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유태오가 주연을 맡은 러시아 영화 '레토'가 호평을 받고 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 때문이다. 하지만, 약간 과장된(?)게 분명했다. 일종의 페이크, 가짜 뉴스다. 언론은 페이크 기질이 있다. 팩트에 '초'를 치기 때문이다. 심하면 작문이고.. https://bit.ly/2k9qi3p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도, 러시아 영화 '레토'(여름)도 19일 열린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호명되지 않았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에게 돌아갔다. '만비키 가족'은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가족이 갈 곳 다섯 살 소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KKK단에 잠입한 흑인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이 수상했다. 레바논 난민의 처절한 삶을 그린 여성감독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은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감독상은 195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콜드 워'를 연출한 폴란드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에게 돌아갔다.
남녀주연상은 카자흐스탄 감독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의 '아이카' 여주인공 사말 예슬라모바가 여우주연상을,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도그맨'에서 열연한 마르셀로 돈테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칸영화제는 또 프랑스 출신의 살아있는 전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이미지와 책'에 이례적으로 특별 황금종려상(Special Palme D'or)을 안기며 예우를 갖췄다.
한국영화의 칸영화제 수상은 2009년 '박쥐'(감독 박찬욱)의 심사위원상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우리가 이번 칸영화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을 맡은 러시아 영화 '레토'가 호평을 받고 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 포탈 얀덱스에 들어가보면 그런 호평이 약간 과장된(?) 측면이 분명해 보였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페이크, 가짜 뉴스의 일종이다.
모든 언론은 약간씩 페이크 기질이 있다. 필자가 기자 생활을 할때는 '특종 경쟁' 시대였다. 지금은 '클릭 경쟁 시대'라고 해야 할텐데, 그때나 지금이나 양념을 치듯 팩트에 '초'를 치거나 '뻥'을 쳤다. 그게 심하면 작문이라고 했고, 더 심하면 오보였다.
그 기준은 소위 견습기자를 하면서 선배들에게 '감'으로 배웠다. 그러니 기자 교육을 제대로 받은 이는 어떤 기사를 페이크로 만들든, 특종을 만들든, 기준이 대체로 일관성이 있다.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누구나 기자를 하는 시대. 그래서 기사가 매체마다 그네를 탄다. 좌우 혹은 상하 편차가 너무 심하다.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페이크 뉴스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칸 영화제 출품 한국 관련 영화에 대한 국내 매체의 호평은 애국적 심정에서 나온다. 10명중 1명이 호평을 하면, 호평을 받았다고 기사화한다. 견습기자 시절 "왜 그러냐?"고 선배에게 물으면, "세상 일은 모른다. 그 한명의 호평으로 진짜 상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 나중에 상을 받으면, '호평' 기사를 쓴 기자는 특종, 안 쓴 기자는 낙종이다"는 답이 돌아온다. 상을 못받으면? "호평은 받았으나, 아깝게 탈락했다"고 나중에 쓰면 된다.
월드컵에 진출한 한국 축구의 성적? 객관적으로 한국 최고의 축구 스타는 차범근 선수인데, 차범근 선수와 같은 급의 11명이 뛰는 독일과 차범근 1명 밖에 보유못한 한국팀이 붙으면, 100전 100패다. 그럼에도 애국심에서 대등한 경기 운운한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예상 마찬가지다.
한국 언론은 이렇게 기사를 쓰지만, 페이크 뉴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미 모든 독자들이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 시절부터 1단 짜리 뉴스를 '톱 뉴스'로 '행간을 읽는' 내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시 칸영화제로 돌아가 보자. 폐막식 직전까지 경쟁작 중 최고점을 받은 건 매일 영화평론가들이 평점을 매기는 '스크린' 기준으로는 '버닝'이 3.8이고, '르 필름 프랑세즈' 기준으로는 '레토'와 '만비키 가족'이 나란히 2.9점이었다. '만비키 가족'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니, '레토'도 영화평론가 시작으로 보더라도 수상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현지 언론의 높은 평점을 받으며 유력 수상 후보로 점쳐졌던 '콜드 워'는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콜드 워'에서 1950년대 냉전 시기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