개발한 특수섬유 타이베크로 만든 방호복을 입고 등에 산소탱크를 달고 마스크로 호흡한다. 생식기 등 민감한 부분은 납 성분의 보호막으로 이중 보호한다. 그렇게 해도 어떤 때는 작업 시간을 15분을 못 넘긴다.
Q: 왜 후쿠시마 원전 상공에 비행금지 조치를 내렸나?
A: 방사성물질이 확산되는 높이는 지상 1~3㎞ 높이고, 일반적인 비행기 고도는 10㎞ 이상이다. 비행금지조치는 예상치 못한 기류변화나 비행기 탑승객의 심리적 영향 등을 고려한 예방적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자위대 전투기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는 보도에서 보듯, 1~3㎞ 고도를 저공 비행할 경우는 일부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원자력발전소>, 왜 폭발했나?
김지혜 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 2011.03.15 16:25 조선일보
뜨거워진 핵연료봉, 남은 냉각수·수소와 반응
지난 11일 발생한 갑작스런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일본은 현재 비상사태입니다. 특히 지난 12일과 1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1·3호기 건물 외벽이 잇따라 폭발하면서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올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고가 수소 폭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도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3호기의 폭발 원인도 1호기와 같은 수소 폭발로 보인다”고 밝혔죠. 언뜻 생각하기엔 원전 폭발과 수소가 무슨 관계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데요. 둘 사이엔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요?
원전은 일반적으로 △핵연료가 핵분열을 하며 발생시키는 열을 △냉각수(冷却水·높은 열을 내는 기계를 차게 식히는 데 쓰는 물)로 식힌 후 △그 과정에서 나오는 수증기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합니다. 비상시엔 자동으로 작동이 멈추도록 설계되는 게 원전의 특징이에요.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올 위험성 때문이죠.
후쿠시마 원전도 지난 11일 지진 발생 직후 작동이 자동적으로 멈췄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쓰나미로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기타 원전의 핵심 장치까지 함께 멈췄어요. 그 중엔 비상시 핵연료봉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장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냉각수를 공급받지 못한 핵연료봉은 계속해서 뜨거운 열을 지니게 됐어요. 그러다 일부 핵연료봉의 피복제(被覆劑·다른 물체의 겉을 덮어 싸는 데 쓰는 물질)가 높은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리면서 남아 있는 냉각수와 반응했고, 이 과정에서 수소가 발생했죠. 그 결과, 연료봉과 냉각수 장치 등을 둘러싼 격납(格納·넣어둠) 용기엔 수소가 가득 차게 됐습니다. 자연히 격납용기 내 압력은 점차 높아졌어요.
후쿠시마 발전소 측은 이 수소를 격납용기 바깥(2차 콘크리트벽)으로 빼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격납용기 내 압력이 커지면서 용기가 폭발할 위험성도 커졌기 때문이죠. 격납용기에서 빼낸 수소는 외부 철골 구조물인 2차 콘크리트벽 천장에 쌓였습니다. 하지만 이 수소는 공기 중에 있던 산소와 만나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고 결국 폭발하고 말았죠. <그래픽 참조> 물론 수소와 산소가 만난다고 해서 모두 이 같은 폭발 현상이 일어나는 건 아니랍니다. 일정한 비율과 압력, 온도 등이 맞아떨어져야 하죠.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번 원전 건물 폭발 사고는 전적으로 수소 폭발에 의한 것”이라며 “격납용기는 단단한 강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쉽게 폭발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