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강화 수필
1. 문수산성(文殊山城) 등산<사적 139호, 둘레 2.4km>
한탄강(漢灘江), 조강(祖江), 염하(鹽河) 합수머리 / 문수산 중턱 팔각정 / 문수산성과 강화대교 / 황해도 개풍군
언제였던가 모처럼 시간을 내어 초가을의 정취를 느껴볼 겸 집사람과 김포 문수산성(文殊山城)을 다녀왔다. 등산이라고 해야 할까, 사적지 순례라고 해야 할까...
또 제철 음식이라 그런지 주꾸미 철판구이가 너무도 맛있어서 입에 착착 달라붙던 기억도 난다.
문수산성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이곳은 한강 하류이면서 여러 개의 강이 합쳐지는 합수(合水)머리로, 조강(祖江/할애비강), 염하(鹽河/소금내), 임진강(臨津江/더덜나루), 한강(漢江), 한탄강(漢灘江), 예성강(禮成江)의 물이 모이는 곳이고, 강 건너는 황해도 개풍군(開豊郡)이 손에 잡힐 듯 건너다보인다. 강화 갑곶진(甲串鎭)과 염하(鹽河)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문수산성(文殊山城)은 강화를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일컬으며 역사의 고향으로 부르는 것처럼 이곳 문수산성 또한 우리나라 질곡(桎梏)의 역사현장을 지켜본 현장이기도 하다. 한강 하구인 강화도 주변은 고려와 조선 시대, 수로를 통하여 한양으로 통하는 중요한 길목이었기 외세의 침입으로 가장 먼저 곤욕을 치렀던 곳이다. 고려 때에는 몽골의 침공으로 수도를 강화로 옮기며 항전했었고, 조선에 들어와서도 끊임없는 외국의 개항요청이 있자 숙종 20년(1694), 이곳 문수산(文殊山)에 산성을 쌓고 외세의 침입에 대비하였으니 300년 전의 이야기이다.
조선 고종 3년(1866), 대원군의 지휘로 대대적인 천주교인 박해가 일어나는데 곧 병인박해(丙寅迫害)다.
향후 6년 동안, 8천여 명의 천주교인과 신부들이 순교(殉敎)하는데 국내에서 활동하던 프랑스인 신부 리델(Felix Clair Ridel)이 중국 텐진(天津)으로 피신하여 마침 그곳에 주둔하고 있던 프랑스 함대의 로즈(Roze, P.G.) 제독에게 조선의 천주교 박해 사실을 알린다.
병인년(1866) 10월, 7척의 프랑스 군함과 600명의 해병대가 강화도를 점령하지만, 정족산성(鼎足山城/전등사 있는 골짜기) 전투에서 조선의 양헌수 장군에 패하고, 이곳 문수산성 전투에서도 패퇴하자 40일 만에 철수하는데 이것이 병인양요(丙寅洋擾)이다. 당시 프랑스 제독은 전쟁일지에서 조선 사람들은 키가 크고, 흰옷을 즐겨 입고, 무모하리만치 용감한 사람들이며, 또 시골도 집집마다 많은 서적(書籍)이 있었다며 조선의 높은 교육수준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 훨씬 이전인 고려시대에도 몽골의 침략으로 고려 고종 19년(1232)에 강화도로 수도를 옮기고 궁궐과 관아건물을 강화 읍내 북산 기슭에 세웠는데 오늘날 강화 고려궁궐지(高麗宮闕址)로 흔적이 남아있으니 이곳은 질곡(桎梏)의 역사가 심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또 마니산록 흥왕리에 별궁(別宮)을 세우니 곧 흥왕이궁(興旺離宮)으로 지금도 그 유적이 남아있고, 전등사 뒤(鼎足山城 內)에는 조선왕조실록 사고(朝鮮王朝實錄史庫)도 있었다.(현재에도 건물이 남아있음)
강화의 고려궁궐은 39년 동안 존속 되었는데 1270년 강화조약이 맺어져 몽골이 물러가자 다시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면서 허물어지고 그 자취만 남게 되었다.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산성을 한 바퀴 일주(一周)하였는데 대략 2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산림욕장 주차장에 주차하고 남쪽 성벽을 따라 정상에 오른 후 북문으로 내려가서 주차장까지 돌아오는 완전일주이다. 허물어진 성벽을 보며 불현듯 옛날 노래 나애심의 ‘과거를 묻지 마세요.’가 생각나서 불러보았는데 신기하게도 가사는 물론 멜로디까지 완벽하게 부를 수 있어 나도 놀랐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나애심 노래>
<1절> 장벽은 무너지고 강물은 풀려 / 어둡고 괴로웠던 세월은 흘러 / 끝없는 대지위에 꽃이 피었네.
아 ~ 꿈에도 잊지 못할 그립던 내 사랑아 / 한 많고 설움 많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
<2절> 구름은 흘러가고 설움은 풀려 / 애달픈 가슴마다 햇빛이 솟아 / 고요한 저 성당에 종이 울린다.
아 ~ 흘러간 추억마다 그립던 내 사랑아 / 얄궂은 운명이여 과거를 묻지 마세요.
이 노래는 1959년에 개봉된 영화 ‘과거를 묻지 마세요’의 주제곡으로 나애심이 불렀다. 정성수 작사, 전오승 작곡이고 영화의 시나리오는 김강윤, 감독은 안현철. 출연은 황해, 박노식, 문정숙.....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는 가사처럼 굳이 ‘덮어 둘 과거도 없고, 한(恨)도 많지 않은데’ 왜 이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가 가슴에 와 닿아 지금까지 기억에 또렷한지 나도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