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으로서의 기준점 효과
아모스는 불확실한 양을 추정하는 전략으로 '기준점과 조정' 어림짐작을 좋아했다.
일단 기준점이 되는 숫자에서 출발하라. 그런 다음 그 수가 너무 높은지 너무 낮은지 평가하라.
그리고 기준점에서 '멀어지면서' 추정치를 조끔씩 조정하라.
이런 조정은 보통 성급하게 끝나는데, 더 멀러져야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조정을 멈추기 때문이다.
아모스와 내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지 수십년이 지나, 그리고 아모스가 세상을 떠난 지 몇 년이 지나,
아모스가 생각한 이 과정이 옳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두 명의 심리학자에게서 별도로 제시되엇다.
한때 아모스 곁에서 함께 연구하던 엘다 샤퍼(Eldar Shafir)와 톰 길로비치가
이번에는 자기들의 제자와 함께, 그러니까 아모스의 정신적 손주들과 함께 연구한 결과를 내 놓은 것이다.
연구 결과를 이해하기 이해하기 위해
우선 종이 한 장을 놓고 맨 밑에서 위로 2.5인치(약 6센티미터) 직선을 그어올라간다.
자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종이에다
이번에는 맨 위에서 아래로 직선을 그어 내려오다가 2.5인치 되는 지점에서 멈춘다.
이제 두 직선을 비교해보라.
아마도 처음에 2.5인치라고 추정한 길이(첫 번째 종이에서 직선의 길이)가
두 번째로 2.5인치라고 추정한 길이(두 번째 종이에서 직선을 멈춘 곳에서 맨 밑까지 빈 공간의 길이)보다 짧을 것이다.
2.5인치라면 정확히 어디까지 그려야 하는지 알 수 없고,
따라서 불확실의 범위가 존재해서 생기는 일인데,
선을 바닥부터 그리기 시작할 때는 불확실의 범위 중 거의 바닥, 즉 하한선에서 멈추고,
꼭대기부터 그리기 시작할 때는 그 범위 중 거의 꼭대기, 즉 상한선에서 멈춘다.
로빈 르뵈프(Robyn Leboeeuf)와 에사 샤퍼는 이 같은 사례를 일상에서 많이 찾아내었다.
이런 불환전한 조정을 고속도로를 벗어나 일반도로를 달릴 때,
그중에서도 특히 옆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운전할 때, 왜 과속하기 쉬운지 잘 설명해준다.
방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10대 이이와 머리끝까지 화가 난 부모 사이의 긴장감도
그런 불완전한 조정으로 설명아 가능하다.
르뵈프와 샤퍼의 설명은 이렇다.
"말 잘듣는 10대 아이가 소리를 '적당히' 낮추라는 브모 말에 따라 집 안이 떠나갈 듯한 음악 소리를 줄여보지만
애초의 '높은 기준점'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 채, 부모는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아이나 앞의 운전자 모두 의도적으로 정도를 낮추려 했지만, 조정에 실패한 경우다.
이제 아래 질문을 보자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이 된 때는 언제인가?
에베레스트 산꼭대기에서 물의 끊는 점은 몇 도인가?
위 질문을 받았을 때 우선 어떤 기준점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기준점이 틀렸다는 것도 알고, 정답은 그 기준점을 기준으로 어느 쪽에 있는지도 안다.
조지 워싱턴은 1776년 이후에 대통령이 되었다는 건 금방 알 수 있고,
에버레스트 산꼭대기에서는 물이 100도 아래서 끓는다는 것도 안다.
그렇다면 이 기준점을 움직일 논거를 찾아내어 적절한 방향으로 기준점을 조정해야 한다.
앞서 직선 그리기처럼 더 나아가야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을때
그러니까 불확실의 영역에서 거의 한계에 도달했을때 조정을 멈추기 쉽다.
닉 에플리(Nick Epley)와 톰 길로비치는
조정은 기준점에서 얼어져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는 의도적인 노력이라는 증거를 찾았다.
기준점을 내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 고개를 가로저으라는 지시를 받는 사람은 기준점에서 멀어졌고,
고개를 끄덕이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은 기준점에 다가갔다.
애플리와 길로비치는 조정에 노력이들어간다는 시실도 확인했다.
정신 자원이 고갈된 사람은 조정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즉 기준점 가까이 있었는데)
다른 숫자를 기억하느라 기억력이 딸릴 때, 또는 약간 취했을때 그런 현상을 보였다.
시스템2가 약하거나 게으르면 조정에 실패하기 쉽다.
그렇다면 이제 적어도 기준점 효과의 일부 사례에서는,
그러니까 시스템2가 개입해 기준점을 의도적으로 특정 방향으로 조정하는 경우에서만큼은
아모스가 옳았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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