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의 지속 가능 경영
패스트 패션 업체들은 사회적으로 자주 비판받기도 한다. 옷을 너무 많이 만들어 쓰레기를 양산하고, 협력업체를 착취한다는 것이 단골 레퍼토리다.
패스트 패션 업체들이 지속 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식 있는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이를 소홀히 하면 여론의 표적이 되고 고객이 등을 돌릴 수 있다.
H&M은 지속 가능성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패션 브랜드의 하나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컨셔스 데님'으로 불리는 청바지·청재킷 의류다. 옷을 만들 때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자원은 물이다. 특히 청바지는 염색과 워싱(물빼기)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한 벌 만드는 데만 약 1만2000L의 물이 필요하다. 생수통 600개에 해당한다. H&M 지속가능성 부서의 구스타브 로벤 매니저는 "컨셔스 데님은 물 사용을 65% 절약하는 기술을 적용해 작년 한 해에만 물 3억4000만L를 절약했다"고 말했다.
H&M은 헌 옷 수거 프로젝트를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고객이 입지 않는 헌 옷을 매장에 가져오면 재사용 또는 재활용한다. 헌 옷에서 깨끗한 부분을 잘라내 옷을 만들거나, 헌 옷을 분해해서 실을 뽑아 새 옷을 만든다. 또 유기 농법으로 기른 목화로 만든 면을 활용하고, 동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앙고라 털 사용을 중단했다. H&M은 작년에 전체 원자재 중 11%를 지속 가능한 원자재로 사용했는데, 2020년까지 면제품은 모두 지속 가능 소재를 이용할 계획이다(현재는 16%). 또 2020년까지 유해 화학물질 사용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매장 내 에너지 사용은 2007년 대비 2020년까지 20% 줄이는 것이 목표이며, 지금까지 14% 줄였다.
H&M은 고객에게 지속 가능 소비를 권장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세탁 요령을 설명하는 '웨어 앤 케어(wear & care)' 라벨을 붙인 것도 그 일환이다. 라벨에는 예컨대 '냄새만 약간 밴 경우에는 세탁하지 않고 환기가 잘되는 곳에 걸어두기만 해도 금세 냄새가 빠진다' 같은 내용이 붙어 있다.
H&M은 공급업체들이 이런 내용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연 3000여건의 감사를 시행한다. 지속 가능성을 실현한 정도에 따라 0에서 100까지 점수를 매긴 다음, 성과가 높은 업체에는 장기 계약을 맺는 등 인센티브를 준다. 실제로 높은 평가를 받은 캄보디아의 한 공장은 장기계약을 맺은 기념으로 공장 노동자 5000여명의 연봉을 인상했다. 이들은 그 지역의 다른 노동자 평균보다 15% 높은 임금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