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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은 땅을 치고 통곡할 후회가 있을 수 있으니 멀리 돌아가세요)
자, 이제부터 아는 것은 아는 대로,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항간에 떠도는 Time Loop Theory(http://timelooptheory.com)를 참고해 섬의 역사를 적어보기로 한다. 이 이론은 '백프로' 들어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리 저리 끼워 맞춰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충분한 재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휴방기 심심풀이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맞으면 더 좋고. 아래 적은 내용은 그 이론을 뼈대로 해서 이런 저런 추리와 상상을 버무려 재구성한 것이다.
시작은 연대를 알 수 없는 '옛날'이다. 거대한 석상이 우뚝 서 있는 해변에 두 남자가 아침인사를 한다. 제이콥(Jacob)과 적대자(이름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편의상 그렇게 칭한다)이다. 그 둘은 멀리 수평선 위에 섬으로 들어오는 배 한 척을 바라본다. 적대자는 제이콥이 자꾸 섬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게 못마땅하다. 늘 한결같이 섬에 온 사람들은 폭력과 부패로 점철되기를 반복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제이콥을 죽이는 게 필생의 소원이지만 무슨 까닭인지 ‘루프홀(loophole)’을 찾기 전에는 그럴 수가 없다. 두 사람의 억양을 보면 고대로부터 지내온 억양은 아니고 현대 미국에서 쓰는 보편적인 억양으로 들린다. (그거언~ 내 생각이고!) 따라서 태고적부터 섬을 지켜왔다기 보다 현대에서 아주 먼 과거로 갔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긴 생애를 사는 사람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말이 나온 김에 그 석상을 뜯어 보자. 그 규모로 보나 생긴 모습을 보나 그 두 사람이 만든 것 같지는 않고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이 동원돼 만들어진 것임이 분명하지만 아직 드라마에는 나타나있지 않다. 게다가 섬 이곳 저곳의 고색창연한 신전이나 벽화가 그려진 석조건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문명을 건설한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으니 지금은 참기로 한다. 두고 보자, 로스트 시즌 6 !!
1845년 영국을 떠난 배 한 척이 섬에 다다른다. 시즌 5까지로 볼 때 명실상부한 첫 손님 되시겠다. 그 배의 이름이 블랙 락(Black Rock)호다. 150년이 지난 후에 배의 잔해(는 아니고 형태는 멀쩡하다. 단지 세월이 지나 낡았을 뿐)가 섬의 중턱 숲 속에서 발견되는데 어쩌다 그리 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 배 안에 많은 유골들이 있는 것으로 봐 섬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뭔가 '사람 잡는' 썸씽이 있었는가 보다. 아무튼 그 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구조의 손길을 기다려 봤지만 - 2004년에도 안 오는 구조대가 그 시절에 어찌 오랴 -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섬에 정착하기로 한다. 그들이 섬의 디아더스(the Others)라 불리는 원주민이 된다. 헌데 ‘블랙 락’의 선원 중에 섬 밖을 나간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알바 한소(Alvar Hanso)의 조상이다. 알바 한소는 조상의 빛난 얼을 되살려 후에 달마 조직의 토대를 만든다.
원주민 가운데 리처드 알퍼트(Richard Alpert)가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서 원주민들의 리더가 되는 1970년경 그 달마 조직이 섬으로 온다. 그들은 섬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섬으로 오는 길도 알고 있었던 듯. 그렇게 섬에 온 달마 조직은 정착촌을 형성하고 섬 이곳 저곳에 연구기지(Arrow, Swan, Flame, Pearl, Orchid, Hydra, Staff, Looking Glass, Tempest)를 건설한다. 그들은 섬 자체가 거대한 타임머신임을 발견하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현재 살아있는 생물체를 과거로 보내 생존하기 힘든 여건에 두어도 현재가 되는 시점까지 살아남게 되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오키드 기지에서 북극곰을 몇 년 전 시점의 튀니지 사막지대로 보내 수년간 생존을 확인한다.
동물 실험을 마친 달마 조직은 사람을 과거로 보내기 시작한다. 과거로 사람을 보내 역사의 과정에 변화를 줄 수 있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미 진행된 과거의 중요한 일은 바꿀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바꾸려 해도 거대한 우주의 ‘Course Correcting’ 능력에 의해 원래대로 되돌려지는 것이었다. 타임머신의 효용성에 목마른 달마 조직은 또 다른 실험에 착수한다. 현재 죽을 병에 걸린 사람이 병이 걸리기 전 시간으로 가면 병이 치유되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일부 원주민들을 몰래 바이러스로 감염시킨 뒤 리처드에게 병을 고쳐주겠다고 제안해 그들을 과거로 보낸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로 가서 병이 낫게 돼도 연기괴물에 의해 죽게 된다. 죽을 사람은 죽게 만드는 '운명의 경로 수정 기능' 때문이다. 아무튼 그 일이 있은 뒤 달마와 원주민들은 철천지 원수지간이 돼 강한 적대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1988년 루소의 일당이 섬으로 온다. 그들은 달마가 몰래 벌이는 수상한 짓거리를 조사하러 온 것이다. 루소는 알렉스를 잘 낳아 기른다. 팀원들도 모두 섬에서 생존한다. 원래는 그랬었다 이거지. 그러니까 알렉스가 납치되지도, 팀원들을 루소가 죽이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게 그 '이론'의 핵심인 듯하니 일단 넘어가 보자.
그렇게 리처드의 원주민, 달마 조직, 루소 일당은 20년을 섬에서 지내며 2007년을 맞이한다. 스무살이 된 알렉스가 어떤 조직을 이끌게 되는데 그 아이는 신의 영역인 미래를 인간들의 욕심으로부터 보존할 목적으로 섬의 시간왜곡 능력을 망가뜨릴 결심을 한다. 그들이 섬을 영원히 파괴하려고 하는 것을 감지한 45세의 리처드는 오키드 기지로 잠입해 1900년경으로 간다. 과거로 가서 뭔가 수작을 부리기 위해서다. 드라마에서 우리가 본 리처드는 이 일이 있은 이후의 그를 본 것이기 때문에 백 년이 넘도록 늙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어느 시점으로 가든지 현재 시점이 될 때까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게 되는 타임머신의 법칙이라나.
어쨌거나 이제 섬은 리처드의 관점에서 두 번째 타임라인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 리처드의 필생의 목표는 물론 알렉스가 섬을 파괴하는 것을 막는 것이 되겠지. 2007년에서 왔기 때문에 미래의 일을 훤히 다 아는 능력을 발휘해 ‘블랙 락’의 후손들을 잘 이끈다. 1954년 핵실험을 위해 섬에 온 미군들도 일거에 박멸한다.
1970년 벤이 섬 밖에서 태어나게 되고 리처드에게 유도된 호러스가 개입해 벤을 섬으로 데려오게 된다. 벤은 리처드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해 훗날 1988년 알렉스를 납치해 미래의 화근을 자신의 나와바리 안에 둠으로써 재앙을 막으려고 한다. 자신의 통제영역 안에 둠으로써 알렉스가 허튼 짓을 못 하게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냥 죽이지 않은 이유는 이미 미래에도 살아 있는 사람을 과거에 죽여도 소용 없는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운명은 특유의 경로수정 기능을 작동해 알렉스의 역할을 대신할 인물로 찰스 위드모어를 선정한 것 같다. 그가 나중에 키미 일당을 섬으로 보내 벤을 잡고 섬을 불태워 버리려고 한 것을 보면 말이다.
2007년 찰스가 끊임없이 섬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자 이번에는 벤이 오키드로 가서 타임머신을 작동해 자신이 태어난 해인 1970년으로 간다. 그때 벤과 리처드는 누군가가 섬을 파괴하려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아무튼 그렇게 벤이 작동시킨 타임머신 때문에 섬은 세 번째 타임라인을 겪게 된다.
1995년 리처드의 지시에 따라 달마 조직을 독가스로 대량학살한 벤은 그때까지 원주민의 리더였던 찰스 위드모어를 섬 밖으로 축출하고 자신이 리더가 된다. (이 대목은 수긍이 가질 않는다. 학살 당시 벤은 젊은 청년이었는데 2007년에 30대 후반인 벤이 1970년대로 가서 Purge 임무를 수행했다는 게 말이 잘 안 된다)
1996년 리처드, 벤, 미카일은 스완기지의 컴퓨터로 오키드 기지의 시간바퀴를 재설정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108분마다 코드를 입력하면 섬의 시간을 108분 뒤로 물리는 시스템을 개발해 무한 반복시킴으로써 섬의 시간은 1996년에 영원히 머물게 하는 것이다. 우린 드라마에서 벤이 리처드에게 그들이 ‘생일 축하하던 때가 언제였는지’ 물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시간을 멈춰 놓았으니 도무지 생일이 돌아와야 축하를 하든지 말든지 하겠지. 헌데 시간이 흐르지 않고 사람이 늙지를 않으니 아이를 출산하는 게 도대체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던 것. 애만 가지면 산모가 죽는 거라. 그래서 애꿎은 줄리엣을 섬으로 끌어들였지 아마.
라진스키, 켈빈 등이 열심히 버튼을 눌러준 공로로 그렇게 몇 년이 흘러갔다. 몇 년이 흘러도 여전히 1996년이겠지만. 그러다 보니 섬 밖의 세상에서는 물리적으로 섬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 서로 다른 시간에 존재하다 보니! 따라서 섬 밖으로 축출돼 2000년대를 살고 있는 찰스 위드모어는 섬을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섬은 1996년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헌데 그는 ‘블랙 락’호의 항해일지를 경매를 통해 구입함으로써 섬으로 가는 좌표를 찾게 된다. 그는 리비(Libby)의 남편에게 섬에 접근하도록 임무를 주어 배를 태웠지만 그는 예기치 못하게 죽어 그 임무는 우연히 – 아직까지는 - 데스몬드에게로 넘어간 것 같다. 데스몬드 자신은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그렇게 섬으로 가서 켈빈과 함께 열심히 108분 쳇바퀴를 돌리게 된다는 것을.
자, 그건 그렇고 벤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렇게 시간의 쳇바퀴를 영원히 돌려서라도 섬의 시간을 2007년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것일 테고, 그에 따라 영원한 삶을 사는 것 아니겠나 싶다. 108분 쳇바퀴의 비밀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이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니 교묘한 술수로 비밀을 유지했던 것이겠군.
헌데 다 제 뜻대로는 되지 않는 법. 3년 동안 착실히 누르던 버튼을 켈빈이 비명횡사하던 날 데스몬드는 버튼 누르는 시간을 놓친다. 그 순간에 섬의 시간이 일시적으로 현재시간인 2004년으로 이동하고 그 틈에 섬 상공을 지나던 오세아닉 815편이 추락하게 된다. 아마도 시간의 규칙을 어기고 섬의 시간을 정지시킨 벤을 막기 위한 역할을 815 생존자들에게 부여하기 위해 운명이 그렇게 한 것인지도.
시즌 1, 2에서 보았던 섬에서의 요상한 일들은 로스티들이 1996년의 섬에 살게 됨으로 인해 생긴 결과로 보인다. 로크가 멀쩡히 걷게 되고, 로즈의 암이 사라지는 것 등이 그것이다. 암튼 그렇게 815편으로 섬에 들어온 주인공들의 활약이 벌어지게 된다. 해치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은 108분 쳇바퀴는 멈추게 된다. 위협을 느낀 데스몬드는 안전장치를 돌리게 되는데 그로 인해 스완기지와 오키드 기지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게 돼 이제 섬에서도 시간이 흐르게 된다. 물론 1996년부터이기 때문에 여전히 바깥세상과는 8년 정도의 시차가 난다.
이 대목에서 희한한 일이 생긴다. 데스몬드가 키를 돌리면서 8년이라는 그의 생애를 다시 살게 되는 것이다. 섬에서 구출되고, 찰리의 죽음을 보고, 섬 밖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페니를 만나고, 또 그녀와 헤어져 궁극적으로는 섬으로 되돌아오는, 그래서 버튼을 누르는 8년간의 생애를 다시 살게 되는데 몇 번이나 그 삶을 반복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순식간에 8년이 흐른 것처럼 느껴져 과거 일이 – 실상은 미래의 일이 – 플래시처럼 떠오르게 된다.
바깥 세상의 2004년에 있는 찰스 위드모어는 815편 비행기가 행불되는 걸 보고 섬이 여전히 존재함을 짐작한다. 그는 벤을 죽이고 섬의 지배권을 되찾기 위해 팀을 조직해서 섬으로 파견한다. 하지만 이 역시 운명의 경로조정 기능 때문인지 뜻하지 않게 키미 일당이 전멸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한다. 데스몬드가 섬의 영향권 밖에 있던 카하나호에서 2004년과 1996년의 시차 적응을 못 해 헤매다가 페니라는 상수를 찾으면서 의식의 2004년 버전이 정상화된다. 오세아닉-6가 마침내 섬의 영향권 밖에 있을 때 벤이 오키드의 시간바퀴를 돌림으로써 섬은 1990년과 2004년 사이의 어떤 시간으로 이동해 버려 데스몬드나 오세아닉-6에게는 섬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벤은 시간 바퀴를 돌리면서 섬 밖으로 튕겨져 나가 2005년의 튀니지 사막 한가운데에서 발견된다. 바깥세상에서 벤은 사이드를 꼬드겨 자신의 적들을 소탕해 나간다. 사이드는 임무를 완수하면 시간을 과거로 돌려 나디아와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다는 벤의 말에 넘어가 그의 노예가 된다. (이 가설은 좀 그럴 듯하다)
그 사이 섬에서는 원주민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임의로 계속되는 시간 점프를 겪게 되는데 로크가 오키드 지하로 가 시간바퀴를 돌릴 때까지 헷갈리는 시간점프는 계속된다. 시차적응이 힘든 샬롯은 그 덕분에 먼저 죽고 대니얼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바퀴를 돌린 로크는 2007년의 튀니지 사막으로 튕겨나가고 섬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1970년으로 가게 된다.
2007년의 바깥세상으로 나간 로크는 이미 구출된지 3년이 지난 오세아닉-6을 섬으로 데려갈 임무를 띄고 있다. 815편이 올 때 크리스천이 죽어 관 속에 있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로크도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인물이 제이콥의 적대자에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는데(왜냐하면 죽은 사람의 몸을 빌릴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써먹기 위해 누군가 죽어줘야 한다) 그것을 알리 없는 로크는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다. 제이콥의 적대자는 그것을 위해 로크가 밖에서 죽기 전에 섬 원주민들의 리더가 되게 한다. 그래야 자신이 로크의 몸을 빌렸을 때 리더의 지위를 이용해 리처드를 움직여 궁극적으로 제이콥에게 접근할 수 있을 테니까.
2007년의 섬에서는 제이콥의 적대자가 로크의 시신을 이용해 로크가 되살아난 것처럼 원주민에게 나타나 리더의 지위를 확인한 뒤 그 지위를 이용해 리처드에게 제이콥의 거처로 안내하라고 해 모든 원주민들을 데리고 떠난다. 물론 벤도 데려가는데 벤에게는 제이콥을 죽이라고 한다. 그렇게 석상 앞에 도착해서 벤을 데리고 로크의 껍데기를 쓴 적대자는 제이콥의 거처로 가 벤을 대면시킨다. 벤은 자신을 지도자에서 내치고 로크를 지도자로 세운 제이콥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터라 제이콥을 찌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제이콥은 쓰러지면서 ‘그들이 온다’라고 말한다. 로크의 거죽을 쓴 적대자는 쓰러진 제이콥을 발로 차 불구덩이로 밀어 넣는다. 그 무렵 석상 밖에서는 일라나 일행에 의해 로크의 시신이 공개된다.
(http://blog.daum.net/neo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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