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확한 번역은 문화경영인 상이지만, 이곳에서는 문화를 예술로 간주하는 맥락과 한국에서의 어감 등을 고려하여 예술경영인 상으로 번역함. | 지난 9월 8일 캐나다 몬트리올 미술관 부속 부르지 콘서트홀(Salle Bourgie)에서는 몬트리올 경영대학 예술경영학과(La Chaire de gestion des arts Carmelle et Rémi-Marcoux, 학과장 프랑스와 콜베르)가 개최하는 ‘올해의 예술경영인 상’(Prix du gestionnaire culturel)1) 시상식이 있었다. 2011년에 시작한 이 제도는 예술단체 및 기관, 문화산업 영역에서 탁월한 경영 및 마케팅 역량을 발휘하면서 이룬 발전을 기리며, 궁극적으로는 문화(예술)경영의 역할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수상 대상자는 예술 분야만이 아니라 문화산업까지 해당되며, 최소 1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퀘벡 또는 캐나다 프랑스인으로 한정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0불이 수여된다.
올해 수상자는 2012년에 두 번째 수상자를 배출한 이래 3년을 건너뛴 것이다. 모든 행사는 협찬사와 더불어 주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어 그랬다고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국제적 차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주도하는 몬트리올 경영대학(HEC Montréal)이 마련한 만큼, 이 시상식을 통해 이곳 예술경영의 맥락을 파악하고 수상자의 면모를 살핌으로써 예술경영 현장의 특수성과 시사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특히 인구 3,400만 명에 불과한 캐나다에서 몬트리올을 포함한 퀘벡 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넓은 주이자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이며, 실제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본다면 흥미로운 지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 대담을 진행 중인 피에르 부르지(왼편)와 이졸드 라가세(오른편) 예술 후원가 피에르 부르지시상식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1부는 초청 대담으로, 2부는 시상식으로 이어졌다. 대담에는 시상식장인 이곳을 콘서트홀로 만들도록 리노베이션 공사비를 모금・기부하고, 별도로 운영을 위한 재단을 설립한 기업가 피에르 부르지(Pierre Bourgie)가 초대되었다. 대담은 피에르 부르지에게 이 공간을 음악 전용홀로 만드는데 조언하고, 개관 후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게 된 이졸드 라가세(Isolde Lagacé)가 맡았다. 먼저 피에르 부르지가 어떻게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묻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오타와 대학에서는 전공 외로 미술사 강좌를 들으면서 문화에 대한 소양을 키워 왔으며, 따라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예술 후원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시기는 2008년부터라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번 행사장으로 사용된 부르지 콘서트홀이다. 이곳은 1894년에 지어진 스코틀랜드 장로교 교회로서 캐나다 연합교회 소속이었다가 어스킨 미국교회로 전환되면서 지금의 이름인 어스킨 미국연합교회(l'Eglise Erskine and American United)로 명명된 곳이다. 여러 차례 내부 보수를 거치면서 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에 캐나다 국립사적지로 분류되었다. 교회는 점차로 신도가 줄어들면서 2004년 문을 닫게 되었는데 이를 현재 몬트리올 미술관이 매입하게 된 것이고, 이 건물의 활용을 위해 부르지가 개입한 시기가 바로 2008년이라는 것이다.
부르지는 교회 내부 스테인드글라스를 복원하고, 동시에 교회 뒤쪽으로 5층 규모의 별관을 지어 전시장으로 활용하면서 이 건물을 자신의 부모 이름으로 명명하여 헌정하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공사에 필요한 4천 2백만 달러(400억 원 추산)를 모금하는 일을 시작하였고, 별도로 공간 운영을 담당할 재단(아르테 무지카 재단 Fondation Arte Musica)을 설립하였다. 2011년 9월 개관 이후 이곳은 작은 규모지만 매우 뛰어난 음향 효과를 지닌 건축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또 정통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98%의 객석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곳이 미술관 소속이라는 점에서 미술관 전시 기획과 상호 영향 관계를 갖는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미술관은 관람객 100만 명을 넘긴 지 오래인데, 몬트리올이 인구 350만 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놀랄 만한 수치다.
이번 대담에서 매우 겸손하고도 솔직하게 자신의 취지를 설명한 피에르 부르지는 기본적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인 장례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이후 이를 미국에 매각한 후 금융업으로 전환하는 등 사업적 역량을 인정받는 기업가다. 예술 후원에 대해 그는 가장 필요한 곳을 알아서 지원해야 하고, 그 지원은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실제로 부르지 콘서트홀의 필요성도 그렇지만,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재단을 설립한 것이 그러한 입장을 그대로 보여 준 것이기도 하다. 대담은 약 50분 정도 진행되었다.
▲ 수상기념사진에서 프랑신느 르리에브르 관장(가운데) | ▲ 시상식이 열린 부르지 콘서트홀 |
올해 수상자, 프랑신느 르리에브르2부로 넘어가 올해의 수상자인 몬트리올 고고학 및 도시사박물관 푸엥트아칼리에(Pointe-à-callière) 관장 프랑신느 르리에브르(Francine Lelièvre)에 대한 심사의 변이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고고학 및 도시사박물관을 24년 동안 운영해 오면서 캐나다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위상을 올려놓은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역사학을 전공한 그녀는 1972년 석사학위를 마친 이후 유적지나 정원, 박물관 건립 계획 연구와 박물관 컨설팅을 포함한 뮤지엄 플래닝 사업을 해 왔다. 1989년에는 바로 이 박물관의 타당성 연구를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하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해 왔고, 몬트리올 도시 탄생 350주년이 되던 1992년 개관과 동시에 박물관장으로 임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 박물관은 지하 유적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지하 전체 전시가 신비스럽고 장대하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르리에브르 관장의 전문 분야인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전시 방식 등으로 대중들의 호응과 함께 관람객 개발에도 성공하면서 몬트리올 시민의 자부심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박물관 운영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기부금을 유치하는 등 박물관 경영에 남다른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 능력은 현재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전혀 퇴색되지 않은 듯하다. 한국 상황과 달리 창설한 사람이 관장을 맡아 임기 만료 없이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결국 예술경영의 효과가 단기간에 성취되는 것이 아니며, 예술경영인 역시 단기간에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첫 번째 수상자였던 프랑스와 베다르(François Bédard)도 극장 경영(1975-1984)과 몬트리올 예술위원회 행정감독(1984-1991)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1991년부터 북미 최고의 클래식음악 축제인 라노디에르(Lanaudière) 국제 음악축제 감독을 지금껏 24년간 맡아 업적을 인정받은 경우다. 특히 그가 발휘한 예술경영의 면모는 기본적으로 예술적 수월성을 살리면서 운영체제를 강화하고, 기금 마련에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안정된 재원을 조성한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78년에 창설된 이 축제는 몬트리올 북쪽 지역 라노디에르에서 매년 여름에 개최되는데, 실제로 베다르를 만나 그 명성을 얻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몬트리올 국립연극학교 출신이지만 1990년에는 MBA를 취득하기도 했다.
두 번째 수상자는 영화 산업에서 사회적 경제 개념을 실현한 보비엥 시네마(Cinéma Beaubien) 대표 마리오 포르탱(Mario Fortin)이다. 1973년부터 지금까지 영화 산업계에서 40년간 주요 업무를 맡아오면서 상업적으로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예술영화와 실험영화 등을 후원하는 비영리극장을 만들었고, 프로그램 운영의 탁월함으로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면서 재생 효과도 얻어 냈다.
세 사람 모두 35년 이상의 경력을 겸비한 전문가로서 그들의 업적은 예술적 수월성과 대중 접근성의 확보, 재원을 조성하는 데 각자의 창의성을 발휘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더 중요한 것은, 그만큼 예술경영 인력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그들이 창의적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운영 구조를 제공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또 피에르 부르지와 같은 많은 파트너들의 협조도 이들이 예술경영을 실천하는 데 힘을 받게 되는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더 궁극적인 요인은 문화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가치관이 존재하는 분위기라 하겠다. 실제로 캐나다는 프랑코폰(불어권)과 앵글로폰(영어권)이 공존하는 곳이고, 그 상황에서 문화 활동이나 정책에서 각각의 전통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그만큼 문화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상은 퀘벡 지역의 문화에 대한 영향력과 자부심을 기리는 부분도 없지 않으며, 이는 동시에 앵글로폰 지역과 한편으로는 경쟁 관계로, 다른 한편으로는 차별성으로 표현되는 것이라 하겠다.
사진제공_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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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소개 박신의는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석사 및 DEA를 마치고, 인하대학교에서 문화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문화예술정책, 박물관과 미술관 경영 관련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 청주시, 부천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정책자문 활동과 함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 인천문화재단 이사, 서울문화재단 정책위원회 위원장, 중소기업중앙회 문화경영특별위원, 외교부 자체평가위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연구년으로 몬트리올 경영대학의 방문교수로 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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